내겐 골프라는 취미를 비슷한 시절에 시작한 골프 메이트들이 있다. 한 손에 꼽을 정도다. 이들 덕분에 골프를 포기하지 않았고 즐겁게 즐겼다. 그럼에도 은근한 경계심은 있다. 경쟁심이라기엔 뭣하고 신경이 쓰이는 정도랄까. 이를테면 최소한 저 친구만큼은 조금씩 나아져야지, 저 친구보다는 한 타 정도 적게 치고 싶다는 딱 그 정도 마음이다.
나는 늘 제자리걸음인데 급격히 실력이 일취월장한 친구가 있었다. 골프 실력이란 게 하루에 조금씩 0.1 만큼씩 나아지지 않는다. 영어공부라는 것도 그렇듯 하루치의 실력을 쌓아가다 보면 퀀텀 점프하는 날이 온다(고 한다). 늘 100개 이상을 치는 영원한 백돌이 친구라고 여겼는데 갑자기 90타대로 올라버리는 거다. 나는 백돌이가 너무 익숙해져 버렸는데, 친구는 이를 악 물고 물심양면 애썼다. 돈과 시간, 열정을 그야말로 불살랐다. 돈이라는 건 레슨비이기도 하고 잔디밥 값이다. 골프장 넓은 잔디를 연습장삼아 끊임없이 다녔다. 혹자는 그랬다. 역시 잔디밥만큼 정직한 건 없다고.
인생에 뭐하나 쉬운 게 있겠냐마는 골프 요놈은 진짜 알다가도 모르겠다. 될듯말듯 하다가도 아예 모르겠다 싶고, '아, 이건가' 싶다가도 '에이, 다 때려치워'라는 마음이 불끈불끈 생긴다. 이 재미(?)에 골프를 계속한다는 거짓말 비슷한 걸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