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살 일대기 7

고통의 시간

by 솔솔

대학교를 졸업할 때쯤 머리가 박살 났다. 죽고 싶다는 유일한 고등학교 동창을 끊어 냈다. 부재중 통화가 80통이 왔다. 전화기를 부여잡은 채 날마다 울고, 자살을 고백한 나에게 힐난을 쏟아붓던 대학교 동기도 끊어 냈다. 당시 돈이 궁한 나에게 아르바이트 자리를 권하며 다시 만나보자고 했다. 돈보다 인간관계에서 오는 배신감이 컸다. 나는 또다시 혼자가 되었다. 도와줄 사람은 곁에 아무도 없었다. 좁은 대학가 원룸 안에서 우울을 소화시켰다. 엄마가 있는 집으로는 두 번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몸이 아팠다. 땅바닥에서 몸이 일어나지 않았다. 수시로 악몽을 꿨다. 뒤에서 머리가 이상하다고 소곤소곤 대던 고등학교 동창이 꿈에 나타났다.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소리쳐봤지만 공허한 메아리가 되어 돌아왔다. 오히려 사람들은 나를 둘러싸고 이 말 저 말을 옮기고 억측을 남발했다. 외로움이 극에 달했다. 음식으로 몸을 채우고 나면 화장실에 가서 게웠다. 방 안에 쌓여가는 배달 음식과 쓰레기들. 음식물 쓰레기통에는 구더기가 생겨났다. 일어나서 몸을 씻는 게 어려웠고 유일한 외출은 원룸 앞 편의점이 전부였다.


나는 고통을 누구한테 전가하지도 않고 스스로 감내하고 있는데, 주변 사람들은 나에게 왜 본인의 인생을 떠맡기는가. 행복해 보이는 사람 앞에서는 힘들다는 말 한마디 꺼내지 못할 거면서 나에게는 누구보다도 자신의 인간 밑바닥을 보이는 족속들. 막상 어둠 넘어가 궁금하지도 않으면서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라는 사람들. 알고 싶지 않은 비밀들. 아니면 이미 눈치챘지만 시시한 불행들. 숨기려고 하지만 온몸으로 티를 내는 추악한 민낯. 이기심으로 타인을 바라보지 못한 채 자신을 비련의 여주인공으로 만드는 질척거리는 연민. 사람에게 질렸다.


이제 사람이 궁금하지 않았다.


다들 알아서 잘 살았으면 하는 마음뿐이었다. 흘러가는 강물에 기도드렸다. 제발 살려달라고. 신 앞에 무릎 꿇었다. 제발 숨만 쉬게 해 달라고. 인생이 너무 고통스러웠다. 변하지 않는 엄마와 여전히 가부장적인 아빠. 불행은 불행을 몰고 온다. 인간은 타인에게 눈멀고 본인에게 함몰된 존재이다. 인간의 본성에 대한 근원적인 의문. 세상 사람들을 다 잘라버리고 싶었다. 엄마에 대한 복수심, 친구들에 대한 원망, 세상을 향한 억울함이 온몸을 지배했다. 두 번 다시는 남을 향한 동정심을 가지지 않으리. 사람을 이해해 보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겠다.


나는 밑바닥에서 다시 올라가기를 결심했다. 내면세계에만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매일 밤, 아파트 단지 산책길을 걸으면서 새까맣게 푸르른 강물을 바라보았다. 나도 저렇게 물처럼 인생이 흘러갔으면. 고이지 않고 다른 세상으로 흘러갔으면. 간절히 바랐다. 그때쯤에 다시 정신병원을 찾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과 함께 의사에게 인생을 맡겨보고 싶었다. 기도만으로는 하늘이 내게 응답하지 않았다.


살고자 하는 마음이 급했다. 주말에도 운영하는 정신병원은 우리 지역에서 흔치 않았다. 나는 되는대로 가장 가까운 병원을 찾았다. 텅 빈 사무실을 지나 젊은 의사 선생님을 만났을 때, 가슴에서 말이 툭 튀어져 나왔다. 누군가에게 말하지 않고는 살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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