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 실현하기
2023년 4월부터 2025년 4월까지 다닌 gs25 편의점을 계기로 모든 아르바이트를 그만두었다. 계속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 미래가 보이지 않고, 사장님의 횡포에 휘둘릴 것 같아서였다. 그리고 진로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부터 가졌던 꿈은 문학가였다. 하지만 예술가의 가난한 인생을 동경할 뿐 사랑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항상 공무원 같은 안정적인 직업과 소설가라는 꿈을 병행하길 바랐다. 그러나 그 꿈은 아버지가 실직한 이후로 무너졌다. 그렇다면 갈 길을 잃은 지금의 나는 어떻게 자아를 실현할 수 있을까?
맨 처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글을 적는 걸 같이 했다. 그러나 글쓰기에 몇 년을 쏟아 분 문예 창작학과 친구들과 달리 내 글은 혼자 적는 일기에 불과했다. 브런치 사이트에 작가 신청을 몇 번이나 했지만 떨어졌다. 나는 글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지적해 줄 사람이 옆에 없었다. 태어나서 누군가에게 작문법을 배워 본 적도 없었다. 그래서 아무나 글을 올릴 수 있는 포스타입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글을 읽는 사람이 없어도 괜찮고, 댓글을 달아주는 사람이 없어도 좋았다. 인생에서 단 한 권의 책만 출판할 수 있다면 꿈은 이루어진 거라고 여겼다.
다음은 글쓰기와 병행할 수 있는 직업에 대한 선택이었다. 짧은 카페 아르바이트 경험을 살려 바리스타의 길을 걷기로 마음먹었다. 다이소와 편의점 아르바이트 경력으로 물류 일을 생각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궁극적으로 편안함에 대한 추구이지, 꿈에 대한 갈망은 아니었다. 카페에 대한 전체적인 디자인과 메뉴 개발, 라테아트 같은 업무가 영감을 불러일으켰다.
꿈을 찾는 과정에서 주변의 이야기를 많이 참고했다. 어른들은 당장 눈앞에 닥친 현실과 조건을 많이 따지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나도 은연중에 30대 초반이라는 나이에 직업이라는 구실부터 먼저 갖는 게 맞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남들에게는 줏대 없이 유혹에 잘 흔들리는 사람으로 비추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남들 눈치 보면서 직업을 선택하기보다는 먼 미래를 보고 실천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지금 갖추고 있는 여건을 고려하면서 직업을 가진다면 자기 자신을 주변 환경에 대한 희생물로 여길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래서 바리스타와 책 출판이라는 꿈을 갖고 모든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게 되었다. 동시에 국민취업제도에 지원했다. 다행히 Ⅰ유형으로 뽑히면서 50만 원을 6개월 동안 지원받을 수 있게 되었다. 직업 상담사분께서 추천하신 제과제빵 학원에 다니기로도 다짐했다. 그동안 엉망인 금전 감각으로 모아둔 돈은 없었지만 나는 국가가 지원해 주는 제도에 대해 다양한 정보를 수집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생활을 이어 나갔다.
국민취업지원제도를 이행하면서 갑을관계로 이루어진 일 공간이 아닌 수평으로 대인관계를 맺을 수 있는 학원에 다니게 되었다. 그러면서 차차 사회성이 나아졌다. 아르바이트하면서 겪었던 처참한 실수는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처음 얼굴을 본 자리에서 불행한 가정사를 구구절절 읊기, 더러운 위생관념을 남에게 들키기, 수시로 지각하고 준비물을 까먹는 버릇 말이다. 그렇게 나를 무시하지 않고 하대하지 않는 사람들 곁에서 교제 관계를 맺으며 부족한 사회성을 극복했다.
일주일에 5일은 학원을 나가면서 규칙적인 밤낮습관을 들였다. 하루에 8시간씩 커피에 대한 지식을 쌓아갔다. 라테아트 실력을 늘리기 위해 꼭 하루에 2잔씩은 남들보다 더 라테아트를 시도했다. 처음에는 하트도 그려지지 않았는데, 점차 2단 하트까지 그려지는 것을 보고 스스로 뿌듯함을 느꼈다. 수업 진도에 맞게 이론과 실기를 매일 복습했다. 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면 노력이 빛을 발하는 거 같아서 자신감이 붙었다.
돈에 휘둘리면서 이리저리 차이는 삶을 살다가 방향을 잃어보기도 했다. 당장 다음 달 돈이 빠듯하기에 가게 사장님이 하는 모욕적인 언사도 꾹꾹 참으며 일을 계속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아르바이트는 우울증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행복감을 주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내 길을 개척해 보기로 했다. 나도 우울증을 극복하는 것을 넘어서 행복을 느끼고 싶었다.
지금도 가끔 감성적으로 우울해지는 날들이 있다. 과거의 상처에 매달려서 눈물이 주르륵 흐르는 순간이 있다. 그때 어떻게 말하고 행동했으면 그런 상처를 받지 않을 수 있었을까? 하는 고민이 있다. 그러나 그런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나에게 상처 준 사람과 장소를 잊는 순간이 온다. 인생을 스스로 걷고 있는 지금 이 순간, 나는 과거의 망령에서 벗어나 미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