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극복 중 11

바리스타 자격증 따기

by 솔솔

바리스타라는 꿈을 갖고 2025년 6월부터 제과제빵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아르바이트에 적응하기는 했지만 완전히 감화되지는 못했기에 사회생활을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학원에 등록했다. 수업은 바리스타 2급 자격증 → 라떼아트 → 바리스타 1급 자격증 순서로 계획을 짰다. 바리스타 2급 수업은 일주일에 하루만 나가면 되는 수업이므로 마음 편하게 참여할 수 있었다. 수업에서 새로운 선생님과 학생들을 만나고, 커피에 대한 여러 가지 지식을 쌓았다. 카페에서 일하면서 지적받았던 스팀 하는 법도 고치고, 대인관계에 대해서도 좀 더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


바리스타 2급 수업은 인간관계에 대한 관점을 바꾸어 주었다. 그 전까지 나는 우정과 사랑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찰하면서 살아왔다. 우정에 대해서 엄격한 잣대를 가지고, 상대방이 그렇지 않으면 너는 나쁜 사람이라고 단정했다. 그리고 소울메이트에 대한 바람을 가지고 있었다. 사람이란 환경에 따라서 변하기 마련인데, 변해가는 지인들을 옆에서 보면서 섭섭해하고 외로워했다. 그게 내 삶이 충분하지 않아서 타인에게 집착한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바리스타 2급 수업은 나에게 대인관계의 가벼움에 대해서 알려주었다.


바리스타 2급 수업을 들으며 가벼운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2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남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편이어서, 학원에서 처음 라떼아트를 연습할 때는 손이 벌벌 떨렸다. 하지만 매일 연습하고, 경험치를 쌓다 보니 막상 시험관 앞에서는 자신 있고 당당하게 시험을 치를 수 있었다. 자격증을 취득하면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긴 취준생 기간을 걸쳐 하락했던 자존감에 성취감을 조금씩 불어 넣었다.


라떼아트 수업 기간에는 1급 자격증에 도전했다. 그 전까지는 카푸치노 2잔에 하트를 그리지 못해서 끙끙거렸는데, 학원에서도 집에서도 꾸준히 카푸치노를 만드는 연습을 반복하니, 곧 면 하트를 그릴 수 있었다. 구술 면접도 시험관 앞에서 떨지 않고 해낼 수 있었다. 내 결점을 장점으로 변화시킨 경험은 바리스타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다. 그 외에도 2단 하트, 결하트, 로제타 무늬 등을 시간이 나는 틈마다 연습했다. 수업 초반에는 나를 인정하지 않던 K 선생님도 내가 바리스타 1급 자격증을 따고 나니 따뜻하게 내 손을 잡아 주었다.


하지만 나는 바리스타 2급 자격증, 라떼아트 수업을 주도하는 K 선생님보다 바리스타 1급 수업을 가르치는 H 선생님을 더 좋아했다. K 선생님이 잘하는 학생이 더 잘하도록 하시는 편이었다면, H 선생님은 못하는 학생이 평균이 되도록 노력하셨다. 솔직히 바리스타 1급 수업은 자격증을 모두 취득했기에 배운 내용을 복습하는 수업에 불과했다. 더 배운 내용이 있다면 핸드드립, 디저트 만들기 정도였다. 그러나 끝까지 나태하고 게을러지지 않으려고 했다. 불성실과 편법은 언젠가 들통나기 마련이라는 걸 대학생 때 배웠기 때문이다.


K 선생님은 나에게 자기가 가르치는 sca자격증 수업을 들어보는 게 어떻겠냐고 권유하셨다. 취업에 도움이 된다는 말에 흔들리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당장 취업이 급했고, K 선생님은 나와 결이 맞지 않는 선생님이라고 판단했기에, 학원 수업을 끝내고 취업 시장에 뛰어들기로 결정했다. 나중에 취업하고 나서 돈을 충분히 모은 다음에 sca자격증을 따도 늦지 않다고 생각했다.


커피에 대한 수업을 연속으로 3개 들으면서 나는 미래에 대해서 꿈꾸기 시작했다. 취업 시장에 뛰어든다면 어떤 카페를 1순위로 하고 싶은지? 와 같은 물음이 생겼다. 그리고 유독 짧은 바리스타 수명을 생각해 바리스타라는 직업 다음에는 바리스타 강사, 카페 창업이라는 미래를 그려 나갔다. 드디어 이력서라는 공간에 어떤 식으로 꾸며나가야 할지 감이 잡힌 것이다. 이전에는 돈이라는 명목 아래 이리저리 떠다니는 돛단배 같은 존재였다면 이제는 바리스타라는 방향성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는 고잉메리호가 된 것이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취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고, 방관했던 5년이 처절한 페이백으로 돌아왔던 경험이 있다. 다이소 점장, 편의점 사장의 갈굼과 협박, 무시 등이 어쩌면 그동안 현실에서 도망 친 나에게 세상이 준 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속에서 꿋꿋이 가시밭길을 걸어왔던 4년이 나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었다. 세상을 헤쳐나갈 힘을 가지라고. 우울증을 겪으면 현실에서 회피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도망간 곳에 낙원은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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