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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찌양 Dec 14. 2020

지은아, 네 미래가 궁금해.

다들 내 미래가 궁금하대.  

내게는 오랫동안 고민해온 꿈이 있다. 그 꿈은 중학교 2학년 때 시작되었다. 이번 글에서는 중학교 2학년부터 고등학교 입학 전까지를 다룰 생각이다. 


중학교 2학년 때 담임선생님께서 장래희망을 결정하여 제출하라고 하셨다. 


나는 뭐가 되고 싶을까?


고민하면서 만화 <원피스>를 보고 있었다. 루피처럼 멋진 선장이 되어서 동료들과 어울리고 싶어 졌다. 지금 해적이 되는 것은 너무 어려울 것 같았다. 그리고 해적왕이 되려면 강력한 상대가 있어야 하는데 아무도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비슷한 것들을 찾다가 한 사진을 보게 되었다. 


<넥슨 출근길. jpg>라는 사진이었다.(저작권 문제로 가져오지는 못했습니다.) 넥슨 직원들이 자신들이 개발한 게임 캐릭터의 코스튬을 하고 출근하는 모습이었다. 이런 회사 분위기가 너무 좋다. 게다가 난 디즈니에서 일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디즈니 미국 본사에서 일하기에는 여러 문제들이 있더라. 그래서 이렇게 생각했다. "디즈니에서 일하지 못한다면, 내가 디즈니 같은 회사를 세우면 되지 않을까?" 내 꿈은 게임회사 CEO가 되었다. '그런데 난 게임회사에서 무슨 일을 맡지? 초창기 창업 형태면 내가 실무적인 일을 해야 할 텐데?' 고민하던 중에 "프로그래머"를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내 꿈은 프로그래머가 되었다. 또 검색했다.  


어떻게 하면 프로그래머가 될 수 있나요?

일단 "C언어"를 배우세요. C언어? ok! 그래서 나는 C언어를 배웠다. 유명하다는 책을 샀다. 

열심히 혼자 독학했다. 예제를 따라가면서. 그렇게 하다가 어느 부분에서 막히더라. 막히니까 하기 싫더라. 


그래도 내 꿈인데 해봐야 하지 않나?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학교 게시판을 보다가  <코딩 캠프>를 알게 되었다. 지역에 처음 생긴 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등학교에 진행하는 행사였다. 바로 참석 의사를 밝히면서 학교에 전화를 했다. 선착순 참여 캠프였는데, 공고 마감일이 얼마 남지 않았었다. 전화 내용이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내 앞에서 이미 정원이 차있다고 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내가 대기순서라고. 나는 전화를 받으신 선생님께 얼마나 하고 싶은지를 외치면서 전화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내가 캠프에 참여하게 되었다. 전혀 모르는 친구들과 이틀 동안 같은 수업을 듣게 된 것이다. 그때만 하더라도 내 주변에서 프로그래밍에 흥미를 가진 친구는 많지 않았다. 그런데 이 캠프에 가면 나와 비슷한 흥미를 가진 친구들이 있을 거다! 기대를 가지고 참여했다. 캠프를 마치면서 소프트웨어 마이스터고등학교에 입학하고 싶어 졌다. 


소프트웨어 마이스터고등학교의 세부 전공을 살펴보던 중에 "정보보안"이 눈에 들어왔다. 소프트웨어는 무언가를 만들어야 할 것 같아 부담스러웠고, 다른 것들보다 정보보안이 눈에 들어오더라. 내가 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내 꿈은 정보보안전문가 겸 정보보안회사 CEO가 되었다. 


 당장 전문적인 지식을 배우고 싶어!

정보보안전문가가 되기 위한 정보보안 지식은 소프트웨어 마이스터고등학교에서, CEO가 되기 위한 지식은 포스텍 영재기업인 교육원에서 배워야겠다!


그래서 입시 준비를 시작했다. 성적이 아주 높은 편은 아니었기에 마이스터고등학교 마이스터 전형을 지원했고, 포스텍의 경우 사회 배려자 전형에 지원했다. 주변에서는 면접도 못 볼 거라고 말했다. 그런데 2개 다 합격했다. 첫 면접은 마이스터고등학교였다. 떨면서 아무 말도 못 하고 떨어졌다. 사람들의 말이 현실이 되는 것이 아닌가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두 번째 면접, 영재기업인 교육원 면접에서는 하지 말아야 할 말까지하다가 떨어졌다. 주변 사람들의 말이 현실이 되었다. 


1차에 합격했을 때 같이 좋아해 주시고 같이 고생하신 담임선생님도 내게 실망했겠지? 마이스터고등학교에 면접 보러 간다니까 좋아하시던 아버지의 기대도 없어진 거겠지? 나를 비난하던 친구들의 말대로 되어버렸다. 


나는 할 수 없는 사람이었던 걸까?




일반 고등학교 원서를 접수하고, 1 지망 학교에 합격했다. 기말고사까지 끝나니까 반 친구들과 무리를 지어 놀았다. 영화를 보거나 보드게임을 하거나 수다를 떨었다. 그러던 중에 한 친구가 내게 다가왔다. 내가 친구를 사귈 수 있도록 도와주고 3년 내내 같은 반을 한 은하수라는 친구였다. 은하수는 내게 이런 말을 해주었다. 


지은아,
난 내 친구들은 나중에 뭐 하고 있을지 궁금하지 않지만,
넌 너무 궁금해! 그러니까 우리 꼭 다시 만나자!

 

내 미래를 기대해주는 사람이 여기 있다. 그 사실만으로 너무나도 큰 위안이 되더라. "그래. 원하던 원하지 않던 내가 갈 학교를 한번 제대로 바라보자." 마음을 먹고 학교 홈페이지를 둘러보았다. 그러다가 팝업창에 <정보보안 영재교육원 모집 안내>가 있더라. "이건 운명인가?"


바로 창을 클릭해서 확인해보니까 아직 지원할 수 있더라. 다만, 이번 주가 마감이었다. 지금이라도 지원해봐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더라. 담임선생님께 전화해서 추천서를 부탁드리고 열심히 자기소개서를 썼다. 고등학교 입시와 영재교육원 준비할 때 작성한 자기소개서 덕분에 수월하게 쓸 수 있었다. 


부랴부랴 원서를 제출하고 결과를 기다렸다. 제발... 합격! 


이제 면접을 보러 간다. 저번 면접에서 본 면접관들의 표정이 떠오르더라. 많이 떨렸다. 다만, 세 번째라 앞선 면접보다는 차분했다. 떨면서 면접을 봤고 또 결과를 기다렸다. 떨어져도 크게 실망하지는 말자. 이게 아니라도 나는 잘 될 테니까. 결과는 합격이었다. 


내가 드디어 3번째 면접에서 합격했다. 면접에서 영영 떨어질 줄 알았는데 합격했다. 


이게 다 은하수 덕분이야.
모두가 내게 실망하던 그때, 기대를 품어줘서 고마워.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나를 만났던 선생님들 모두 내가 잘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계셨더라. 주변 사람들 모두 직접적인 표현만 없었을 뿐 나를 응원하고 있었더라. 그들의 응원 덕분에 내가 정말 성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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