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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Oct 23. 2023

용기 있는 사람

자퇴, 그 이후의 이야기

2023년 4월 7일, 난 학교를 나왔다.


자퇴를 하고 몇 달간은 내가 참 비겁한 겁쟁이라고 생각했다. 자퇴한 걸 그저 내가 힘든 상황으로부터 회피한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근데, 포기하는 게 제일 용기 있는 거라는 걸 얼마 전에 깨달았다. 모든 사람들에게 포기란 다 두려울 것이다. 포기는 하려던 일을 도중에 그만두는 것이기 때문에 그 이후에 내가 어떻게 될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나도 모르겠는데 주변사람에게 조언을 구할 수도 없다. 포기한 사람은 그 자리에 없기 때문이다. 난 특히 학생이었기 때문에 학교가 전부였다. 그걸 그만둔다는 건 정말 큰 용기가 필요했다. 근데 그만두고 나니 더 넓은 세상이 날 기다리고 있었고, 더 큰 행복과 다양한 경험이 날 반기고 있었다. 그렇다고 자퇴를 하라는 건 아니다. 자퇴하고 힘든 일도 많았고, 막막함과 다른 부정적인 감정들도 많이 경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교가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퇴도 그저 하나의 선택지로 봐줬으면 좋겠다. 학교에 적응 못해서, 흔히 말하는 일진, 날라리라서 그만두는 게 아닌 그냥 단순히 학교를 그만두는 것,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거기서 끝났으면 좋겠다. 진짜 그냥 학교를 그만둔 것뿐이니까.


‘나’는 변하지 않는다. 환경만 변화할 뿐.


‘학교를 그만둔 나’로 자신을 정의하지 말고, ‘포기도 할 줄 아는, 세상의 틀에서 벗어날 줄 아는 용기 있는 나’로 정의하면 좋겠다. 그리고 포기하면 끈기가 없는 거라고, 책임감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힘든데 계속 끌고 가는 건 끈기가 아니라 집착이라고 생각하고, 포기에는 큰 책임이 같이 따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끈기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고, 책임감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오늘 내가 힘들었다면, 포기가 최선의 선택지인 것 같다면 한 번쯤은 포기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한 번뿐인 인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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