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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졸리 Feb 09. 2022

교사인 나는 공교육의 실패작이다.

 이번 글의 제목은 상당히 자극적이고 위험하다.

 더구나 공교육과 함께 발전하고 나아가야 갈 교사가 이 글을 쓰는 건 어쩌면 대한민국의 공교육을 부정하는 것처럼 보이겠다. 학창 시절 공교육을 충실히 따르는 모범생은 대부분 교사의 길을 선택하기에 의아해하는 독자들이 있을 수도 있겠다.


 왜 나는 나를 ‘공교육의 실패작’이라고 지칭하는가?

 

 나는 대학교 입학 전 12년간 특수학급을 전혀 본 적도 없이 일반학교 일반학급에 있었다.

 비장애 또래 아이들과 같은 교육과정을 밟으며 겉보기에 순조롭게 잘 적응하고 졸업하는 듯 보였다. 일반학교 일반학급을 다니며 이건 뭔가 잘못되어도 잘못되었다!라는 것을 이질적인 느낌을 어렴풋이 알았지만 언어로 설명할 길이 없었다.


또 모두 나처럼 그렇게 사는 줄 알았다.


 마치 여성이 성희롱, 성차별을 받았을 때 이것이 이상한 것이고 잘못된 일이라는 것을 알지만 이를 표현할 수 있는 언어가 없었기 때문에 혐오스럽고 불편한 느낌만 마음 속에  찜찜하게 간직하는 것처럼. 그런 것이다. 느낌은 알지만 이를 표현할 수 있는 언어를 배우지 못했기에.


 시간이 흐르고 흘러 표현할 수 있는 언어를 가지게 되었고 이로써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처음으로 공교육의 실패작이라고 느꼈던 초 4학년  때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어제 일처럼 아직도 생생하다. 어쩌면 트라우마일 수도 있겠다.

 어느 날 담임선생님이 매를 들었다. 담임 선생님이 뭐라고 하시는지 몰랐지만 수학 시험지를 들고 회초리를 들면서 말하는 것을 보고 눈치를 챘다.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지만 액션, 표정, 무거운 분위기를 보고 상황을 파악했다. 호명하는 학생 한 명씩 나갔고 모두 매를 때리셨다. 매의 횟수가 다른 것으로 보아 중간고사 수학 점수가 몇 점 이하인 학생을 앞에 나와서 틀린 개수 만큼 매를 때리는 것이라고 추측을 했다.


 그 후 내 이름이 호명되었지만 나는 듣지 못하니 계속 가만히 앉아있었다. 애들의 시선이 나에게 집중되자 나는 담임선생님과 눈을 마주쳤고 담임선생님은 내 시험지를 보여주더니 교단 앞으로 나오라고 하셨다.


나는 앞으로 걸어가는 동안 "설마 때리겠어?" 라는 생각이었다.


왜냐하면 나는 선생님께 수학을 배운적 없었기 때문이다.    

 

 수학을 배운 적 없으니 당연히 수학 점수도 0점에 가까울 정도로 낮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담임선생님은 가차 없이 내 손바닥을 잡고 세게 내리쳤다. 처음부터 매운 통증이 느껴졌고 나는 곧바로 서럽게 울었다. 몇 번의 매질이 끝나고 시험지를 받자마자 그 자리에서 바로 찢어버렸다. 담임선생님은 황당, 어이없고 기가 막힌듯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지만 그런 눈빛은 내가 했어야 했다.


 내가 다녔던 초등학교는 공립학교였다. 공교육의 체제 속에 종속되어있는 담임 선생님은 나에게 수학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 정확히 풀어 말하면 다수의 비장애인의 학습 진도, 학생이 아닌 교과서에 집중한 교육에 의해 나를 방치한 것이다.


 고로 나는 담임 선생님께 매를 맞아야 하는 이유도 없으며, 평가와 점수를 매길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담임 선생님은 매를 들었고 그 행위는 수학에서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한 원인은 본인의 탓이 아닌 학생의 탓으로 돌리는 행위였다.

 

 초등학교뿐만 아니라 중학교에도 방치되는 상황이 여러 차례 반복되었다. 그렇다 보니 나는 점점 1:1로 과외하는 사교육에 의존하게 되었고 독학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학교는 그저 법정 의무교육을 위해,

출석을 채우기 위해,

의무교육을 받아야 최소한 인간 취급을 받을 수 있어서,

졸업하면 뭐라도   있고 어디   있어서

학교를 가는 것이었다.

 학교는 무색, 무취, 무미라 할 정도로 무의한 곳이었다. 누군가가 어느 시절로 돌아가고 싶냐 물어봐도 돌아가고 싶은 시절이 없을 정도였다. 나를 믿고 따라주는 학생들에게 그런 기억을 심어주고 싶지 않다.


 내가 교사가 돼서 그때의 선생님들의 선택을 이해할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지만 현재 2 차가 되어도 그때의 선생님의 행위를 이해할  없고 이해하고 싶지 않고 그럴 가치도 없다고 생각한다.

 교육은 실패할 수도 있다. 모든 일에는 과정과 결과가 있고  속에 성공과 실패가 있는 법이다. 교육도 그럴 수밖에 없다.

 내가 만났던 대부분의 선생님은 실패의 원인을 학생인 나에게 찾았고 나에게 매를 들었다. 정작 본인이 학생을 방치하고 있다는 것을 전혀 알지도 못한채. 그러므로 나는 공교육의 실패작이 맞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실패의 원인을 어떤 이유던 학생에게 찾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교사는 어떤 이유를 불문하고 실패의 원인을 절대 학생에게 찾아서는 아니된다. 학습이 왜 더디는지 교사와 학생이 대화를 많이 하고 같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그게 교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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