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의 마법
내가 언제 크게 웃어봤더라? 요즘 나를 되돌아보니 삶이 조금많이 무미.건조하다. 너무 앞만보고 달려와서일까? 정말 오랜만에 만난 회사의 타부서 친구와 시덥잖은 농담을 던지며 즐겁게 수다떨다가 문득 그친구도 이렇게 웃어본지가 진짜 오랜만이라고 한다. 담담했던 친구의 말이 웃프면서도 쓸쓸했다. 우리는 왜이렇게 웃음에 메말라있을까? 살아가는게 팍팍해서 일까? 먹고사니즘과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바쁘게 살다보니 이렇게 되버린걸까?
우리는 직장에 들어갈 무렵 웃음을 잃었다가 은퇴하고나서야 웃기 시작한다. 우리가 자라서 노동인구가 되는 순간 갑자기 심각하고 중요한 사람으로 변해 넥타이, 정장과 웃음을 맞바꾼다. 유머 감각의 집단 상실은 전 세계인과 조직의 폐혜를 끼치는 심각한 문제다. 우리는 모두 유머 절벽을 넘어 저 아래 엄숙함이라는 심연으로 굴러 떨어지고 있다.
<유머의 마법>_제니퍼 에이커, 나오미 백도나스
나만 그런줄 알았더니 많은 사람들이 성인이 되어 삶의 책임감을 느낄 무렵부터 유머와 웃음을 잃어간다. 전세계 166개국 140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신기하게도 사회에 나오고 직장에 들어갈 무렵인 23대를 기점으로 웃음을 잃어가고 은퇴한 후 웃음을 되찾았다(그래프). 이대로 우리 정말 괜찮은걸까?
유머러스하고 재밌는 사람은 따로 있다는게 나의 통념이었다. 나는 사실 그렇게 사람들을 웃기는 재능이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장난과 웃음을 좋아하고 잘 웃어주는 사람임에는 분명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자꾸 더 진지해지고 더 심각해지며 요즘들어 유머와 웃음기라는게 일상에서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특히나 마스크를 쓰는 생활이 오래 지속되며 마스크 뒤로 얼굴을 감출 수 있게되자 대화의 기회도 적어지고 의도적으로도 웃지 않다보니 점점 더 표정을 잃어가는 것 같다.
<유머의 마법>에 따르면 유머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힘이 있다. 유머가 인생과 일, 리더쉽, 관계에 적용되었을 때 놀라운 효력들을 보여준다. 하지만 책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유머의 적용사례들이 한국인의 정서에 맞지 않는 부분들이 많아 공감이 안되는 부분이 많아 아쉬웠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의 사례들 중 고위직급이나 권위자에 해당되는 자기비하적 유머는 우리나라의 권위적인 상급자들의 모습과 전혀 매치되지 않아 불편했고, 리더쉽에 필요한 유머가 많은건 좋지만 한국적 정서와 거리가 있는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문화들을 바탕으로 하고있기에 내일 당장 적용하기 어려운 사례들이 많았다.
하지만 유머의 힘은 꽤 과학적이다. 유머를 제대로 활용한다면 전반적인 삶에 풍요로움이 더해질 것은 확실하다. 그래서 어떻게하면 더 재밌고 유머러스해질까? 삶속에서 유머와 웃음이 더 늘어나게 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난생 처음 해보게 되었다. 저자가 설파한 개인의 성향에 따른 유머의 스타일이 상황에 맞게 적용된다면 더 센스있고 위트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의 전환과 희망을 보게된 덕택이었다. 무엇보다 기존에 갖고있는 ‘유머러스’에 대한 부담감을 떨쳐버리고 조금 더 쉽게 유머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유머의 가치
저자는 실제로 스텐퍼드 경영대학원에서 “유머의 기술”에 대한 강의를 한다. 학생들은 몇단계에 거쳐 유머에 대한 심오한 변화를 경험한다고 한다. 처음에는 심각하고 재미없게 시작해서, 일상에서 훨씬 큰 즐거움을 찾고, 웃음을 터뜨리는 일에 더욱 관대해지며, 지나쳤을 유머의 기회를 포착하고, 기쁨을 느낄 이유를 찾는 마음가짐에 대한 습관을 기르게 된다. 실제로 유머의 습관을 길러 더 유쾌해지고 기쁨에 대한 풍요를 느낄 수 있다면 유머에 대한 공부, 가치가 있다.
스트레스가 많은 일과 삶속에서 유머는 하나의 "완충제"의 역할을 한다. 우리는 웃음에 대한 기대만으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은 39%감소되고, 투쟁/도피반응을 이끄는 에피네프린가 70%감소되어 우리는 안전하다는 느낌과 함께 보다 더 침착해지고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된다.이는 물론 더 나은 성과와도 상관관계가 있다.
실로 유머와 웃음은 힘이 있다. 진지한 상황에서도 유연하게 긴장감을 늦춰주며 무엇보다 생기와 활력을 준다. 유머, 웃음을 통해 인간적인 호감과 유대를 느끼며 하루의 피로가 싹 날아가는 효과도 있다. 실없는 유머라 할지라도 웃음을 시도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우리 뇌의 신경전달물질은 스트레스를 줄이도록 작용한다. 웃음이 만병통치약이라는 말도 있던데 우리는 왜이렇게 웃지못하고 있을까? 실제로 적당한 위트와 유머를 지닌 사람들을 보면 인간관계도 일에서도 좋은 성과를 낸다.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긍정성을 찾으며 훨씬 더 큰 회복탄력성을 발휘한다. 정말 나도 더 재밌어질수 있을까? 유머로 인생이 바뀔 수 있을까?
사례들로 살펴본 유머의 마법
집중
사람들이 웃고 있다면 그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뜻이다.
-코미디언 존 셔먼
주변에 센스있고 매력있는 사람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적당한 유머감각이 있는걸 발견할 수 있다. 가령 이들은 대화의 중간중간의 적절한 타이밍에 반응하고 웃는 등의 리액션을 취하며, 상황과 사람에 따른 적절한 한마디로 참 센스있고 괜찮다는 느낌이 들게한다. 사실 말을 많이하는 것 보다는 적절한 말을 하는 것이 더 어렵고, 이런 사람들은 말이 많거나 유창하지는 않아도 사람들의 호감을 산다. 이와 같이, 상황에 맞는 적절한 말은 사람들을 더 집중시키고 더 호감이 느껴지게 만든다. 또한 이것은 업무에도 활용될수있다. 자칫 진지하고 딱딱할 수 있는 프레젠테이션이나 강의에 유머있는 말한마디로 경직될 수 있는 분위기의 긴장감을 완화시키고 집중하게끔 만드는것이다. 이는 청중에게 5%더 경쟁력있고, 11%더 자신감있고, 37%더 높은 지위를 지닌 사람으로 인식되게끔 한다. 유머는 재밌을 뿐만 아니라 집중시키는 효과도 있다.
신뢰, 유대
나는 웃지 않는 사람은 누구도 믿지 않는다.
-미야 앤젤로우
유머와 웃음은 친밀감과 신뢰감을 불러 일으킨다는데 뇌과학적인 근거가 있다. 이는 신뢰 호르몬이라고도 부르는 '옥시토신'분비와 관련이 있다. 함께 웃으며 우리는 감정적 유대감을 만들도록 유도하고 상대에게서 친밀감과 신뢰감이라는 혜택을 얻어 더 좋은 결과를 이끌도록 한다. 우리의 대화 속 곧곧에 숨어있는 유머는 다른사람에 대한 우리의 인식에 영향을 미치고, 끝에 툭 던진 말장난이 사람들의 의견을 효과적으로 움직이기도 한다. 유머는 사람을 매료하고 마음을 누그러뜨려 긴장감 넘치는 협상 테이블에서도 31%더 높은 신뢰감, 16%더 높은 만족감, 18%더 높은 가격의 협상이 가능하게 만든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유머로 인한 신뢰는 친밀감으로 이어지며 이로인한 동지애와 유대감은 그 자리를 벗어나서도 지속되는 힘이 있다. 웃음의 순간을 공유한 사람들은 그 관계에 23% 더 만족한다. 하지만 우리는 웃음에 인색하다. 우선적으로 웃음과 유머에 마음을 열고 관대해지는 것이 필요하다. 웃음에는 헤퍼져도 좋다 많이 웃어 남 안준다(웃어선 안될 상황은 제외하고). 그리고 좀더 친밀한 유대와 성공적 협상도 가능하다.
창의력
창의성은 재미를 느끼는 지능이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상대성 이론'이라는 세상의 근간을 이루는 법칙을 고안해낸 천재 아인슈타인도 번뜩이는 창의성에는 재미가 필수적이라고 한다. 두려움은 창의성의 적이다. 딱딱하고 진지하고 권위적이라 한마디 실수할까 두려운 회의자리에서 다수의 좋은 아이디어가 자유롭게 나오기 정말 힘들다. 격주로 있는 전체 과회의때 과장님이 한마디하시면 나와같은 사원들은 입.꾹.닫.이 일반적이고, 의견을 물을까 고개를 푹 숙여버린다. 어짜피 의견을 내봤자 과장님 뜻대로 할것임을 알기 때문에 괜히 반대의견을 내서 눈밖에 날 필요가 없다고들 생각한다. 다행이 우리팀의 책임자는해외파 13년차여서 그런지 권위적임은 찾아볼 수 없고 직원들을 수평적으로 대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배어있다. 특히 특유의 엉뚱한 유머와 직원들의 말을 경청하고 수용하고자 하는 겸손한 자세는 그야말로 존경스럽기까지하다. 그래서 우리팀의 회의시간은 늘 화기애애하다. 누구든 자기 의견을 자신있고 조리있게 이야기하고 더 발전된 방향으로 아이디어를 거침없이 던진다. 시시한 의견이나 잘못된 의견을 내더라도 묵살하지 않고 의견을 내는 행위자체에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덕분에 이번 우리팀은 연말 성과평가에서 일등을 차지했고 직원들은 일의 성취감과 자부심도 더 높다.
생각해보면 이 모든 것들의 시작은 우리팀 책임자의 엉뚱하고 실없는 유머였다. 얼마나 엉뚱한 분인지 작년 크리스마스 이브날 갑자기 회의 중 신관로비에 다같이 갈일이 있다고 하더니만 로비에 도착하여 꾸며져있는 크리스마스 장식에서 이것도 추억인데 기념촬영을 하자고 하신다. 졸지에 우리는 사람들이 다 지나다니는 로비에서 다같이 산타클로스 모자에 루돌프머리띠를하고 사진을 찍었다(꽤 창피하면서도 즐거웠다). 또 매년 할로윈과 크리스마스가 되면 어김없이 손수 작은 트리와 장식을 가져와서 사무실의 분위기를 한층 아늑하고 화기애애하게 만들어주신다. 팀내의 결속력의 힘은 여기에서 비롯되었는지도 모른다.
유머는 내 의견이 거절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심리적 안전성을 제공하여 창의적인 생각과 더 큰 도전을 하도록 돕는다. 또한 어떤 물체를 기존에 사용하던 용도로만 생각하는 기능적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정신적 유연성을 제공하여 새로운 연결과 연결성을 발견하게끔 돕는다. 이를 이용해서 중요한 회의와 도전에 들어가기 전 유머러스한 영상을 보도록 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기업들도 있다. 또한 유머는 우리 보상체계에 관여하는 도파민 분비를 활성화하여 더 깊은 수준의 집중력과 장기기억을 만들어낸다. 역시 우리팀이 성과가 높은 이유는 따로있었다.
이제 나도 유머러스해지기
중요한건 타이밍
당신이 실제로 재미있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당신이 어떤 농담이라도 할 줄 아는 능력(자신감)이 있는지, 그리고 농담이 상황에 적합한지가 중요하다.
<유머의 마법>_제니퍼 에이커, 나오미 백도나스
우리는 지능과 창의성처럼 유전자와 연관되어 타고난 것이라고 믿어졌던 고정관념이 대부분 잘못된 것이며, 변화를 시도하고 노력하는만큼 향상되고 발전할 수 있다는 성장형 마인드 셋을 통해 많은 부분의 성장과 발전을 이루낼 수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머 또한 얼마든지 훈련을 통해 강화할 수 있는 기술이며, 유머감각을 본래 타고난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한다.
적제적소에 유머를 구사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유머스타일을 파악하는 것이 도움이된다. 저자는 표현이 있거나 미묘한 표현력을 구사하거나, 협력적이거나 공격적인 성향이 있는 것을 기준으로 4가지 유머 스타일을 제시한다. 사실 더 재밌고 옳바른 유머를 규정할 수는 없다. 어떤 유머가 여기서는 재밌지만 저기서는 무례한 것이 될 수도 있다. 또한 유머 스타일이 어떤 때는 적극적이고 어떤 때는 절제하는 등 유연하게 바뀔 수 있다. 중요한것은 어떤 누구의 유머와 스타일을 따라하는 것이 아닌 자신만의 스타일로 상황과 타이밍에 맞는 유머를 구사하는 것이다.
유머러스해지겠다는 의도
완벽한 타이밍을 맞춰 유머스런 한마디를 하는건 어렵지만 지금부터 유머러해지겠다는 생각만으로도 우리는 좀 더 유쾌해 질 수 있다. 하지만 더 유머러스해지길 원한다면 유머의 기술을 알고 노력하는것이 필요하다. 유머도 습관화를통한 연습과 강화가 필요하다.
유머감각도 근육과 같이 정기적으로 사용하지 않으면 위축된다. 오랜만에 거울을 보고 활짝 웃어봤더니 얼굴 근육이 땡겨오며 약간 어색하다. 맙소사 이렇게 안웃었던가? 오늘부터 굳어져가는 얼굴근육과 유머근육들을 더 유연하고 생기있게 하기 위한 작은 습관을 실천해보기로 했다.
<유머근육을 키우기를 위한 실천사항>
1. 하루에 3번씩 양치할 때, 거울보며 환하게 (최대한 행복하게) 웃기
2. 하루에 한개씩 타이밍을 정해 유머스러운 멘트 날리기
3. 시시각각 웃을 타이밍 노리기(그리고 많이 웃기)
4. ‘코미디 렌즈’로 세상을 바라보기
유머 근육을 키울 때 유머러스해지겠다는 의도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코미디 렌즈'를 활용하는 것이다. 우리의 일상은 재미있는 것보다는 진지하고 심각한 일들로 넘쳐난다. 그때, 세상 사람들 모두가 코미디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관점의 전환은 같은 상황에서 좀 더 긴장감을 늦추고 즐거워지는 데 꽤 효과가 있다. 며칠 간 짜증스러운 상황에서도 '인생은 코미디다'라는 주문을 외워봤더니 슬며시 입가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사실 나는 유머를 상당히 좋아한다. 말장난하는 아재개그도 재밌고 엉뚱함도 좋아한다. 누군가가 던진 작은 말장난에도 항상 끝까지 웃는게 나다. 센스있는 한마디로 분위기를 유쾌하고 재미있게 만드는 사람이되고픈 마음도 있다. 다만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 많은 ‘유머 시도’를 하진 못한다. 내 개그에 분위기가 더 썰렁해지면 어쩌지? 실없고 가벼운 사람으로 보이면 어쩌지? 여기서 나는 ‘개그’와 ‘유머’에 대한 차이를 몰랐다.
실제로 개그를 업으로 삼은 코미디언들은 관측되는 진실과는 다른 예측되지 않는 멘트나(부조화), 예측과는 다른 엉뚱한 반응을 과장하여 나타내거나, 구체화, 비유를 하는 등의 ‘유머 스킬’을 구사한다. 이러한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유머를 구사하는 것이 코미디이다. 여기에는 능수능란한 많은 훈련들이 필요하며 코미디 종류와 상황에 따른 각각 특화된 기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유머와 개그의 공통적인 목표는 세상을 더 유쾌하게 한다는 것이다.
유머를 더 많이 활용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재미있으려 애쓰는 대신 웃을 순간을 찾는 것이다.
-전 트위터 최고경영자 딕 코스톨로
하루아침에 개그맨이 될수 없을 뿐더러 그럴 필요도 없다. 하지만 팍팍한 일상에 작은 유머의 말 한마디가 삶의 활력을 불어넣어줄 씨앗이 될수 있다. 오늘 누군가와 더 친밀해지고 더 성공적인 설득과 협상을 해내고 더 집중력을 끌어올려 삶의 풍요를 가져올수 있는 작은 유머의 씨앗을 하나 심어보자. 내기분이 좋아지는건 가장 유익한 덤이다.
웃음과 유머는 긍적정인 감정과 사회적 관계에 만족감을 느끼게하는 마법과도 같다. 더 건강해지고 더 좋은 관계를 맺고, 더 나은 성과를 위해, 그리고 효과적이고 행복해지기위해 마법의 유머 한스푼과 코미디 렌즈를 기억하자. 이제는 코미디 같은 세상에 웃음을 날려줄 타이밍이다.
그냥 주위를 둘러보기만 해도 인생은 말 그대로 코미디로 가득하다.
-멜 브룩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