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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delion Mar 12. 2022

이건 못참지!

포스트 코로나, 지루함이 일상이 되어버린 사람들


"사회적 거리두기"



코로나19 덕분에 새로운 신조어가 탄생했다. 수세기동안 주기적으로 찾아온 유행성 전염병에는 한가지, '거리두기'라는 공통적으로 효과적이었던 방역대책이 있었다.



이 거리두기 대책을 충실히 이행해온 덕분인지 한국은 전세계적인 유행병에 대한 대처가 달랐던 타국의 수치와 비교했을 때 사망률 0.2% 사망자수 8,957명 (2022.3.6.기준)이라는 다소 성공적인 성과를 이루어냈다. 이제 여름이 오기 전에 코로나변이 바이러스의 기세도 한풀 꺾여 일상이 차차 회복될 것이라는 반가운 전망도 보인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는 전혀 코로나 이전과 같지 않을 것이란 전망또한 들려온다. 우리는 지난 2년이 넘는 시간동안 너무 많은 변화를 감당해야만 했다. 전세계적인 '거리두기'가 불가피했던 지난 시간동안 우리 개인은 물리적으로 더 혼자있는 시간이 길어졌고, 디지털적으로는 더 많이 연결되게 되었다. 이제 재택근무, 원격회의, 원격수업은 생활의 일부가 되었고 아이들은 또래의 친구나 가족보다는 디지털기기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외식과 회식, 잡담은 줄어든 반면 넷플릭스 시청, 온라인 게임, 혼밥 등의 혼자서 하는 활동은 증가했다. 사람들은 거리두기를 하며 사회와 사람들로부터 단절된 시간들을 어떻게 보내왔을까?





나는 코로나가 한창인 21년도 초에 독립하여 일인가구가 되는 바람에 '집순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갖게되었다. 원래는 집있는 시간과 외부활동 둘다를 적당한 비율로 하는 것을 선호했었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 코로나바이러스가 두려운건 어쩔수 없었다. 때문에 밖에서는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없으니 집안에서 취미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다니다 집밥 만들기도, 서평쓰기도 난생 처음 해보게되었다.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다보니 최근에는 인테리어에도 관심이 생겨 나름대로 내방구석 홈까페를 꾸며보기도 했다.

내방구석 홈까페와 주말에 만들어 먹은 브런치, 토마토 가지 파스타


매일 나만의 카페에서 직접요리를 한 건강한 음식을 먹는 것은 나에게 단순한 즐거움 너머의 삶을 건강하고 단단하고 충만하게 지지해주는 의미 그 이상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넷플릭스 시청시간도 늘었다. 밥먹을때의 헛헛함과 지루함을 참지못해 보기 시작한 드라마가 시간때우기에는 그만이지만 또한 시간잡아먹는 도둑이다. 특히 주말에 집에 하루종일 있게되는 날이면 더 참을 수 없는 지루함과 넷플릭스 시청의 유혹이 몰려온다. 이때 좋아하는 요리를 한다거나 산책을 하며 환기를 시키면 지루함이 좀 증발되기도 한다. 마음먹고 디지털 디톡스를 하자고 마음먹은 날은 남아도는 시간에 대한 지루함을 이기지 못하고 자꾸 스마트폰에 손이간다.



코로나로인한 사회의 외부적 환경은 우리를 '지루함'이라는 감정에 더 많이 노출되게끔 만들었다. 우리가 혼자서 보내야 했던 지난 몇년간 '코로나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지루함'이라는 감정도 함께 유행하고 있다. 또한 기술과 미디어의 발달은 우리에게 주어진 지루한 시간들을 손만 뻗으면 닿을수 있는 디지털기기와 소셜미디어로 채우게끔 환경을 조성한다. 이전보다 외부적 환경도 많이 바뀌었고 확실히 우리모두 이전보다 더 많은 '지루함'을 느끼고 있다.





지루함이라는 유행병 (Boredom Epidemic)


지루함은 '뭔가를 원하지만 만족스러운 활동에 참여할 수 없어서 아쉽고 불편한 마음'이다. 여기서 지루함의 감정을 느끼는 데 '무엇'보다는 '어떻게'가 중요하다.

지루함을 유발하는 두가지 상황

첫째, 뭔가를 하고 싶지만 아무것도 하고싶지 않을 때 즉, 욕망의 난제에 사로잡혔을 때이다. 이는 무기력과는 차이가 있다.

둘째, 자신의 정신 능력이나 기술, 재능을 발휘하지 않을 때이다. 인간은 인지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 때 지루함이라는 불편한 감정을 경험한다. 또한 인간은 본능적으로 생물학적으로 몰두할 대상을 찾으려는 성향이 있으며 지루함은 그 대상을 계속 찾으라는 신호다.

<지루함의 심리학>



어떤 사람은 좀 더 자주 그리고 좀 더 심하게 지루함을 느낀다고 한다. 실제로 '지루함에 취약한 성질'을 지닌 사람들이 있다. 혹시 내가 지루함에 취약한 성질을 지니진 않았는지 알아보고자 한다면 아래 질문중 몇개에 해당하는지 체크해보자(13개중 10개이상이면 지루함에 취약한 성격일 수도 있다).


<지루함의 심리학>_2장. 골디락스 세상에서 부분발췌하여 개인적인 견해로 작성


  

하지만, 지루함 자체는 지루함 자체이다(나쁜것이 아니다). 지루함의 감정이 찾아왔을 때 '어떻게 반응하냐'에 따라 지루함의 성격이 결정된다. 지루함이 유발되는 상황에서 자신이 지닌 능력(기술수준)에 따른 주어지는 적당한 과제의 난이도가 조화를 이룬(골디락스 존) 일거리를 찾게 되었을 때, 우리는 오히려 동기가 유발되고 의욕이 솟구친다. 지루함은 '행동하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고 이때, 이와같은 '골디락스 존'을 찾아 행동할 수도 있는 것이다.




지루함에 대처하는 방법


지루함은 일종의 불만스러운 감정이다. 지루함의 신호는 하는 일의 내용 보다는 무슨 일이든 거기에 충분히 몰두하고 있지 않을 때 발생하는데, 이는 참여는 하고 있으나 그 일에서 의미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현대인들이 더 쉽게 지루함을 느끼는 이유들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생애주기별 지루함을 느끼는 정도를 분석한 연구는10대후반까지 지루함을 느끼는 정도가 상승하다가 그 이후에 꾸준히 감소하며 노년기부터는 약간 증가하는 형태를 띤다고 보고한다. 이 연구에서는 권태 성향(지루함)을 느끼는 두가지의 이유에 주목하는 데, 첫째는 전두엽피질이 왕성하게 발달하는 시기에는 지루함의 정도가 감소하다가 노년기에 따른 뇌기능 감소로 지루함을 더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둘째는 환경에 따른 자기주도권을 행사하는 정도에 따른 영향이다. 사회적으로 권리와 의무와 책임이 주어지고 자기가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은 젊은 성인의 연령대에는 주체감은 더 많이, 능력발휘도 더 많이, 지루함은 더 적게 느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만, 은퇴 후 수많은 책임과 일에서 벗어나지만 동시에 체력과 정신력의 한계에 부딪히고 사교활동이 줄어드는 노년기에는 쉽게 단절감과 고립감을 느끼며 지루함을 더 많이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지루함에 관하여>_101p


현대의 디지털기술은 지루함에 노출된 현대인들에게 쉽게 시간을 떼울 수 있는 방편을 마련해주겠다고 유혹한다. 모든 것에는 양면적 특성이 존재하지만 게임과 소셜미디어, 시간떼우기용 영상시청 등은 자기통제력과 자주성을 높이고 복잡한 행동을 통제하는 전두엽의 활성화를 높이는 것과는 거리가 있어보인다. 현대인들의 여유시간을 이와같은 활동들로 채우면서 피로감, 좌절감, 무기력, 외로움, 우울, 분노, 슬픔 등 부정적인 감정을 더 많이 경험하고 지루함또한 더 많이 느끼는 것으로 보아 디지털화된 세상이 지루함을 진정으로 해소해주는것 같지는 않다.



지루함에는 다음과 같은 선택지가 따른다. 첫째, 의도와 계획을 갖고 좀더 생산적인 활동을 함으로써 발전과 혁신을 이뤄낼 수 있다. 둘째, 충동과 중독성이 커지는 부적응적인 방법으로 활용될 수 있다.



우리는 대부분 자신의 기술과 재능을 활용해 목표를 추구하고 잠재력을 발휘하며 삶의 의미를 찾아나간다. 지루함은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할 행동이 필요하다는 중요한 신호'이다. 단, 지루함에 어떻게 반응하냐에 따라 이 신호는 제대로 기능할 수 있다.





지루함과 동기부여는 불가분의 관계이다. 인공지능 로봇은 지루함을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지루함은 주변 환경을 탐구하고 조작하고 싶은 욕구로써 내적 동기의 유발과 연관이 되는데, 이는 인간만이 지닌 고유의 학습하고자 하는 의지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스스로 동기유발을 할 수 있는 인공지능 분야의 연구가 진행중이다. 지루함을 나에게 찾아온 동기유발 신호라 해석하고 더 많이 탐구하고 학습하고자 하는 의지와 실행으로 바꾸어나간다면 지루함은 참 유익한 신호라 할 수 있겠다.



이제 지루함이 찾아왔을때 어떤 적응적 반응을 할지 우리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먼저 자신에 대한 관찰과 평가를 통해 내가 지닌 기술과 능력에 대한 메타인지를 높이자. 그리고 나에게 맞는 적정한 (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은)과제의 난이도에 대한 골디락스 존을 찾자. 그렇게 지루함의 신호로 나의 주도권을 찾고 원하는 것을 발견하여 나의 잠재력을 마음껏 펼쳐나갈 무대를 만들어나가자. 그렇게 찾아낸 골디락스존의 과제를 스스로 창조해내고 해결해보는 것이다. 지루한 시간을 여러가지 새로운 활동과 도전으로 채워나가며 삶의 진정한 의미와 주체성을 찾아나가자. 지루함으로 내 삶의 혁신을 만들어나가자. 이것이 나이와 상관없이, 코로나팬데믹과 같은 불가피하게 주어지는 환경적 제약과 상관없이 가장 행복하고 의미있게 하루를 그리고 인생을 살아가는 비결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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