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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하게 흡수

by 지원


소실되는 마음을 건져 올릴 때마다 깊은 바닷속을 상상한다.

심해에 가라앉아있을 마음의 한 구석에 기대어 조용히 생각에 잠긴다.

몸에 힘을 빼고 수면 아래에서 헤엄을 친다.

적당한 시간은 건너뛰기도 하고 다가올 시간을 기다리기도 한다.

물 밖으로 나가면 젖은 머리가 다 마를 때까지 햇살을 마주 본다.

빛은 마음의 또 다른 구석으로 빠르게 흡수된다.


무심하게 흡수한 것들이 오래도록 할 일을 만들지도 모른다.

때로는 불규칙함이 규칙을 만들어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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