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함은 상상을 더해주고 현실에 머무르지 않아도 실망하지 않는다. 선명하지 않아도 어렴풋이 그려지는 형체에 반가움을 표시한다.
나는 늘 안개 같은 순간 속에 들어가 있는 것이 편안했다. 희끄무레한 순간들이 고요해지면 잡음 가득한 귀가 편안해졌다. 그러면 꿈속에 나를 맡기고 눈을 감는다.
아픔은 두려움보다 외로움이 컸다. 외로움은 바닥이 보이지 않는 바다처럼 깊었다. 끝없이 가라앉을 것 같은 심해 속에서 눈을 뜨지 못하고 감고만 있었다.
꿈은 생기기도 사라지기도 했지만 마음에 작은 강을 만들어 두면 가라앉지 않고 다시 떠오르기도 했다.
작은 강은 반들반들한 돌멩이가 가득한 어린 시절에 살았던 관사 앞의 강을 옮겨놓은 듯했다. 텐트 옆으로 아빠와 내가 보이고 그 옆에 남동생을 포대기로 업은 엄마가 보인다.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강물처럼 흘러간다.
지금 나의 꼬맹이만큼 작았던 나를 눈을 꼭 감고 마음에 간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