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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in Mar 14. 2024

문창과 대학원생이지만 쓰기 싫습니다. 어려워서요.

쓰는 자의 자기 고백 00  쓰기의 어려움



항상 자신이 없다. 특히 문장을 쓸 때면 특히나.

내 하루의 주된 일은 문장을 읽고 고치고 쓰는 것이지만,

어딘가 공공연하게 보일 상황에 놓이면, 부담감에 마른침을 삼키게 된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완벽하지 않으면 0이라는 사고방식이 기저에 있다.

어려서부터 받은 교육의 영향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글을 보이는 것 자체가 익숙하지 않다.

어딘가에 글을 게재하면 부족한 점만 보이고, 내 단상들이 가벼워 숨고만 싶다.


그러나,  소설, 에세이, 칼럼 등 완결된 형태에 글을 쓰는 사람에게 보여짐은 당연해져야만 한다.

애초에 문장 형태로 이루어진 기록은 다시 읽기, 보여짐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나는 용기를 내기로 했다.

내 글이, 문장이 약점 투성이고 부족하더라도 드러내기로 말이다.



.


쓰면 쓸수록 느끼는 것은 “정확한 문장을” 쓰기란 쉽지 않은 일이란 것이다.


주술 호응, 적합한 조사의 사용, 중복된 술어와 조사 사용 피하기, 빈번한 접속사의 삭제 등등.

이 원칙들은 깔끔한 문장을 쓰기 위한 가장 단순한 방식이지만,

재밌는 것은 이런 원칙들에만 몰입하면 쓰는 사람의 개성이 사라진다.

기성복을 입은 말쑥한 차림의 사람이 우뚝 서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사실 작가가 되는 일이란 기성복이 아닌 맞춤복을 만들어 입고 서 있는 일이다.


글 쓰기란, 나만의 특질을 표현하는 일이다.

내가 보는 특이한 세상의 시각이나 가치를 표현하는 일이다.

그 표현은 “상황의 독특한 해석”이나 “문장을 배열하는 방식의 변주나 변칙”들로 구현된다.

전자는 주로 에세이에서, 후자는 소설에서 두드러진다.



이와 관련해서 BTS의 랩몬스터가 이런 말을 했다.


“어린 시절 에미넴, 라스, 카니예웨스트, 에픽하이 타블로 등을 보며 성장했다”
“하지만 내가 기술적으로 그 사람들보다 랩을 잘할 것 같지 않다고 생각했다”
“가사도 (그들에 비해) 깊이가 엄청 있는 거 같지 않고 단순히 BTS라는 팀을 통해 영향력을 얻기는 했지만 굳이 내가 솔로 앨범을 내야 할까?”라는 고민을 했었다고 털어놨다.
“나는 내가 존경하는 에미넴, 라스, 카니예웨스트, 에픽하이 타블로와는 와는 또 다른 나만의 모서리가 있다고 믿는다. 나만의 오리지널 한 주파수가 분명히 있다”

-알쓸인잡 중


표현 예술, 사진, 회화, 조각, 문학, 글 쓰기 등은 결국 자신만의 모서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이 모서리를 찾기 위해 오늘도, 내일도 시도한다.

행동하는 것이다. 한 글자라도, 한 단락이라도 쓰고, 또 쓰는 것이다.

나는 이런 종류의 근면함을 경험할 때마다 “예술”이란 영감을 받아 콰르릉 번쩍 하는 즉각적인 탄생이 아니라

보석을 세공하고 철은 만드는 제련에 가깝다고 느꼈다.



부끄러움과 걱정을 뒤로한 채

이곳에 불완전한 글을 남겨둔다.

그리고 생각한다.

지금 이 글은 나만의 모서리가 될 수 있나?

확실한 것은 오늘 하루치의 몇 퍼센트 근면 정도는 달성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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