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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씽크 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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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피원 Dec 07. 2020

‘겉바속촉’ 코로나 시대의 사랑


며칠만 지나면 어느덧 2020년의 달력도 한 장밖에 남지 않는다. 아무도 코로나19가 지금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부터도 처음 코로나19가 ‘우한 폐렴’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등장했던 올 초에 계획한 해외여행을 포기하지 않았다. ‘금방 끝날 텐데 뭐’라는 생각이었다. 그 이후로는 5월 전에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고, 여름이 가기 전에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기대를 접었다. 마스크를 쓰고 일상생활을 하는 것에 지겹도록 익숙해졌고, 매일매일 불어나는 확진자 수에 무감각해졌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때때로 낯섦이 몰려올 때가 있다. 나는 대학교를 휴학하고 한 회사에서 인턴 생활을 하고 있다. 집은 인천이고 회사는 서울이라 매일매일 1호선에 몸을 싣고 다닌다. 사실 이런 생활은 지금뿐이 아니고, 대학 역시 서울이라 비슷한 노선으로 지하철을 타고 다녔다. 그렇게 약 3년간을 타고 다녔던 지하철이, 요즘은 가끔 낯설 때가 있다. 발 디딜 틈 없이 빽빽하게 사람이 들어찬 열차에서 말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을 때가 특히 그렇다. 누군가 특별히 길고 소란스럽게 말소리를 낼 경우 열차 내 사람들의 시선이 그에게 꽂힌다. 친구와 함께 탄 사람들도 열차 안에선 말없이 각자 핸드폰만 보고, 커플도 마찬가지다. 기다란 열차에서 들리는 소리라곤 지하철이 달리며 내는 소음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너무나 부자연스러운 침묵이다.

 



이런 지하철의 모습은 코로나 이후 우리 삶의 모습이 압축된 형상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언젠가 한 적이 있다. 온전히 내 공간에서만 자유롭고 편한 모습으로 지내고, 타인을 만날 땐 무조건 마스크로 코와 입을 가려야 하는 세상. 불필요한 말을 하거나 재채기를 할 경우 불편한 시선이 꽂히는 세상 말이다. 점점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아짐과 동시에 내 삶을 온전히 보듬는 것도 바쁜데, 남에게까지 베풀 사랑은 없다고 여기는 사람 역시 많아지는 것 같다. 생각할수록 삭막하기 그지없다.         



 그런 와중에 MBC 다큐플렉스 ‘코로나 시대의 사랑’이라는 작품을 봤다. 팬데믹을 겪고 있는 전 세계 사람들이 함께 만든 다큐멘터리라는 말에 끌렸던 것 같다. MBC가 묻는 ‘당신은 안녕한가요?’라는 질문에 세계가 답하는 형식이었다. 전체적으로 코로나 이후로 달라진 전 세계인들의 삶을 다루는 내용이었는데, 나라도 다르고 언어도 다른 이들이 다른 듯 같은 아픔을 공유하고 있었다. 코로나19로 부모님을 잃은 이들은 똑같이 그들을 추억하고, 아파한다. 어떤 이는 이번에 떠난 엄마가 먼저 떠난 아빠와 하늘에서만큼은 싸우지 않기를 바라기도 한다. 

다른 나라에서 다른 문화를 겪으며 자란 사람들인 만큼 각자 애도하는 방식은 천차만별이지만, 모두가 비슷한 이유로 힘겨워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이렇게 모두가 힘든 와중에도 나를 사랑하는 누군가는 남아있다는 것이었다. 꼭 코로나로 누군가를 잃지 않았어도 느낄 수 있다. 생각해보면 외출을 많이 하지 못하면서 얼굴을 보기 어려워진 지인들에게 연락이 자주 온다. 팬데믹을 이겨내기 위해 바쁘게 살다가도 가끔 한 번씩은 내 생각이 문득 나서 연락을 준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코로나 시대의 사랑이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다.        

 


결국 우리 모두는 ‘동반자’라는 것. 그것이 다큐플렉스 ‘코로나 시대의 사랑’ 편이 의도한 주제가 아닐까 싶다. ‘아직 20대인 내가 살면서 이런 일을 다시 겪을 날이 올까?’싶을 만큼 사상 초유의 팬데믹. 그 속의 삶은 겉으로 보기엔 삭막하고 메말라 보이지만, 좀 더 깊은 곳을 들여다보면 충분히 따뜻하고 사랑이 가득하다는 것. 그리고 아직 그런 세상이기에 우리는 다 함께 팬데믹을 이겨낼 수 있다는 것 말이다. ‘코로나 시대의 사랑’을 보고 누군가가 떠오른다면, 지금 생각나는 바로 그 사람에게 안부 전화 한 통쯤 걸어보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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