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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쪙약사 Sep 21. 2020

허기진 나이트 근무

나는 배가 고프다.

9월, 10월 두달 동안 야간 근무를 한다. (공식적인, 그러니까 월급 명세서에 따지는) 근무시간은 저녁 6시부터 다음날 아침 7시까지로 총 13시간이다. 그런데 이브닝 근무자와 야간 근무자가 교대되는 시간에는 반드시 마약 수량이 맞는지 확인해야 하므로, 20분씩 일찍 출근해야 한다. 20분씩 일주일이면 100분, 한달이면 400분으로 무려 6시간보다 더 되는 시간이다. 이 시간은 병원에서 근무시간으로 인정해주지 않는, 착취당하는 노동시간이다. 그런데 나이트 근무를 하는 사람에게 5시 40분까지 출근하라고 하면서 밥도 주지 않는다니?  통근시간까지 고려하면 거의 집에서 5시쯤 출발해야하고 그러면 저녁을 4시에 먹어야 하는데, 다음날 아침 7시까지 일하는 사람에게 저녁 4시가 저녁식사를 할 시간일까. 저녁을 먹기엔 애매한 시간인데, 한숨만 푹푹 나왔다.

 

1. 저녁식대를 제공하지 않는다.

2. 저녁식사 시간을 단 30분도 제공하지 않는다.

3. 저녁 도시락을 준비해주지 않는다.   


이 병원이 우리를 인격체로 대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야간 근무 시간에는 총 3명이서 근무를 하는데, 각자 일하며 먹기 편한 음식들을 꺼냈다. 만두, 홍루이젠 샌드위치, 허쉬초콜릿, 초코우유. 일단 먹어야 일을 하는 편이라 동료 선생님들에게 감사해하면서 조금씩 주워먹었다. 제대로 된 한끼를 먹지 못해서인지, 늦은 시간에 일을 해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새벽이 되자 은은하게 속이 쓰려왔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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