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3.9~3.17)
3.9 (목)
캠브리지 영어 수업에 갔다가 빈티지 샵 구경하고, 저녁 테니스!
옛 것들이 주는 케케묵은 향기가 좋고, 누군가의 손이 닿아 온기가 남아있는 빈티지가 참 좋다.
고급 소재로 만든 맞춤형 옷도 좋지만 우연히 만난 옷이 나와 딱 맞을 때의 그 쾌감도 상당하다
아직 나는 정확한 계산으로 틀에 짜여진 인생보단 이리저리 다니며 우연히 만난 행운 하나에 호들갑 떨며 기뻐하는 그런 인생이 더 좋은가보다-
(캠브리지에 있는 빈티지 & 코스튬 매장 정보 아래 사진 참고)
3.10(금)
오늘은 미국에서 보내는 남편 첫 생일.
새벽부터 일어나 열심히 생일상을 차렸다.
저녁엔 근사한 식탁보와 함께 정갈한 음식 셋팅에 공을 들였는데, 나름 분위기 있어서 만족.
낮 시간엔 도서관 영어수업 후 SANTOUKA에 가서 매콤한 라멘을 먹고 LUSH에 가서 입욕제와 팩을 샀으며, 뉴버리 스트릿에 있는 해리포터 굿즈샵도 구경했다.
꼭 한 번 방문하고 싶었던 이쁜 디저트 카페 JONQUILS 에 들러 커피와 곁들인 디저트 타임!!
새벽 5시에 일어나 자기 전까지 부지런히 움직인 하루였다
오늘 기억에 남는 것
도서관 영어수업 주제가 "미니멀리즘"이었다.
수업 중간에 '만약 내 집이 불에 탄다면 꼭 가지고 갈 것들' 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 있었고, 이는 결국 미니멀리즘이라는 주제와 부합되어 꼭 필요한 것만 가지고 살자! 라는 결말이 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에서 온 한 여성이 자신의 집이 전쟁으로 실제 불에 탔었고,그 때 가지고 나왔던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눈물을 계속 흘리는 것 아닌가.
선생님도 학생들도 예상치 못했던 전개에 꽤나 당황을 했고 미안한 기색을 숨길 수 없었다.
요즘 내가 제일 많이 생각하고, 느끼는 것이 바로 이 포인트이다.
장난으로 던진 말에 개구리는 맞아 죽을 수도 있고, 유머로 던진 말에 누군가는 분노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하며, 내 희망이 누군가에겐 절망이 되기도 할 뿐더러, 순수한 의도의 용기있는 말이 누군가에겐, 어쩌면 배부른 자의 푸념 정도로 비춰질 수도 있다는 것.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말을 하는 게 조심스럽고 너무 어려운 것 같다.
3.11(토)
뉴올리언스 여행 준비하며 오랜만에 BBQ치킨을 뜯었다.
영상편집도 열심히! 그런데 구독자가 100명이 넘어서 깜놀!
인생을 기록하고 싶은 순수한 마음으로 시작했던 유튜브였다.
일 분 일 초도 허투로 쓰지 않고 싶기도 했고.
구독자가 엄청 늘어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다거나 그걸로 돈을 벌고 싶다거나 하는 생각은 없다.
그저 내 욕심이라면, 나와 비슷한 삶의 태도를 가진 찐 구독자들과 함께 서로 응원하고 지켜보고 소통하며 건실한 삶을 만들어나가고 싶다는 것 하나.
연연하지 말고 묵묵히 나는 내 길을 꾸준하게 가야겠다고 결심
3.12(일)
아침에 테니스치고, ASSEMBLY ROW에 가서 남편 생일 선물 겸 여행준비 쇼핑을 했다.
보스턴 속 작은 아울렛을 종횡무진 누비고 다니며 폭풍쇼핑!!
물건의 노예가 되지 말아야지, 겉치레보다 속이 깊은 사람이 되어야지, 생각하면서도 영락없이 이쁜 옷에 손이 가는 걸 보니 아직 나는 참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3.13(월)
하버드 쪽으로 처음 갔던 산책로 풍경
정확히 내가 뭘 원하는건지, 하루에도 몇 십번을 넘게 흔들리는 것 같다.
어딘가에서 숨쉬고 있을, 내 인생의 조력자여!
이제 슬슬 나타나줄래요?
3.14(화)
날씨가 너무 안좋았던 날. 비바람이 매섭고 날도 추워서 일정 다 접고 하루종일 휴식했다.
얼마만의 휴식이었던가
그래서 휴식 어떻게 보냈냐구요?
그야 당근, 더 글로리 결말까지 정주행했지 연진아~
3.15(수)
비바람이 쓸고 간 자리에 남은 맑은 하늘
찰스 타운에 있는 Tatte에 가서 독서모임 책을 완독하고 도서관에서 뉴올리언스 여행준비를 했다.
그리고 영상편집! 여행 가기 전에 브이로그 최근꺼까지 다 올리는 게 목표인데,
쉽지 않다 후-
요즘 내 세상은 삼각형 속에 있다. 삼각형을 누르면 온 세상과 소통할 수 있고, 내 이야기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문득 이 세상 수 많은 것들이 삼각형 속에 갇혀버리는 현실이 참 웃프다
3.16(목)
살짝 우울했던 날
영어수업에서 사람들과 이야기도 하고, 끝나고 오랜만에 나온 친구들과 분명 수다도 떨었는데..
화창하고 맑은 날씨에 편하게 낮맥 한 잔 하며 삶에 대해 시시콜콜한 이야기로 꺄르르 웃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필요했던 날
한국에선 친정 식구들이 그 역할을 해줬었는데 여기선 핸드폰을 아무리 들어봐도 편하게 부를 사람이 없다.
남편이 이런 내 마음을 또 어떻게 귀신같이 알아서 내가 좋아하는 수제맥주 파는 곳에 데려가주었다.
그래서 하루의 끝은 솔찬히 좋았다규 히
3.17(금)
만나고 싶던, 조합이 꽤나 궁금했던 왁자지껄 멤버들과의 첫 만남
앞으로 우리들이 만들어 갈 추억들이 궁금해지는걸?
마음 편하게 이야기하고 웃고, 넘 재밌네!
진짜 나를 위하는 사람과 가짜로 위하는 사람
진짜 우정 그리고 가짜 우정
진짜 좋은 사람과 가짜로 좋은 사람
가짜들이 판을 치는 이 세상에서 봄날의 햇살 같은, 진짜 사람을 만나기가 참 어려운 듯 하다
우선 나부터, 나부터 진짜가 되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