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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광대 Dec 30. 2023

메두사를 향한 무지개 반사!

돌이 된 청년을 향한 애도

인간관계의 필터버블이 생기는 것은 삶의 영양불균형을 초래한다는 생각에 다양한 환경에 뛰어들었고 이에 가장 적합한 도구가 회사였기에 여러 회사를 다녀보았다고 앞에서도 이야기를 했었다.

(인사담당자들이 싫어할 인재가 바로 나다.)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어찌 고통과 상처가 없을 수 있겠는가.


특히 젊은 여자가 일을 한다면!


20대 여자 사회초년생으로서 열등감이 있다.

하지만 없는 것이 이상하지 않는가?


차분하게 근거를 대며 이야기를 하는

같은 남성과 여성이 있을 때,

신뢰감을 더 주는 것은 남성이었다.


특히, 젊은 여성은 어리숙하고 어릴 것이라는 판단에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라는 생각이 무의식 속에 있었고 이를 활용당하는 사례가 늘었다.


내 안의 데이터베이스는 20대 여자 사회초년생으로 사는 것은 매우 힘들다고 결론을 내렸다.


'아무것도 모르는 약한 아이'에게 표현하는 아무 생각 없는(없는 척일 수도) 악의는 20대 사회 초년생의 여리디 여린 마음에 상처를 내곤 하는데,


가령 "~하면 더 예뻐지겠는데" 하는 조언을 빙자한 외모적 평가나(이러면 5만 원),


"~하면 사람들이 싫어해, 가끔은 할 일 없어도 앉아있어야지(이래도 5만 원)" 하는 조직 문화를 퇴행시키는 가스라이팅,


"아직 뭘 몰라서 그러는데, 우리는 다 이렇게 했어(이러면 할인해서 7만 원)"하는

불법 자행을 일삼는 까내림까지.


참나,

지금은 기가 차는 가스라이팅이며,

회사를 위한 마리오네트로 만들기 위한 작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당시의 어린 나에게는 효과적인 작업 방법이었다.


그 덕분에 성형을 알아보기도 했고,

할 일도 없지만 퇴근 시간 후에도 자리에 앉아 눈치를 보며 있었다.


어쨌든 나는 회사의 사람이니,

회사는 자아가 있을수록 힘든 곳이니,


나는 자아를 깨기로 마음을 먹었으니!


그럼에도, 유독 힘들었던 날이 있었는데 이는 자아를 넘어 자존심과 자존감을 무너졌을 때가 있었다.


나의 또래처럼 보이는 여자 아이가

그 공간에 있다는 것도 놀라웠던 그날.


술과 흥에 취한 상사가

그의 딸 또래인 나에게 

우리 팀만 있을 수 있는 룸이 예약되어 좋다고 말하는 나에게, 룸살롱 좋아하냐고 반문했던 그날.


(당시 야한 농담을 주고 받는 것이 익숙했던 조직은 위 말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 있음을 몰랐을 것이다.)


술과 함께하는 사회의 민낯을 보면 볼수록 사회는 본능과 야생이 넘쳐흐르며

사피엔스로서의 이성을 찾아보는 것은 가능성이 적다는 것을 온몸의 세포가 말해주었다.


본능에 의한 약육강식의 세계,

그 세계에서 20대 초반 여자는 철저한 약자였다.


처음 룸살롱을 좋아하냐는 말을 들었을 때,

유튜브는 엉덩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어떻게 반응을 했어야 했을까.


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어리숙하고 아무것도 몰랐기에

그 자리에서 메두사의 머리를 본 사람처럼

돌처럼 굳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언어는 나에게 독이 되었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오열을 하며

고향으로 도망치고 싶었다.


이제는 안다.


아, 무지개 반사!


메두사를 죽이는 방법은 거울을 비추는 것이다. 


그들도 한번 그 문장을 들어보라지?


룸살롱을 좋아하냐고 물어본 그에게,

"아, 제가 룸살롱을 좋아하냐고요?"

이렇게 무지개 반사를 했다면,

 

할 일 없어도 가끔은 야근을 해야한다고 말하는 상사에게 "아, 할 일 없어도 그냥 앉아있으라는 말씀이시죠?"라고 웃으며 물어본다면,


외모적 평가를 하는 그녀에게 "아, 저보고 ~하라고 말씀하신 것 맞으시죠?"


이렇게 그냥 무지개 반사를 해보았다면 어땠을까?


하며 평행우주의 나를 믿어본다.


과거의 나는 무지개 반사를 못해

돌처럼 굳어버린 어리디 어린 20대 여자 사회초년생이었지만


그 세계에서는 적어도 그들이 돌처럼 굳어서

다시 한번 자신이 내뱉은 문장을 곱씹어 보는 기회가 되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과거의 나와 같은

수많은 어린 돌의 수는 조금은 적어지지 않았을까?


자, 다시 한번 사회에 나갈 미래의 우리를 위해 다시금 크게 외쳐본다.


이놈의 독이 든 어른들아!


무지개 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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