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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광대 Dec 14. 2023

칭찬은 거절합니다.

칭찬의 정치운동

돈을 쓰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

까다롭고 무거운 몸이었다.


돈은 없었지만 더 이상

나의 몸을 방치해선 안되겠다는 생각에

큰맘 먹고 PT를 끊었다.


(적어도 이때만 해도 돈벌레는 아니었다.)


2번째 PT수업에서 데드리프트라는

사악한 운동을 배웠는데,

이는 약 20KG의 바벨을 땅바닥에서 끌어올리는

운동으로,

보기에는 쉬워보이지만

막상 몸은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내 몸 하나 컨트롤하는 것이 어려워

스스로도 답답했지만,

인내심이 강했던 PT선생님은 하나하나 상세를 가르쳐주었다.


바는 발의 중간쯤에 두고, 고관절을 접어준다는 생각으로,


시선은 땅이 아닌 노란색 박스를 보며,


네, 쌤!


저도 '상상속의 나'는 이미 몇 십번을 거뜬히 수행했습니다만,,


현실 속의 실제의 제가 안 따라줍니다..!


하염없이 무너지는 나에게도

선생님은 잘했다는 칭찬과 함께,

등을 잡고, 엉덩이를 살짝 들며, 무리하게 상체를 일으키지 말라며 조언을 해주었다.


스스로가 보기에도 분명히 어딘가 잘못된 자세임에도 선생님께서는 ‘잘했다.’는 칭찬을 해주셨고,


선생님의 격려에 감사함과 동시에 부담이 되었다.


‘잘했다.’는 것은

앞으로도 ‘잘해야한다.’는 것을 내포한 것임을 알았기에, 칭찬을 온전한 칭찬으로 받지 못했다.


물론, 칭찬봇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누군가를 칭찬하는 일을 좋아한다.


상대방의 장점을 알아차리고, 이를 표현하는 일은 값진 일이라고 생각하


잘생긴 사람을 보면, 잘생겼다.

멋있는 사람을 보면 멋있다.


이렇게 칭찬을 하면 모두가 기분이 좋아지는데, 공리주의 관점으로 보았을 때,

칭찬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러한 칭찬을 이용하려고 할 때이다.


어릴 적 독재자와 관련된 책을 읽었었다.


그 책에서는 ‘칭찬을 이용하는 법’에 대해 서술되어 있었다.


즉, 칭찬을 함으로써 상대방을 틀에 가두고, 가스라이팅을 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었고,

이는 중학생이 읽기에는 다소 무서울정도로 유용하면서도 현실적인 책이었다.    


‘너는 정말 말을 예쁘게 하는 것 같아.’,

‘일을 정말 꼼꼼히 하는 것 같아’라고 칭찬을 함으로써


말을 나쁘게 하지 못하도록 하며,

일을 실수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


칭찬이라는 예쁜 리본으로 상대방을 옭아멤으로써, 

옴짝달싹 못하게 만드는 것.


그 달콤한 리본이 낚시줄인줄도 모르고 모두들 마리오네트처럼 움직이게 된다는 것.


칭찬의 정치성을 앎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이론에 비해 응용이 부족했던 나는

칭찬에 이리저리 휘둘렸다.


‘참해서 좋아.’

‘집안일도 잘하고, 커서 시집 잘 가겠네’,

‘당신은 타인에게 모범이 되어 이 상장을 수여합니다.’


어려서부터 받았던 칭찬은 

당시 나를 참하지 않으면 안되게 만들었으며,

착실하지 않으면 안되게 만들었다.


‘~해야한다.’보다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하는 것이

더 치밀하고 효과적이었다.


그렇기에 칭찬은 무서운 것이다.


칭찬을 받는 것이 익숙했던 나는

회사를 다닐 때도 인정욕구에 목말라 칭찬을 좋아했으며 누군가의 비판에 두려워했다.


이는 나를 포함한 사회초년생 모두에게 보이는 공통점이었는지,

마치 제1회 회식자리배 테이블세팅 빠르게하기 게임에서 '손이 빠르네', '센스있네' 라는 1위 칭찬을 거머쥐기 위해 출전하는 선수들 같았다.

 

뿐만아니라 칭찬의 탈을 쓴 평가는 면접관이 피면접자를 대하는 것처럼, 제 3자로서 객관적으로 상대방을 분석해야만 도출될 수 있다.


때문에 ‘분석’을 토대로 나오는 칭찬은

‘보는 위치’에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이며

관찰을 하는 사람으로서의 위치,


즉 높은 계급에 있음을 반증한다. (부하를 칭찬하는 상사는 상상할 수 있지만, 상사를 칭찬하는 부하는 있을 수 없다.)


때문에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있을 때, 누군가를 칭찬하면 그것만큼 우아한 승리도 없다. (예! 예상치 못한 번트였습니다!)


사회생활 3년차, 이제는 칭찬에 학을 땐 지금,

누군가 나에게 참하다고 칭찬을 한다고 해도,

일을 잘한다고 한들,


타인의 평가와 칭찬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들으며 그들의 칭찬에 일희일비하지 않기위해 노력한다.


적당히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미소짓는 것이 나에게도 상대에게도 이로운 일일테니.


그리고 개인적인 칭찬의 정치 운동으로서

평가가 담긴 칭찬보다

환호의 빈도를 늘리려한다.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환호성을 내비치는 큰 소리


"우와!"를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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