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동생이 3차 항암 주사를 맞는 날이다. 2차 주사하고 너무 힘들어 동생의 맨탈이 벌써 무너졌다. 암이 퍼지던 말던 항암주사를 그만하고 그냥 이대로 죽겠다고 했다. 입안엔 고름이 고이고 피도 났고 혓바닥은 가뭄에 논바닥 갈라지듯이 쩍쩍 갈라져 있다, 잘 먹고 휴식을 잘해서 백혈구 수치가 내려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병원에서는 말했지만 음식이 그 입안에 들어가면 소스라치게 아파 먹기를 힘들어했다.
나는 옆에서, 맛있어야 먹게 된다며 소금 간을 해서, 그래도 먹어 보라고 재촉을 했다.
짜면 더 아픈데! 그리고 지금 무슨 맛을 알겠냐며 짜증을 내면서도 찻숟가락을 가지고 양쪽 입가가 찢어져 입을 잘 벌릴 수 도 없으니 손으로 살짝 입을 벌려서 한 숟가락씩을 먹고 먹고. 한 공기 죽을 한나절을 먹는다. 평소에 돈에 대해서는 남다르게 애정을 가지고 살았던 동생이 그런다.
"언니야! 돈이 있으면 뭐해. 밥 한 숟가락도 제대로 못 먹는데.."
그러면서도 살기 위해 아니 살고 싶어서 먹기와 하루 종일 사투를 벌인 끝에 다행히 백혈구 수치가 내려가지 않아 오늘 3차 주사도 맞을 수 있게 되었다.
주사를 맞고 나면, 약기운이 몸속에 퍼지기 전에 서둘러 집에 가야 한다. 약 기운이 몸에 퍼지면 속이 울렁거려 차를 오래 타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또 주사를 맞기 위해 하루 종일 병원에서 이 검사 저 검사에 시달려 기진맥진 해진 환자가 다행히도 승차감이 좋은 차를 타고 갈 수 있어, 새삼스럽게 아우디 A8 L 가 동생네 집으로 가게 된 것에 대해 감사하다.
지난 5월 어느 날, 시골에 사는 둘째 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막내 동생네가 차를 바꾸면서, 탔던 아우디가 남에게 팔기 아깝게 새 차 같다며 시골 동생에게 인수하기를 권해서 사기로 했다고 했다. 순간 진심으로 너무 축하했다. 동생들이 다 들 잘 살아서 정말 좋았다. 진짜 정말 좋다.
그리고는 밤에 자려고 누웠는데 눈물이 주르르 흐른다. 내심 참고 있었던 눈물인 듯싶다. 시간이 지날수록 , 나이가 더해질수록 내가 언니 다워지기는커녕 한 걱정 끼치고 있는 내 모습이 초라하다. 동생들과 빈부 격차라 할까? 수준 차이라 할까? 아무튼 벌어지고 있다.
눈치 빠른 딸이 내 마음을 알고 달래 주려고 애쓴다. 내 옆에서.
내 동생 들은 다들 이름 있는 묵직한 외제 차를 타고 다닌다. 그런데 나는, 그것도 올케가 사준 내 차가 있었는데 지금은 차 유지비도 아껴야 할 형편이어서 팔았다. 큰딸의 차 모닝에 의지하여 그래도 신난다고 살고 있다가 어쩔 수 없이 마음이 무너졌다.
며칠을 흐린 하늘과 함께 회색 마음이 되어 살았다. 그러나 나는 이내 나답게 힘을 내어 일어났다.
" 나는 내 마음을 밝은 초록으로 바꿀 수 있어! 내 자전거를 타고 호숫가에 나가면 돼! 내 초록 자전거로 초록 사이를 달리면 돼! 요즘 꽂힌 노래, 잔나비가 부른 산울림의 커버곡 "그대 떠나는 날에 비가 오는가"와 "안녕"을 들으면서 달릴 거야 아모르파티를 외치면서!라고 일기장에 쓰여 있었다. 나를 잠시 슬프게 했던 아우디 차는 지금.
동생이 암 선고를 받고 강원도와 서울을 20번도 더 왔다 갔다 하고 있는데 운전하는 제부나 환자에게나 너무나 고마운 동반자가 되어 주고 있다.
" 때를 따라 은혜를 베푸시는 주님 은혜에 감사합니다"라고 하시는 어느 목사님의 기도가 생각난다.
그렇게 까지 좋은 차는 시골과 맞지 않는다고 시답잖아한 동생이었지만 꼭 필요할 거라고 예견한 듯 적시에 아우디 A8 L 은 그곳으로 갔다.
그러고 보면 나는 좋은 차를 탈 수도 없지만 필요하지도 않는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 주말이면, 예쁜 딸이 운전해 이름이 "찐 모닝" ( 딸과 나는 방탄소년단의 팬 아미이다. 그중 "진"을 좋아해서 차 이름이 찐 모닝이다)인 우리의 깜찍한 국산차를 타고 콧바람을 쐬러 야외로 나간다. 매번, 크고도 넓은 파란 하늘에 그려지는 순백색의 구름 모양을 보며 우리는 감탄을 하며 한 마음이 되어 흥분을 한다. 이때 나는 빠트리지 않고 말한다. "찐 모닝이 한몫 해~ 쪼금 한 딸도 쪼금 한 모닝도 고맙다 고마워!"라고 한다.
이제 동생은 2시간 30분을 달려 집에 도착했다고 한다.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너무 짠해서 눈물이 난다. 이번에는 쉽게 넘어가길 빌고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