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복이 많다고?

by 이연

내가 수술했다는 소식을 들은 지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연 씨! 수술했다며? 고생은 했겠지만 잘했네~ 딸들이 간호랑 잘했겠지?"

" 네~둘이서 번갈아 연차 내고 간병 잘해주었어요~"

"하여튼!*연 씨는 복이 많다니까! 부럽다~"

" 어어 복이 많다고? 부럽다고? 내가? 아! 네네 복이 많아요~"

복이 많아요?

그렇다. 이번 일만 봐도 그렇.

나는 1년이 넘도록 허리가 아파 고생하면서도 시술이나 수술을 안 하려고 안 간 애를 썼다. 그러나 이내 너무 심한 통증이 밀려와 잴 겨를도 없이 빨리 수술을 하고 싶게 만들었고, 터진 디스크도 예후가 좋게 한쪽으로만 터져서 수술도 깨끗하게 잘 끝났다고 한다.

그리고 내가 큰 일을 당하고 보니, 지극정성 키운 딸들이 어느덧 다 자라 각자의 몫은 물론 나의 든든한 보호자가 되어 주고 있었다.

게다가 수호신 같은 존재인 내형제들은 어떤가? 병원비 많이 나왔겠다며 말없이 통장에 돈을 두둑이 넣어주었다. 매번 너무 뻔뻔하게도 꿀꺽꿀꺽 잘도 삼킨다. 감사를 넘어선 감사에 대해 타성에 젖지는 말아야 하는데 이미 그러고 있지는 않은지..

이렇게 복이 있는 내가 복이 없다고 생각을 했던 이유를 생각해야 했다.

여자로서 사랑받고 보호받아야 할 남편이 없어서?

남편! 그 남자는 신혼초부터 퇴근 후 정상적으로 집에 들어오는 날이 없이 무질서했고, 감정조절이 안되어 어이없는 일에 화내고, 일관성 없는 언행에 항상 불안했다. 그리고 술 주사에 나는 벌벌 떨며 살았다.

사흘이 멀다 하고 부부 싸움을 했다. 싸운 뒷날이면 분에 차 씩씩 거리며 "오늘 나가서 들어오지 마! 제발 내 눈앞에서 사라져 버려!" 울부짖곤 했다.

그랬던 나에게 남편은 3년째 내 눈앞에서 사라지고 없다.

그는 평소에도 돈 관리를 못했었다. 급기야 가족에게 말 못 할 빚을 지고 스스로 자기 자리를 내놓고 가족 앞에 나타나지 못하고 있다. 그날에 수없이 울부짖던 그 소리를 기라도 한 것처럼.

싫어서 어쩔 줄 모르는 남편이었지만, 갑자기 없어진 남편의 빈자리는 있었다. 가슴 한 곳에 구멍이 뻥 뚫린 것 같은 허전함으로 오랫동안 상실감에 떨었다.

그리고 갑자기 끊겨버린 생활비! 암담했다. 당장 해결해야 했다. 내 나이는 뽑아주지도 않는 공장에 나가 일하면서 , 만두가게에 나가 뼈가 부서져라 일하면서 몇십만 원을 벌어 생활비에 보탰다. 그 남자가 나를 또 무서운 세상으로 내몰았다는 원망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제는 용서하지 않을 거라고 굳게 마음을 먹었지만 애들 아빠라는 존재가 내 마음을 옭아매었다.

이렇듯 남편이라는 프레임에 나를 가두었다. 당연히 복이 없다고 생각했다. 복이 들어올 리 없는 언행의 일상이 내 인생을 꾹꾹 누르고 있었다.

아! 행복은 불행해 보이는 사람도 스스로가 행복하다고 말한다면 그는 절대가치로서의 행복한 사람이 된다고 한다.

'네! 나는 복이 많은 사람입니다'라고 스스로 수긍하고 동의할 때 복이 많은 사람이 된다고 한다.

지금 가지고 있는 것에 가치를 두고 그것을 잘 활용하며 살면 행복하다고 했다.

사실을 고백하자면, 스트레스의 원인이었던 그 남자가 없어지고 내가 얼마나 편안한 숨을 쉬고 있는지 모른다.

유난히 부부 사이가 좋아 24시간을 함께하며 잘 사는 내 동생들을 보며 부러워했다.

왜 나만! 비관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나는 편안한 숨을 쉬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안정되고 평화로운 내 마음은 애들에게 결핍된 아빠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 에너지로 활용하고 있다.

이제 나는 스스로 내 복에 동의한 거다.

아픈 허리로 인해 거의 3달을 제대로 된 일상을 살지 못했다. 통째로 봄도 건너뛰었다. 수술 후 3주가 지나서 살살 호숫가에 나가 보았다. 더욱 풍성하고 무성해진 짙은 초록의 대지 위에 여름이 달려오고 있는 듯했다. 올여름이 아무리 덥다할지라도 그래도 잘 지낼 것 같다는 생각이 어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는 다 이유가 있고 자칫하면 교만해져 버리는 우리 인간에게 감사를 잃지 않게 하려는 신의 뜻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나도 이번 일을 계기로 내 삶의 모토를 세웠다. " 일단 무조건 감사부터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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