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막내동생에게서,
이름이 시나노"라고 하는 노란 사과 1박스와 "감홍사과"라고 하는 빨강사과 1박스 를 보내왔다.
" 동생아~ 사과 엄청 맛있어!
호들갑 잘 못 떠는 동생이 그 정도로 맛있다 했으면 맛있는 거 맞다.
사과를 한 입 베어 물어보니 육질이 단단하고 새콤달콤 한 게 진짜 맛있다. 맛있는 걸 보고 언니 생각난 동생이 있는 나, 진짜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게는 성도 이름도 같고 같은 해에 똑같이 가을에 태어난 친구가 있다.
동네 친구였었는데 5년 전 우리 동네가 재건축에 들어가면서 우리는 반 강제로 헤어지게 되었다. 나는 지방으로 내려왔고 가끔 친구를 보러 서울에 올라간다. 그때마다 맛있는 밥집을 물색해 놓고 밥값도 당연하게 친구가 내곤 한다. 그리고 헤어질 때면 또 당연한 듯이 내 손에 차비라며 돈을 손에 쥐어준다. 매번 이 차비를 받아 들고 고속버스에 앉아 집까지 오면서 여러 생각들이 일어난다. 내 현실 직시, 친구의 마음, 운명에 대해 그리고 나도 어떻게라도 보답을 해야 한다는 희미한 결심을 하기도 한다.
맛있는 사과를 보니 단박에 친구 생각이 난다.
사과 산지에 1박스를 주문하려다 아니지 아니지.
친구는 부자다. 부자 친구들도 주위에 많아 먹을 거 입을 것들이 넘쳐 났다. 그러니까 넘쳐나는 물건만큼 다 갖춘 친구가 행복하다 해야 맞을 것 같은데 종종 나에게 하소연을 한다.
"야! 나 사는 건 왜 이리 복잡하냐? 마음이 항상 복잡하다~
주중에는 여기저기 모임에 정신없고 주말이면 5명 손주들이 몰려와 정신을 쏙 뺀다
항상 한가한 네가 부럽다야!"라고.
넘치는 물건들 속에서 어깨가 무겁다고 한 친구 말도 떠올랐다.
내가 받은 사과 중에서 더 굵고 때깔 좋은 걸로 노란 사과 4개 빨강사과 4개를 작은 상자에 정성스레 담았다.
아! 책도 한 권 넣어 보내야지.
시내로 나가는 버스를 타고 책방으로 달렸다.
집 밖을 나가본 지가 한참 되었나 보다. 가을이 무르익어 차창밖으로 처연하게 아름다운 가을 풍경이 스쳐 간다. 예쁘게 물든 단풍들을 눈에 담으며 친구에게 고마움을 마음으로 전했다.
다 너 때문이라고.
요즘에 내가 읽고 있는 책 ( 내가 죽으면 장례식에 누가 와 줄까)를 샀다.
집에 와 노란 리본으로 예쁘게 책을 묶어 장식하고 편지도 썼다.
친구야!
큰 것, 많은 것, 근사한 것, 멋있는 것, 예쁜 것, 좋은 것들이 넘쳐나 오히려 무거워져 버린 너의 어깨에 나는 얹지 않을게. 너의 마음을 가볍게 해 주는 친구가 되어 주기로 결심했어. 그냥 이 가을을 함께 하고 싶은 친구이고 싶어.
크고 좋게 포장한 사과 1 상자가 아닌 맛있어서 나눠 먹고 싶어 사과를 보낸다.
사각사각 사과 씹으면서 천천히 책장을 넘겨봐~
여유가 깃든 편안한 미소가 예쁜 너를 더 아름답게 만들어 줄 거야~
정성스럽게 포장한 사과와 책이 든 상자를 들고 낙엽을 밟으며 우체국으로 간다.
양광모 시인의 (우체국 가는 길)이라는 시는 내 마음을 대변해 준다.
"... 우체국으로 가는 길은 아름답지
... 그 길은 너에게로 가는 길.."
이렇게 택배를 보내놓고 내가 더 설레어한다. 빨리 친구가 받아보고 좋아서 기뻐하는 친구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 잔뜩 기대를 했다.
택배를 잘 전달했다고 우체국에서의 안내문자는 왔는데 밤이 지나도록 친구에게서 전화가 안 온다. 늦게 들어와 피곤해서 열어보지 못했으리라 내일 아침에 올 거라 기대했는데 안 온다. 기다리지 못하고 내가 전화해 보는데 안 받는다. 그리고는
"친구야 과일이랑 책이랑 잘 받았어, 고마워" 라는 문자만 달랑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