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상처, 소소한 치유

by 이연

어젯밤에 요란하게 천둥 번개가 치고 세차게 비가 내렸다.

일어나 보니, 짙은 회색인 하늘이 무겁게 드리워져 있다. 식탁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다가 찐하게 커피를 내렸다.

커피를 앞에 놓고 어제 었던 일을 생각한다.

둘째 동생네가 돈 많은 막내 동생이 탔던 비싼 아우디 차를 인수했다고 전화를 해왔다. "와우! 대박 대박!" 나는 언니로서 너무 기뻤고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

내 동생들이 잘 사는 게 너무 좋다. 너무 좋아 설레발을 떨다가 아무 생각 없이

"그럼 네가 탔던 제네시스는 팔아야겠네? 아직 새 차인데 남한테 주기가 아깝다아.

우리가 인수하면 딱인데..."

그 말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동생이 " 언니야! 그 차 3000만 원에 팔기로 했어! 아는 사람에게 전화해 뒀어"라고 한다.

아, 참! 그렇지! 3천만 원. 그제야 정신이 확 들었다.

내가 주제 파악 못하고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것 같다. 이런 내가 부끄러워 속이 상하 있는데 딸에게서 전화가 다.

막네이모랑 통화할 일이 있어 전화했다가 이모가 팔 차를 우리가 인수했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이모가 " 누가 들을까 봐 무섭다야~" 더라고...

아! 내가 이렇다. 세상을 너무 쉽게, 가살고 있다.

3000만 원은 우리에게 있으려면 있을 수 있고 없을라치면 없을 수도 있는 그 정도의 돈이다.

그러나 돈이 많은 동생들이 볼 때, 우리 사는 게 너무 위태로워 보여 걱정을 많 하게 되나 보다.

은행에 쌓아둔 돈은 없어도 삼시세끼 잘 먹고 빚져 본 적도 없고 이만하면 나도 잘 산다고 생각하다가도 또다시 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된다.

그런데 말입니다!

우리가 그 차를 사고 싶다는 거지, 사겠다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주었음 한다.

한 모금 머문 커피도 쓰고 마음도 씁쓸하다.

살면서,

이렇게 마음이 안 좋을 때가 이 많이 있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나에게는 그럴 때마다 일어나는 슬픈 감정에 한없이 매몰되지 않는 힘이 있다는 사실이다.

하늘이 조금 환해졌다. 내 초록 자전거를 타고 호수가로 달렸다

늘어진 버드나무 가지가 바람에 춤을 추고, 비로 닦아낸 작은 나무들의 잎사귀가 촉촉이 빛나고 있는 호수가의 분위기가 단박에 내 마음을 바꿔 준다.

회색을 초록으로.

초록의 나무들 사이로 자전거가 달릴 때 뺨을 때리는 시원한 바람에 머릿속이 맑아지고 속이 뻥 뚫린다. 이럴 때 듣는 '나나무스쿠리의 노래 'mon dieu'는 눈앞에 펼쳐져 있는 자연 더욱 신비스럽고 위대 하게 느낄 수 있 해 준다.

그리고 이제, 내 기분이 언제 안 좋았어? 까맣게 잊었다.

집 옆에 예쁜 호수가가 있고, 딸이 사준 초록색 자전거가 있고, 페달을 힘껏 밟을 수 있는 아직 건강한 다리도 있서 얼마나 감사 한지 모르겠.

그러는 사이 하늘은 더 밝아지고 세상은 환해졌다.

하얀 구름 사이로 살짝 보이는 옥색 하늘빛이 고 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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