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모레면 65세가 되는 엄마가 2020년 12월 29일에.
오늘 아침에도 너의 언니의 회사 도시락을 싸 보내고 바로 내 방으로 들어와 누웠지.
유튜브를 켜고 이것저것 검색을 하다가 '김태훈의 게으른 책 읽기' 채널에서 읽어보고 싶은 책을 만났어.
전승환의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
"외로움은 결국 혼자 극복해 내야 한다. 외로울 때 외롭지 않기 위해 무수히 많은 것을 해봐야 해... "
이 책은 벌떡 나를 일으켜 앉게 했어. 책을 내 손에 넣고 읽을 생각에 마음이 바빠진 것이야. 할 일이 생긴 거지.
이 작가님은 말하고 있어. "책이 주는 문장의 힘은 정말로 행복하다. 경험치가 다르고 삶이 다 다른 작가들의 삶을 녹여 놓은 게 책이다. 그 안에 있는 문장을 읽으면서 작가들의 삶이 느껴지고, 공감을 하고 위로가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소장 가치가 있다고..."
이 작가가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은 장명희 교수님의 <인생의 단 한 번만>, 존 버리 <아내의 센 방>이라고 해. 여태껏 내가 몰라서 지나친 못 읽은 책들이 얼마나 많을까?
그리고 전승환 작가님이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읽는 책은 피천득의 <인연>이래. 그중에서도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사람이 정말로 장수하는 사람이라는 ’ 장수’라는 꼭지를 좋아한다고 해.
얼른 씻고 피천득의 <인연>을 책꽂이에서 꺼내와 앉았어.
'장수'편을 얼른 읽고 '인연'을 읽었어. 가슴이 먹먹해져 와 한참을 창밖의 나뭇잎들을 보고 있었어.
오늘 나의 하루는 이렇게 조금은 뜻깊게 지나고 있어. 그리고 나는 좋은 책이나 좋은 프로그램을 만나면 꼭 너와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
내가 듣고 보는 것 모두를 너에게 전달해 줘서 모르고 지나치는 것들을 알려주고 싶은 엄마의 간절한 마음 이 언젠가 전해지겠지?
어떤 책 속에 있는 말이었는데, '우리는 역경을 극복하고 여기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역경이 쌓여서 지금의 내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 말이 생각나네. 지금 우리 딸이 겪는 아픔도 단단해지고 더 나은 사람이 되려 켜켜이 쌓아가고 있는 중이라고 믿어. 너는 내 딸이니까 조금만 아프고 얼른 일어나라.
외국에서 심한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던 때, 난 그 누구와도 연락하지 않았다.
이렇게 좋은 창 밖의 풍경을 뒤로한 채 컴컴하고 좁은 방에서 하루 종일 누워있었다.
엄마는 혹시 내가 불편할까 연락도 못하고, 혼자서 아픈 마음을 견뎠다. 마음의 말들을 누구에게도 하지 못하고, 내게 할 말들을 이렇게 글로 적어 놓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