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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아가는연이 Nov 29. 2020

시험공부, 나만 외로운가

공부가 힘든 그대의 내면에서 벌어질 의문들, 네번째 글

 수험생은 보통 일주일 중 6일 정도를 공부에 투자하게 된다. 나 또한 고3, 피트 시험 수험생, 약사고시 수험생 시절 모두 공부에 주 6일, 시간은 나인-투-나인 정도를 기본으로 했다. 온종일 책상 앞에 앉아 공부하는 행위는 인간의 본성에 어긋나는 것임은 분명하다. 그 좁은 책상 앞에서 어쩔 수 없이 앉아 책과 나, 둘만의 시간을 가지는 동안 다양한 감정들이 스쳐 간다. 가끔은 성취감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도 찾아오지만, 더 많이 나를 스치고 지나갔던 감정이 바로 외로움이었다.

     

 사실 공부가 철저히 혼자 하는 행위기 때문에 외로운 것은 아니다. 공부가 잘되어 가고, 모의고사 성적도 좋아 희망이 가득한 시기에는 생각보다 별로 외롭지 않다. 하지만 어떻게 수험생이 가는 길이 탄탄대로일 수만 있을까. 저번 모의고사 때 부진했던 물리 과목 공부에 공들였더니, 이번엔 화학 성적이 떨어진다. 다시 화학 성적을 올리면 물리 성적이 떨어지지 않을까 한숨이 나온다. 씩씩하게 잘해 보려던 나를 시험에 들게 한다. 우울함이 갑자기 찾아오면서 이 길을 선택한 책임은 오직 나에게 있고, 오직 나 혼자가 되어 결과를 잘 내야 하는 이러한 싸움에 맞서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문득 외롭다.


 본래 외로움이 많은 성향이기는 했지만, 외로움을 벗어나기 위해 기댈 수 있는 사람을 찾는 방법은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무언가에 진정으로 몰두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외로움을 즐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었다. 피트에 재도전하겠다고 마음먹고 가장 먼저 했던 일은 카카오톡을 포함해 하고 있는 모든 SNS를 끊는 일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시험에 메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상대적으로 행복하게 보이는 모습을 보면 더 우울해질 것만 같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학원에서 알게 된 친구들과는 가끔 같이 점심을 먹을 정도로만 지내며 조금 거리를 뒀다. 솔직히 내게는 ‘내 앞가림도 하면서 동시에 옆에서 같이 힘들어하는 친구들을 보듬어줄 능력’이 부족하다고 느꼈기에 다른 선택권이 없기도 했다. 물론 같은 시험을 준비하는 동지들과 서로 의지하며 공부하는 사람들도 많다. 성격이 원만해 보이는 그들이 부럽기도 했지만, 독립적인 나는 그렇게 하기 힘들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 학생 때는 ‘단짝 친구’란 왠지 있는 편이 당연해서, 없다면 노력해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나와 같은 성향의 사람들이 꼭 수험 기간에 친구를 만들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저녁시간 창문을 통해 바라본 어두워진 풍경에 좀 더 센티 해진 마음으로 책을 펴면서, 지금부터 딱 한 시간만 잘 해보자고 나 자신을 위로한 수많은 밤이 기억난다. 괜찮다. 시험공부를 할 때 외로운 것은 어쩌면 정상이다. 외로움과 수반되는 우울함, 서러움들도 어쩔 수 없다. 사람을 평가할 때 그 사람의 말보다 행동을 봐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어떤 감정 상태에서든 그날의 공부를 제대로 할 수만 있으면 된다. 결국은 그런 상태에도 책을 놓지 않고 공부하기만 한다면 잘못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외롭고 우울한 감정이 오랫동안 지속한다면, 그 우울함에 미끄러지듯 더 깊이 빠져들어 버릴지 모른다. 우울한 나를 내버려두기보다 초기에 싹을 잘라버리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이 우울함과 외로움의 싹을 자르는 일은 다른 사람이 대신해 줄 수 없는 나만의 몫이다. 몇 번의 수험기간을 통해 얻은 중요한 깨달음 중 하나는 외로움과 우울함에서 빠져나올  있는 나만의 방법들을 최대한 마련하는  또한 수험생의 실력이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내게 가장 도움이 되었던 방법은 일기 쓰기였다. 매일 일기장을 가방에 넣어 다녔고, 하루에 다섯 번도 넘게 일기를 썼다. 학원에 도착하자마자, 외롭거나 졸릴 때, 집중이 안 될 때, 공부를 시작하기 전 나만의 의식이 필요할 때 등등, 틈날 때마다 일기를 썼다. 글을 쓰게 되면 처음에는 우울하고 기운이 없을지라도, 쓰다 보면 희망찬 쪽으로 결론이 나곤 했다. 일기를 쓰는 것뿐만 아니라 지난 일기를 읽어보는 행위 또한 큰 도움이 되었다. 일기를 통해 과거를 되돌아보게 되면 참 재밌다. 또한, 과거의 나도 이렇게 씩씩하고 긍정적이었는데, 조금이라도 더 나이를 먹은 현재의 나 또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기운이 났다. 일기 쓰기 외에도 조금이라도 외롭고 힘들 때 기운을 차릴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이 몇 가지 더 있었다. 클래식 음악 듣기, 나만의 ‘애착 책’이었던 ‘데미안’을 잠깐씩 펼쳐서 읽기, 좋아하는 카페의 체리 콕 사 먹기, 나만의 산책길 코스 돌기였다.     


 그런데 사실은, 이러한 방법도 통하지 않는 경우도 가끔 있다. 그런 ‘비상 상황’에서 통하는 최후의 방법은 사물보다는 진짜 ‘사람’에게서 받는 에너지다. 이는 공부뿐만이 아니라 살면서 겪는 여러 감정적 비상상황에서 똑같이 적용될 것이다. 힘들고 외로울 때 가족, 친구, 학원 선생님과 같은 내 편인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어 응원과 격려를 받는 방법이 있다. 사실 그만큼 도움이 되는 것이 없으며, 좋은 응원 한마디는 공부하는데 며칠간의 에너지가 되어줄 정도로 큰 힘이 된다. 타인에게서 도움을 받는 그 순간 외로운 감정은 누가 아닌 내가 만든 것이었다는 것, 수험생이라는 이유로 나를 스스로 꽁꽁 안으로 싸서 위축시켰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자신과의 싸움으로 외롭다면, ‘나는 사실 혼자가 아니다’는 사실을 되새겨 보자. 자신과의 싸움 때문에 고여 있고 답답한 내 마음을 더 넓게 확장시켜,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이 순간 전국 어딘가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의 기운도 느껴보자. 그리고 스스로 한 번 질문을 던져 보자. “내가 수험생이라는 사실에 꼭 외로워야 할까?” 그럴 필요 없다는 결론을 스스로 내릴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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