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채널 <haha ha> 양어장 고양이들을 보다가
나는 6살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
그가 엄마 손에 간택되어 우리 집으로 왔을 때 막 새내기 대학생이 되었던 나는 어느새 스스로 밥벌이를 할 줄 아는 직장인이 되었고, 너무 작아 한 손으로 드는게 가능했던 작은 고양이는 두 손으로도 들기 벅찰 만큼 뱃살이 두둑한 거대 고양이가 되었다.
이제 사람 나이로 치면 40살이 넘은 아저씨 고양이는 먹는 것도, 활동하는 것도 귀찮아하며 건강을 위해 정기적인 병원 방문을 하고 있다.
고양이를 키운다는 것. 생명체를 거둔다는 것은 그야말로 새로운 경험이었다.
잘 먹던 밥을 먹지 않으면 걱정되고, 혹여나 몸에 좋지 않은 것은 없을까 하고 간식 봉지 뒷면의 성분표를 보는 것.
예정에 없던 일정으로 혹시라도 귀가가 늦어지는 날에는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며, 주말에는 침대에 함께 누워 늘어지게 행복한 시간을 보내야지 하는 것.
고양이 알레르기 때문에 24시간 휴지를 달고 살지만 그럼에도 그의 배에 얼굴을 묻고 싶은 것.
내 몸 이곳저곳을 발톱으로 할퀴어서 흉터를 남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끌어안게 되는 것.
오글거리는 표현이지만 생각만 해도 행복해진다면 이런 걸 두고 사랑한다고 하는 것일까?
'사랑'을 정의하는 많은 감정, 말들이 있지만 내가 느낀 경험들도 사랑의 많은 부분 중 한 가지라고 한다면 난 분명 고양이를 통해 사랑을 배운 것이다.
고양이 집사가 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고양이 채널을 좋아하게 됐다.
그리고 그중 <haha ha> 채널을 애정하고 있다.
어미냥이, 삼색이, 야통이, 길막이, 연님이, 무, 래기, 조, 도도, Marilyn, 뚱땅이, 그 외 잠깐잠깐 등장한 아이들까지 (이 채널의 주인공 냥이들은 너무 많아서 가계도까지 있을 정도다!)
채널의 주인 하님(haha ha 채널의 주인이라 하님으로 불린다)은 고양이들을 귀엽게 담으려 작위적으로 무언가를 하진 않는다. 하지만 있는 그대로 카메라에 담겨있는 고양이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귀엽다. 카메라에는 찍는 사람의 애정이 담겨있다고 했던가 고양이들은 그저 앉아 있는 모습만으로도 귀엽다. 그리고 그런 하님을 향한 고양이들의 무한 신뢰와 애정이 화면 밖으로도 느껴진다.
최근 올라온 영상에서 삼색이의 딸 Marilyn이 양어장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리고 고양이들에게 밥은 주지만 정은 주지 않을 것이라고 했던 하님은 더이상 고양이들을 잃을 수 없어 울타리를 설치할 것이라고 했다.
먼저 떠난 어미냥이, 조, 래기, 연님이를 보낼 때도 분명 마음이 쓰였겠지만 Marilyn까지 떠나자 더이상 아무렇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고양이를 키운다는 것, 정을 주는 대상을 만든다는 것은 이만큼 마음을 쓰는 일이 되는 것이었다.
정이 많은 사람일수록 오히려 정을 주지 않는다는 말을 한다고 하는데 하님은 이런 상황이 올 것을 알았기에 정을 주지 않을 것이라 다짐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중을 위해 마음을 조절하며 정을 주지 않겠다고 한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으리라.
나도 언젠가 내 고양이와 작별을 해야 할 때가 오겠지. 그리고 그 순간이 되면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때가 되면 내 고양이에게 정을 준 것을 후회하게 될까? 집으로 데려오는 순간으로 돌아가 자연의 순리에 맞게 살아가도록 두어야 했다고 생각할까?
아마도 나는 그래도 내 고양이에게 정을 줄 수 있어서 좋았다고, 후회하지만 그것 또한 내 몫이라고 생각할 것 같다. 그런 마음은 내가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집사가 되어서 행복했다고 할 것 같다.
일찍이 양어장을 떠난 연님이, 조, 래기 그리고 Marilyn까지 어느 곳에서든 사랑받으며 안전하고 행복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