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7-8시 제목은 다르지만 비슷한 세트장에서 비슷한 배우들이 연기를 펼치는 주중드라마, 엄마는 재밌게 본다. 분명 드라마 제목은 달라지고 있지만 내용은 같은 드라마인 양 뻔하디 뻔하다.
유전자 검사는 빠지질 않는다. 돈 많은 집안의 가짜딸 혹은 손녀딸로 들어간 캐릭터는 진짜 딸을 방해하며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 한다. 돌고 돌아 매정하게 대했던 주인공이 99.9% 일치하는 핏줄임을 알게 되자 180도 바뀌는 태도를 보이면 드라마는 막바지에 다다른 셈이다.
드디어 밝혀지는 진실(유전자검사결과)에 그동안 가족으로 대했던 아이를 내치고 남보다 못하게 대했던 아이를 안고 사랑이 넘치는 눈빛을 건넨다.
모르는 남을 태어났을 때부터 알았던 것처럼 이미 사랑했던 것처럼 사랑하는 게 핏줄이라는 걸까. 핏줄의 끈끈함이라는 걸까?
한때는 인과응보라고 생각했던 이 뻔하디 뻔한 장면이 이제는 어딘가 어색해 보인다. 눈에 보이지도 않은 유전자가 뭐라고 그 종이에 적힌 글씨가 뭐라고 누군가에게나 흐르는 피의 출처가 뭐라고
그동안 자식으로 여겨 사랑했던 이가 한순간에 미워지고, 그동안 자식의 방해물로 생각했던 이가 한순간에 사랑스러워진다. 이렇게 180도 변하는 사랑이 이젠 웃기기까지 하다.
핏줄이기에 사랑하는 건 너무 쉽다. 가족이니까 가족은 소중하고 유일하니까. 같은 핏줄을 사랑하기란 너무 쉬운 일이다. 그러니 평생 동안 남이었던 사람도 내 핏줄이라는 이유로 무한한 사랑이 샘솟기도 하다. 같은 집단에서 소속감과 안정감을 느끼려 하는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속에서, 뿌리가 같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을 사랑하는 건 당연하다. 어찌 보면 이 세상에서 가장 쉬운 사랑에 속한다.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으니까. 가장 쉽고 또 가장 작게 다른 말로는 편협하게 사랑하는 방식 내가 누굴 사랑해야 하는지 너무도 명백하니까.
그래서 같은 핏줄이 아닌, 낯선 타인을 사랑하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다. 이유 없이 나와 다른 타인을 사랑해야 하니, 무척 까다로운 사랑이다. 끈끈한 핏줄로 이어져 있지 않아도 오히려 그런 전제조건 없이 사랑만으로 이어져있는 관계다. 그런 사랑이 가족 간의 사랑보다 못할 리 없다. 유전자로 정의되는 가족보다 더 큰 범위의 가족들을 자주 마주하게 되는 요즘, 어쩌면 기존 가족의 정의에서 나타나는 사랑보다 더 사랑으로 돌돌 뭉쳐 보이는 관계처럼 보이는 게 이상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