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일간의 유럽여행

그 시작.

by 김지연



왜 하필 41일 이었냐고 묻는다면,

언제가 친척오빠가 40일을 여행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했어서.

30일, 한 달은 짧아보여서.


사실 여행하기엔 그리 짧은 시간은 아닌데,

30일을 지칭 하는 '한 달' 이라는 단어가

단 ‘두 음절’로 이루어진 짧은 단어여서 그랬을까,

그 단어 안에 담긴 ‘하나’라는 숫자 때문이었을까,

어쩐지 30일은 부족하게 느껴졌다.


40일, 한달하고도 열흘,

그 열흘이 주는 느낌은 길었다. 흔히 열밤만 자고 온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지는 것처럼, 참을 수 있는 기다림이면서 충분히 떠날만큼의 긴 시간이었다.


어딘가 부족한 느낌의 한달과 그리고 충분히 길어보이는 열흘의 40일.


어렸을 때 80일간의 세계일주라는 책 제목을 본 적이 있다. 유럽을 좋아하니깐 그 80일의 반 정도는 써야하지 않을까 해서 40일.


그리고 1일을 더한 이유는 간단하다. 첫 날 늦게 도착하니, 하루를 더해 온전한 40일의 여행을 만들어보자는 것 이었다.


그렇게 내 여행은 41일이 되었다.


여행하면서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만난다거나, 운명의 상대를 만난다거나, 혹은 갑자기 소용돌이치는 마음을 만나 그 이상의 여행을 하게 되지 않을까 기대 했는데, 정확히 8월8일 예매해 둔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도착했다. 그런 만남은 없었다.

그럼 어떤 만남이 있었을까.


더운 햇살, 우연히 다시만난 동행과의 반가운 인사, 예상치 못한 아름다움, 예상한 아름다움.


이런 만남들을 아직 기억이 선명할때 남기고 싶다.

사진으로는 충분히 남겼으니 이젠 글로 남길 차례인 것 같다.





41일간의 여행이긴 하지만, 이 여행을 준비한 기간은 거의 1년 남짓이며, 이 여행을 꿈 꾸고 바라온 기간은 생각도 안날만큼 오래되었다.


그래서 일정은 41일간의 여행이지만, 사실은 그보다 오래된 여행이다.


바래고 준비한 기간에 비해 여행한 기간이 가장 짧다는게 어쩐지 서운하기도 했다.




사실 여행을 가기전에는 설렘보다 두려움이 컸다.

테러나 소매치기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이 여행이 그동안 바라온만큼 행복하지 않으면 어쩌지, 기대한만큼 실망이 큰 여행이면 어쩌지,

그래 이 여행이 끝나면 난 이제 무슨 꿈을 꾸지 하는 두려움들이었다.


거꾸로라는 소설에 등장하는 데제생트는 디킨스의 소설을 읽고 런던으로 여행을 갈 결심을 한다. 하지만 기차시간이 다가오자 그는 발길을 돌려 집으로 돌아와 버렸다. 현실속의 런던은 소설 속의 런던과는 다르리란 걸 짐작한 그는 이후 자신의 집 대문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않고 평생을 살았다.
-만약 우리가 천국에 산다면 행복할 수 있을까?



데제생트 처럼 발길을 돌려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순간, 다시는 집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좀 처럼 이런 기분들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비행기를 타고 점점 한국과 멀어지는 그 순간에도.. 다행히도착한 뒤에는 이런 기분에서 금방 벗어났는데, 사실 벗어났기 보단 그런 기분에 대해 생각할 틈이 없었다는게 맞다. 오늘 내 앞에 놓인 것에 감탄하는 것 만으로도 하루가 꽉 찼다, 아니 다음날로 새기까지 했다.


한국에서는 그런 부정적인 생각들이 자리잡기 좋았다. 하루가 꽉찬 날이 손에 꼽았기 때문이다.


여행에서는 매일 꽉찬 날이 지나간다, 그런 매일을 기대하느라 또 자리가 꽉 찬다.


그래서 여행을 시작하나,

그런 생각들의 방을 빼고 싶을때

좀 더 단순하고 즐거운 것들로만 채우고 싶을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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