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혼자서 벅차기 좋았던 곳.

by 김지연


런던, 사실 런던에 대해 다들 아는 만큼의 정도만 알고 있었고, 기대도 딱 그정도 였다. 단지 유럽여행을 가는데 당연히 영국 런던은 가야지 하는 생각과 가장 보편적인 런던 in을 하기위해서 첫번째 도착지이자 여행지가 되었다.


시차적응 때문인지, 설렘때문인지, 아니면 벌써부터 나갈 준비를 하는 사람들의 부스럭 거리는 소리 때문인지, 새벽부터 눈이 떠지기 시작하더니 결국 아침 8시부터 나갈채비를 시작했다. 가방을 매고 그 위에 카메라를 매고 손에 꽉 진 핸드폰에 이어폰을 연결했다. 노랫소리와 함께 그 낯선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9시가 약간 넘은 시간, 구름들 사이로 햇빛이 희미하게 거리를 비추고 있다. 슬슬 장사를 준비하는 사람들과 출근길을 나서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 몇명을 지나치고보니 아침 7-8시 같은, 동이 튼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시간 처럼 느껴진다.


그들과 나의 생김새가 다르다는 사실을 차치하고도,

분주하게 움직이는 그들과는 다르게, 발걸음 닿는곳 마다 눈길이 닿는 곳 마다 새롭고, 그 새로움이 주는 즐거움에 자꾸만 발길을 멈추게 되는 나는 누가봐도 여행객이었다. 누군가에게는 매일 지나치는 똑같은 길이지만, 나에게는 인생에서 처음 보는 새로운 길, 새로운 분위기, 새로운 건물들이었다. 이렇게 지나치는 그들과 같은 것을 보고 전혀 다른 느낌이 든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노래 때문일까, 점점 신나는 기분으로 발걸음 또한 가벼워진다. 어깨에 맨 가방과 카메라가 서로 부딪히는 소리가 반복적으로 들린다.

출처 pxhere (무료이미지)


언젠가 트라팔가 광장의 노을진 사진을 우연히 본적있다. 사진 한장이었지만, 그 한장에 담긴 그 곳의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하루종일 바라보거나 따라 그리려고 노력한적이 있었다.


그런 트라팔가 광장이 가까워진다. 방금까지 구름이 끼어 마냥 밝지 않았던 날씨가 나를 환영하기라도 한다는 듯이 트라팔가 광장에 도착하자마자 햇빛이 비추기 시작했다. 금방 송글송글 이마에 땀이 맺힐만큼 따뜻한 햇빛이었다.

사진기를 들었다. 연신셔터를 눌렀다. 내가 좋아했던 사진 속의 장소에 내가 와 있었다.


사진으로 봐왔던 곳을 직접 가보는건 어떤 느낌이냐고 묻는다면, '상상과는 달랐다' 이다. 사실 이 곳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여행에서 이미 상상할 수 있었던 곳은 모두 상상과는 달랐다.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실망으로 다가 올 수 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단지 상상과는 다른 느낌과 분위기였을뿐 여전히 '좋았다' 이다.


나의 상상과는 다른 모습이 낯선 느낌을 준다. 하지만 온전히 그 곳이 품고 있는 분위기와 느낌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는 것, 제멋대로 상상한것은 버리고 그 자리에 '진짜' 그 곳이 주는 느낌을 채울 수 있다는 것, 이게 바로 여행만이 줄 수 있는 선물이 아닐까 생각했다.



기대했던 것과 다르다는 건
실망이 아니라
기대치 못한 설렘
혹은 예상치 못한 기쁨을
뜻할 수도 있다는걸 깨달았다.










빅벤도 그런느낌이었다. 여행을 한다는 건, 한 건물이나 풍경만을 정적으로 보는 사진과는 다르다. 그 곳을 향해가고, 그 주위를 맴돌며 바라본다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그 주변, 아니 그 곳을 따라 이어진 거리들이 모두 이루어져 그 목적지에 대한 인상이 된다. 런던의 관광객들 모두 여기 모인것 같은 복잡함과 소란스러움 속에서 바라보는 빅벤은 철근 구조물이 반까지 올라와 있는 상태였다.


시야를 방해하는 철근 구조물이 있음에도, 빅벤을 보기위해 옹기종기 서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역시 런던하면 빅벤인것 같았다.


이번 런던에서 빅벤은 가까운 모습보단 멀리 있는 모습이 더 아름다웠다. 이를테면 트라팔가 광장 앞에 펼쳐진 도로 뒤의 빼꼼 솟은 모습의 빅벤이라든지, 노트르담 성당에서 바라본 빅벤이라든지.



공사가 끝난뒤 온전한 빅벤의 모습을 다시 한번 보러오고 싶다. 여행에서 아쉬움은 언제나 다음을 약속하게 된다. 다음에 다시 오지 뭐 라며..


'다음에 밥이나 먹자' 의 '다음에' 처럼 기약 없는, 어쩌면 다시 없을 줄 알면서 뱉은 공허한 말이지만, 이런 다짐들이 기적적으로 나를 다시 이곳으로 이끌지 않을까하는 기대로 발걸음을 돌렸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