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 없이 퇴사한 직장인의 일기
‘브랜딩’이란 용어를 처음 알게 된 건, 대학병원 간호사를 그만두고 1년 만에 요가원을 차린 고등학교 친구 때문이었다. 요가를 취미로 하던 친구는 처음엔 강사로 일하며 몇 년간 경력을 쌓아나갈 계획이었지만, ‘브랜딩’ 수업을 듣고 나서는 바로 자신만의 요가원을 차린 것이다. 직장을 떠나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친구의 모습이 부러웠고, ‘브랜딩’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자신의 길을 만들어갈 수 있게 한 건지 궁금해졌다. 하지만 나는 평범한 직장인이었고, ‘요가’처럼 특별히 잘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도 없었고, 브랜드나 사업에 대해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친구가 소개해준 브랜딩 수업은 어쩌면 사업을 꿈꾸던 남편이 듣는 게 더 맞는 것처럼 보였다. 그치만 내심 그 수업을 듣고 싶은 건 나 자신이었다. 당장 내세울 만한 특별한 무언가는 없었지만, 거창하진 않더라도 나만의 이야기를 가진 사람이 되고 싶었다. 결혼을 한 달 앞둔 바쁜 시기였지만, 용기 내어 수업을 신청했고, 브랜딩을 배우며 회사밖에 모르던 내가 회사 밖의 비즈니스 세계를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다. 수업을 들은 이후에 커뮤니티를 운영해보기도 하고, 운동복 브랜드를 만들어 보기도 하면서 이전의 나였다면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일들을 시도할 수 있었다.
당시에는 ‘브랜딩’을 그저 나만의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일이라고 생각했고, ‘내가 실천하는 것’에만 몰두해 있었다. 막상 브랜드를 론칭하고 나니 나는 길을 잃었고, 결국 오래 지속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그 경험은 내 안에 언젠가 다시 나만의 비즈니스를 해볼 수도 있겠다는 하나의 가능성을 심어주었다.
브랜딩 수업을 들은 지 4년이 지난 후, 홍성태 교수님의 『모든 비즈니스는 브랜딩이다』라는 책을 다시 한번 브랜딩 특강을 듣는 마음으로 읽었다. 이제는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결국 ‘지속’하는 것’이라는 교훈이 와닿았다. 또한 내가 무엇을 했는지에 머물던 시선에서 벗어나, 고객이 어떻게 느끼는지를 생각하는 방향으로 시선을 옮길 수 있었다.
브랜딩이 무엇인지 조금씩 이해하게 되자, 삶의 모든 경험이 다 사례이자 공부거리로 느껴졌다. 내가 방문하는 식당과 카페, 구매하는 물건, 소비하는 콘텐츠까지―그 안에는 모두 브랜딩이 담겨 있다. 일상에서 내가 하는 경험들과 선택의 이유를 들여다보는 것이야말로 결국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힌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책에서는 유명한 브랜드 이야기뿐 아니라, 일상에서 마주하는 소소한 경험과 사례들이 가득 담겨있다. 브랜딩이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책의 제목처럼 세상 모든 것이 브랜딩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무엇을 하면 좋을지 나를 알아가기 위해 브랜딩 수업을 들었고, 이제는 브랜딩을 통해 세상을 이해해가고 있다.
브랜딩은 단순히 제품이나 형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컨셉’을 전달하고, 그 컨셉을 ‘경험’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한다. 브랜딩의 중요성은 비단 비즈니스에만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삶의 모든 장면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잘하는 것보다 정성을 다하는 것, 성과를 보여주는 것보다 이야기를 쌓아가는 것, 뛰어난 제품을 만드는 것보다 의미 있는 경험을 하게 하는 것,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을 넘어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것.
‘무엇’을 하면 좋을지도 몰랐던 내가, 책을 읽으며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아직 나만의 비즈니스는 찾아나가는 과정이지만, 브랜딩은 명사가 아닌 동사이니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만들어지고 있는 나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처럼 세상의 다양한 이슈에 관심을 가지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그 연결을 이어가는 과정 자체가 나의 브랜딩이 될 것이라 믿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