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을 쏟고, 계속하는 대신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계획 없이 퇴사한 직장인의 일기

by 예슬

퇴사하고 스스로의 힘으로 돈을 벌고 싶었고, 기존에 회사에서 하던 업무경험을 살려 작년 12월부터 ESG 강의를 준비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오프라인 강의가 추가로 잡히면서 준비해야 할 것들이 늘어나고 강의 완료 일정도 미뤄지게 되었다. 결국, 4월인 현재까지는 여전히 '내 힘으로 돈 버는 일'은 준비단계에 머물러있다.


물론 티카페에서 일하며 번 수익도 있고, 남편과 함께 무인매장을 운영하고 남편의 넥타이 사업을 도우며 일한 것도 다 돈을 버는 일을 한 것이라 남편은 이야기해 주지만, 나는 스스로 만족스럽지 못했다.


누군가 만들어 놓은 틀 안에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가치를 만들고, 그로 인한 수익을 만들어내고 싶었다.


1, 2달만 더 지나면 오프라인 강의도 하게 될 것이고, 온라인 강의도 완성되어 수익이 발생하게 되겠지만, 마음은 계속 조급하기만 하다. 당장 성과를 내고 싶은데, 나의 속도는 너무 느리게만 느껴지고 눈에 보이는 결과가 없으니 이렇게 하는 것이 과연 맞는 걸까,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무엇보다 힘들었던 건, 준비 과정 자체가 즐겁지 않았다는 점이다. 스터디를 하고, 자료를 만들고, 강의를 구성하는 모든 과정이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회사라는 안전한 울타리를 벗어나면 이 정도의 고통은 당연히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 봐도 나는 이 일을 분명히 '억지로' 하고 있었다.


ESG라는 분야는 내가 회사를 다니며 가장 오래 해왔고, 잘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여 (어쩌면 이것밖에 할 줄 모르기에) 강의에 도전한 것인데, 준비를 하면 할수록 나에게서 좋은 에너지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이 정도 고통은 감내해야 하는 걸까?


오프라인 강의를 시작하면, 이후에는 컨설팅이나 또 다른 기회로 확장될 가능성도 있다. (강의계약을 맺은 곳에서 컨설팅 업무도 계속 제안해 주신다.) 나는 퇴사 이후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나씩 부딪혀보며 기회를 넓혀나가고자 했었고 그렇게 되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도전이 나와 맞지 않는 길이라는 확신이 들었고, 그동안 투자한 시간이 아깝고 씁쓸하기도 했지만, 방향을 다시 잡아야만 했다.


실패의 교훈이라면, 이 시간을 통해 내가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는 것을 조금 더 선명하게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왜 이렇게까지 어려웠을까 생각해 보니, 내가 마주하고 있는 대상 때문이란 판단이 들었다.


기업 담당자와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내용은 점점 더 전문적이고 어려워졌다.


내가 원하는 것은 더 많은 사람들과 연결되는 것이고,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나누는 일이었다. 기존의 지식을 소수의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 사람들에게도 닿을 수 있는 방식으로, 나만의 언어로 중요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좋은 에너지를 내면서 할 수 있는 일이어야 했다.


그렇게 생각과 고민이 이어지다 보니, '브랜드의 ESG'를 기획하고 컨설팅하는 일이 또 새롭게 떠올랐다. 브랜드의 비재무적인 요소를 개선했을 때, 어떤 재무적인 변화가 만들어지는 지를 설계하고 실험해보고 싶어졌다.


지금 준비하고 있는 강의는 끝까지 마무리하되, 이 방향을 더 확장하지 않기로 하고 대신 새로운 방향으로 다시 시작해보려 한다.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모르는 또 다른 도전이 될 것이다.


요즘 새로운 모임에 나가면 나를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몰라 말을 아끼게 된다. 남편은 왜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이야기하지 않느냐고 묻지만, 나는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ESG강의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있다. 하지만 '내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가'는 곧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설명하는 일이기에, 아마도 나는 'ESG강의'라는 말로는 나를 설명하고 싶지 않다고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아직은 나만의 언어로 나의 일을 정의하지 못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고민하고 도전하고 실패하며 찾아나갈 것이다. 내가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는 사람인지, 결국은 나 스스로 나의 명함을 완성해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