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 핑루, <우리는 60년을 연애했습니다> 독서 후기
<우리는 60년을 연애했습니다>의 저자 라오 핑루(饒平如, 1922~2020)는 자신의 아내 메이탕과 사별한 이후, 60여 년 동안 아내와 쌓은 추억을 담아 이 책을 냈다.
<우리는 60년을 연애했습니다>의 대만 버전 제목은 <平如美棠: 我倆的故事>, 즉 '봄꽃 같은 우리 둘의 이야기'이다. 책을 읽으면 봄꽃 같은 이야기라는 제목의 의미가 전혀 퇴색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922년에 중국에서 태어난 할아버지가 쓴 책에 이렇게 몰입할 수 있을 줄은 몰랐는데, 선남선녀인 라오 핑루와 메이탕이 서로를 의지하며 중국의 근현대사를 헤쳐 나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나까지 절로 작가의 젊은 시절이 애틋하면서 그리워졌다.
라오 핑루의 할아버지 라오 요지상은 진사에 급제하여 한림원에서 편찬 업무를 맡은 관료 출신으로, 소위 말해 잘나가는 집안이었다. 덕분에 라오 핑루는 웃음이 끊이지 않는 대가족 밑에서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라오 핑루가 서른이 채 되지 않았을 때인 1949년, 중국에서 국민당이 축출되고 공산당이 집권하고부터(중국에서는 이 사건을 '해방'이라고 부른다) 라오 핑루는 소일거리를 전전하면서 어렵게 생계를 이어갔다. 국민당 밑에서 군인 장교로 활동한 그의 과거가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국민당은 내전에서 패한 후 대만으로 거점을 옮겼고, 비빌만한 연줄 하나 없이 중국에 남은 라오 핑루는 이후 안타깝게도 평생을 가난과 싸워야 했다.
책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라오 핑루가 직접 그렸다는 책의 삽화 또한 일품이다. 그의 삽화를 보고 있으면 그래픽 툴로는 표현하기 힘든 '시대의 멋'이 느껴진다. 라오 핑루는 자식을 모두 독립시키고 느지막한 나이에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집에서 그림을 끄적일 때마다 메이탕이 옆에서 "젊었을 때 안 배우고 뭐했어요? 그랬으면 벌써 화가가 되었을 텐데."라며 놀려 먹었다고 한다.
라오 핑루는 1922년생으로, 중국의 사회적 격변기를 고스란히 거쳐 온 인물이다. 증조할아버지대의 작가가 쓴 글을 읽으며 나는 국경과 시대를 초월하여 공감한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를 절실하게 느꼈다.
라오 핑루는 2020년에 9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이제는 영원한 안식 속에서 사랑하는 아내 메이탕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책을 덮으며 기억에 남는 한 줄이다.
"제가 꺼내는 이야기 하나하나가 다 진실입니다. 지나간 날의 화면이 모두 제 머릿속에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