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하엘 앤데, <모모> 독서 후기
내가 어렸을 때 청소년 추천도서로 명성을 떨쳤던 소설 세 작품이 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바스콘셀로스의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그리고 오늘 소개할 책, 미하엘 엔데의 <모모>다. 내가 참여하는 독서모임의 주제도서로 <모모>가 선정돼서 오랜만에 이 책을 다시 펼쳤다.
<모모>의 주인공 모모는 순수한 영혼을 가진 아이로, 작은 마을에서 소박한 사람들과 지낸다. 모모는 친구들과 해적 놀이를 하거나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염없이 들어주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던 어느 날, 모모가 살고 있는 마을에 정체불명의 집단이 홀연히 등장한다. 회색 신사로 불리는 그들은 모모와 마을 사람들이 지금껏 이어 온 생활 방식을 명백한 시간 낭비로 보고 마을 사람들에게 시간 관리를 철저히 할 것을 강요한다. 모모는 회색 신사들과 대립하고 여러 사건에 휘말리면서 <모모>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책을 읽고 혼자 사색하는 것과, 다른 사람과 책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나는 이런 사실을 머리로만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가 독서모임에 참여하면서 비로소 사람들이 가치관에 따라 생각하는 게 천차만별이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모모>를 읽은 독서모임 멤버 중 한 명이 말했다.
"어렸을 때는 회색 신사들이 그저 악역으로 보였는데, 시간을 초 단위까지 아끼려는 그들의 마음이 이제는 공감이 가요. 솔직히 우리나라에서 모모처럼 살면 굶어 죽을 것 같아요."
모모와 마을 사람들의 관계를 중심으로 이야기의 맥락을 짚어 가던 나는 그 말을 듣고 뒤통수를 맞은 듯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우리는 소설에서 작가가 임의로 설정한 선과 악을 믿으며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기 마련이다. 그러나 모모가 우리나라에서 굶어 죽을 것 같다고 말했던 독서모임 멤버는 열린 마음으로 <모모>를 읽고 자신만의 새로운 관점을 이야기에 투영했다. 사실 선과 악은 작가가 정한 게 아니다. 읽는 사람의 고정관념이 모모를 선으로, 회색 신사들을 악으로 규정했을 뿐이다.
나도 독서모임 멤버와 마찬가지로 열린 마음을 가지고 <모모>를 해석해보자면, 회색 신사들은 시간을 허투루 쓴다며 마을 사람들을 바쁜 일상으로 몰아넣었지만 사실은 그 누구도 시간을 허투루 쓴 게 아닐지도 모른다.
나는 내 나름대로 모모와 마을 사람들에게 주어진 자유, '시간을 허투루 쓸 자유'를 응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