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버라 애버크롬비, <작가의 시작> 독서 후기
글쓰기에 조금은 도움이 될까 싶어서 '작가들의 작가'로 유명한 바버라 애버크롬비의 작문 에세이, <작가의 시작>을 읽었다.
이 책에서 전하는 글쓰기에 대한 가르침은 한 줄로 요약할 수 있었다.
"닥치는 대로 써라."
그렇다. 닥치는 대로 써야 한단다. <작가의 시작> 저자인 바버라는 늦은 저녁 식탁에 앉아서도 글을 썼고, 젖을 먹이면서도 글을 썼으며, 화장대에 앉아서도 글을 썼다고 고백한다. 이렇게 치열하게 글을 쓸 수 있는 동기는 어디서 나왔을까? 적어도 본인에게는 글을 쓰는 동기 같은 건 없었다고 고백하면서 바버라는 말한다.
"외과의사들은 내키지 않아도 아침 일곱 시에 관상동맥 우회술을 해야 한다. 트럭 운전사는 정말 하기 싫어도 새벽 네 시까지 차를 몰아야 할 때가 있다. 우리도 내키든 안 내키든 앉아서 글을 써야 한다."
이렇듯 글을 쓰고자 한다면, 내키든 안 내키든 일단 앉아서 글을 써야 한다.
<작가의 시작>을 읽으니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소설가인 김영하가 떠오른다. 그는 글쓰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어떤 글을 쓰고자 한다면, 남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이야기를 펼쳐야 한다."
생활하는 공간과 작업하는 공간을 분리하려고 애쓰는 작가들을 보면 이해가 안 갔었는데, 김영하의 말을 들으니 이제 조금은 이해가 간다. 자기 내면의 깊숙한 이야기를 글로 끄집어내기 위해서는 나름의 처절한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이렇듯 글쓰기에는 왕도가 없는 것 같다.
세상에 나라는 흔적을 적나라하게 남길 수 있다는 점이 글쓰기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글을 쓰면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가치관과 내면이 글로 표출되고, 이를 공개하는 행위는 마치 일기장을 세상에 공개하려는 것과 같다.
그렇기 때문에 글쓰기에는 용기와 솔직함이 필요하다. 용기와 솔직함 모두 갖춘 글이라면 독자에게 분명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이처럼 글쓰기는 위험하고도 매력적이다.
<작가의 시작>을 통해 바버라는 우리에게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전한다.
"<쇼생크 탈출>, <샤이닝>, <미저리> 등을 집필한 스티븐 킹이나,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들에게도 글쓰기는 고역이었다."
글 쓰는 영역만큼은 천재가 따로 없다는 의미일까? 글쓰기 역시 재능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에게는 나름의 희소식이라고 할 수 있다. 글을 마치며, 언젠가 본 문장 하나가 떠오른다.
"오랜 시간이 지나면 재능, 인내, 노력은 좀처럼 구분되지 않는다."
- 데이비드 베일즈 · 테드 올랜드, <예술가여, 무엇이 두려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