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Tromsø, Norway

문화생활

by Terry

3월 7일


말도 안 돼... 이 날 아침이 밝기까지는 겨울 트롬쇠에 햇볕이 날 수 있다는 걸 몰랐기에 그동안 날씨가 안 좋았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동안 봐온 하늘은 구름이 빽빽하게 껴, 그게 구름인 줄 몰랐던, 마치 빛을 보기 전 어둠 같았기에, 빛을 보고 감격할 수밖에 없었고, 그게 하필 오로라 헌팅을 하기로 한 오늘이라는 사실에 벅차오로는 감정을 제어해야 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창문만 봤다 하면 입꼬리가 슬슬 올라간다.

교양 있게 도서관에서 (승원이가) 미국 정치 흐름을 읽으며 시작하는 일정이다. 또 다른 작은 장점으로는 자판기에서 저렴하게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것인데, 챙겨 온 초코 머핀을 함께 먹으며 여유를 즐긴다.


승원: 인상 쓴거보니 확실히 현지인이다.


어제 갈까했으나 마감시간까지 한 시간밖에 남지 않았던터라 오늘로 미뤄둔 Perspective Museum으로 향했다. 이름에서는 도대체 뭘 전시하고 있을지 가늠할 수 없는 이곳은 일층에는 해변을 즐기는 미국인들, 이층에는 조금 무서운 종교와 트롬쇠 여성작가, 삼층에는 트롬쇠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전시되어있었다. 매일 보는 트롬쇠 다리의 완공식, 어제 갔던 맥주집, 그리고 마을 사람들의 흑백 사진이 나의 기억과 만나 생생하게 그려진다.


두 번째 미술관, 'Nord Norsk Kunst Museum'은 추상적인 전시들이 많았다. 작품 설명을 읽어도 아리송한 작품들을 다 둘러보고 내려와 나가려는 찰나 자유롭게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종이와 색연필이 제공된 공간을 발견했다. 커피와 공정무역 설탕까지 제공하는터라 자리를 잡고 앉았다. 다행히 창의력이 고갈된 사람들을 위해 그리는 방법을 정해주는 카드가 있었다. 종이를 보지 않고 오직 대상만을 바라본 채 완성하는 블라인드 드로잉을 하게 되었다. 그림을 그릴 때, 꼭 눈이 필요한 건 아니라는 것을 느낀다.


점심은 열라면에 김치다. 승원의 추천으로 처음 먹어본 열라면은 그의 고급스러운 입맛을 다시금 상기시켰고, 당연한 결과로 나는 밥까지 말아 든든함을 넘어서 배가 단단해 질만큼 먹을 수밖에 없었다. 신기하게도 승원도 평소보다 더 맛있으며, 더 많이 먹었다고 말했는데, 고민 끝에, 낮은 기온에 대처하는 자세일 것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서둘러 북극 성당을 보러 나섰다. 북극 성당 부근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전망대로 올라갈 수 있는데, 어제는 날씨가 흐린 터라 오늘로 미뤄둔 탓에 바쁜 일정이다.



버스를 타고 가려했지만 기다려도 버스가 오지 않아 그냥 걸어서 가기로 한다. 보기만 했던 트롬쇠 다리를 건넌다. 걸어서 가기에는 먼 거리지만 양옆으로 펼쳐진 바다를 번갈아 돌아보다 보니 어느새 도착이다. 어제 본 수족관과 하얀 삼각형 여러 개가 겹쳐져 있는 구조의 성당이었다. 내부를 관람하려면 꽤 비싼 입장권을 사야 했는데, 내부를 아예 볼 수 없게 해 둔

터라 궁금한 마음에 들어갔다.

정면엔 현대적으로 해석한 예수가 그려진 스테인드 글라스가 있었고, 오르간 소리가 흘러나오는 위층은 올라가지 못하게 돼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것에 속상한 마음이 든 우리는 이곳의 물자라도 충분히 소모해야겠다는 어리석은 생각에 자리 잡고 앉아 난방과 인터넷을 사용한다. 노을이 질 때쯤이 가장 아름답다는 말에 그때 전망대에 갈 계획을 하며 그 시간에 맞춰 밖으로 나섰다.



케이블카는 십오 분 간격이 아닌 삼십 분 간격으로 운행되고 있었는데, 가장 빠르게 올라가는 차는 다섯 시 차, 그리고 내려오는 차는 다섯 시 삼십 분이었다. 문제는 다리 건너편 시내에서 다섯 시 오십 분에 오로라 헌팅 차량에 탑승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십 분 안에 그곳에 가려면 모든 교통수단이 우리의 생각대로, 구글에 나타나는 대로 진행될 때에 간신히 가능한 일이다.

와… 올라가자마자 노을이 만들어낸 분홍빛 하늘에 펼쳐진 피오르드에 잠시 걱정은 삼십 분 뒤로 미루고 눈밭으로 뛰어나갔다. 조금이라도 더 멀리 나가보기 위해 이리저리 뛰며, 괜히 북극 성당을 탓하며 흘러가는 시간을 아쉬워하는 동시에 즐겨본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우리는 다섯 시 삼십 분 케이블카에 올랐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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