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Tromsø, Norway

오로라 헌팅 현장

by Terry

케이블카 안에 들어선 내 마음은 까맣게 타들어간다. 케이블카 담당자는 당장 출발해도 모자랄 판에 만약 이 차를 놓치면 다시 삼십 분을 기다려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남의 시간을 가지고 여유를 부린다. 케이블카가 움직이기 시작하고 빽빽하게 심어진 사람들 사이에서 꿋꿋이 버스 티켓을 결제하며 아래로 내려갔다.


내리자마자 처음으로 마주친, 개를 산책시키는 선량해 보이는 무리에게 버스 정류장에 대해 물었다. 버스 정류장은 가까이에 있지만 버스는 이 부근을 한 바퀴 돈 후에 다리를 건너 도심으로 가는 버스란다. 정류장에 가보니 그마저도 이십여분 후에 온다는 전광판이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무거워지는 공기.


택시도 부를 수 없어 공황상태에 빠지려는 찰나 극적으로 북극 성당까지 가는 버스 노선이 하나가 아니었음을 기억해내며 북극 성당까지 눈길을 질주하기 시작했다. 평소 즐기던 조깅의 힘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희망에 가까워지는 만큼 점점 폐에 차가운 공기가 차오른다. 다행히 버스 정류장에 도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버스가 왔고, 곧바로 다리를 건넜다. 업체에 연락을 취할지 말지를 안절부절못하며 동동거리다 버스에서 내려, 한바탕 더 뜀박질을 한 후에야 오로라 헌팅 차량에 마지막 일원으로 합류할 수 있었다.



밴을 타고 한 시간 가량을 달려 인공적인 빛 공해가 적은 지역으로 이동한다. 해가 완전히 지기 전, 중간에 잠시 들른 휴게소에서 가이드는 하늘에 보이는 옅은 구름 같은 것이 오로라라고 일러줬다. 오늘 정말 오로라가 보이는구나.


점점 어두운 곳으로 들어간다. 산 꼭대기에서 내려오는 조그마한 빛들이 있었는데, 머리에 플래시 라이트를 쓰고 밤에 산에서 스키를 타는 사람들이다. 목숨 건 스포츠만큼 흥분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나도 덩달아


목적지에 도착해 우주탐사복같은 방한복을 입고 밖으로 나갔다. 가이드들이 옷을 가볍게 입고 있어서 ‘생각보다 안 추운가’라고 생각했는데, 차에서 내리자마자 절대 눈이 들어갈 수 없는 높은 부츠에 두툼한 겉옷을 껴입는 모습을 확인하고는 나의 매서운 미래를 예감한다.


인적이 없는 이곳에 대책 없이 쌓인 눈더미에 첫 발을 내딛는 동시에 신발 속으로 눈이 밀려들어오고, 이내 나의 36.5℃의 따뜻한 발과 만나 양말을 적신다. 멀리 가로등 불빛과 자동차 헤드라이트가 보이는 것으로 보아 이곳은 어느 고속도로 옆에 위치한 호숫가인 것 같다.


약속이라도 한 듯 사람들은 제각기 맘에 드는 위치를 찾아 삼각대를 설치하기 시작한다. 우리도 질세라 언덕 위에 삼각대를 설치했다. 10분도 지나지 않아서 발이 시려 왔다. 아까 본 희미한 오로라는 비교할 수 없는 강렬한 오로라가 하늘에 떠있는 걸 발견하자 두 발은 바로 우선순위에서 밀려난다.


내내 가지고 다니던 초콜릿과 샌드위치를 먹으며 계속해서 사진을 찍었다. 오로라를 사진에 담으려면 일반 사진과는 다르게 셔터 속도를 15초에서 30초 정도로 길게 설정해 빛을 모아 찍어야 한다. 이 때문에 셔터를 누른 후, 멍하니 카메라가 작업을 마무리하길 기다린다.


승어나 거마어

사람을 찍는 일은 더 흥미로운데, 만약 내가 승원을 찍는다면, 승원이가 처음 잡은 자세로 (억겁의) 15초에서 30초 동안 움직이지 않을 동안, 나는 핸드폰을 꺼내 2-3번 정도 플래시로 암흑 속 승원에게 여러 각도에서 빛을 비춰줘야 하는 식이다. 이마저도 결과물은 흔들리기 일쑤였지만 즐거워하며 그렇게 시간을 보낸다.



잠깐이라도 눈을 떼면 달라져 있는 오로라. 가만히 있지 않고, 홍길동보다 더 뛰어난 의적의 자질을 갖췄다. 꽤 시간이 흐르고, 가이드가 만들어 놓은 모닥불 주위에 가죽을 깔고 사람들과 둘러앉았다. 쉬어보려는 찰나, KP지수가 높은 날, 즉, 운이 좋아야만 볼 수 있다는 핑크색 오로라가 피어났다. 다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자신의 카메라로 뛰어나간다.


불 눈 고래


상황이 진정된 후, 비로소 고래고기를 넣은 수프로 저녁을 먹었다. 투어 그룹에는 몇 번이나 헌팅을 나왔지만 실패해 계속해서 나오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은 가이드와는 가족같이 돈독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중 한 소녀가 고래고기의 맛을 궁금해하여 일반적으로 넣는 랍스터 대신 특별히 고래 고기를 넣은 것이라고 했다. 운이 좋았다. 처음 맛보는 고래는 포유류여서인지 생선보다는 소고기와 비슷한 맛이 났다.


그렇게 먹는데 또 핑크색 강렬한 오로라가 나타난다. 반복.

오로라를 커튼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실제로 보니 이해됐다. 바람에 살랑이는 커튼을 마룻바닥에서 바라볼 때의 물결모양으로 나타난 오로라는 물결을 타고 오르내리고 있었다. 사진으로는 담기지 않는 광활한 규모의 오로라를 쫓아가다 보면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야 할 정도였고, 나중에는 누워서 보기에 이른다.


행복하니...?

고래 고기라는 말에 무리해서 한 그릇을 더 먹고, 미지근한 핫 초콜릿 한 잔, 스모어 다량을 먹었다.


급한 볼일이 생긴 승원. 인프라 따윈 없는 이곳에서 마땅한 자리를 찾아 헤맨다. 빛이 없는 곳은 삼삼오오 모여 삼각대를 세운채 진을 치고 있고, 빛이 있는 곳은 차들이 지나다니며, 빛이 있다. 겨우 적당한 곳을 찾은 그에게 휴대용 티슈를 쥐어줘 보낸 후, 헛기침을 하며 나무토막을 발로 차 본다. 얼마 후 돌아온 그는 잘 썼다며 남은 티슈를 건넸고, 그것을 건네받은 나는 밀려오는 당혹감을 숨기며 걸어간다. 티슈가 있는 비닐에 물이 묻어있다. 손이 얼어 못 느꼈을 거라 생각하며, 문제 삼지 않고 평생 비밀로 간직하겠다고 다짐하며 우정의 무거운 무게를 감내했다. 하지만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그가 휴지에 묻은 물은 눈이라고 어처구니없어하며 밝히면서 상황은 종료된다.


다시 밴을 타고 돌아와 씻고 1. 누워 2. 감자칩을 먹으며 3. 맥주를 마시며 승원이가 오늘 하루를 정리하는 모습을 4. 다정하게 바라봐본다.


아래는 업체에서 찍은 사진이다. 우리 사진도 한 장 찍어주면 더 좋았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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