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Northen Norway

피오르드 투어

by Terry

3월 10일


어젯밤 전망돔에서 각각 시끄럽게, 또는 조용히 신경을 거스르던 목소리의 주인공들의 얼굴을 조식을 먹으며 확인하다. 오늘은 그들과 함께 센야 섬 투어를 간다. 체크아웃을 마친 우리는 모든 짐을 트렁크에 넣고 있었고, 이를 도와주던 연두색 모자를 쓴 가이드는 판트를 위해 캔을 모아둔 봉지를 싣다 말고 쓰레기가 아니냐고 물어 아물어가던 나의 자존심을 긁어 부스럼을 만든다.


이 투어는 트래킹 없이 밴을 타고 센야 섬 곳곳을 누비며 노르웨이의 모든 지형을 볼 수 있는 투어로, 이 투어가 끝나면 피오르드 지형은 대수롭지 않게 지나칠 수 있게 된다.

더 가면 캐나다
devil’s teeth
shame of Norway



이런 투어가 처음이라 신난 우리는 제일 앞자리에 앉아 모든 지점에서 재빨리 내렸다가 가장 늦게 차량에 올라타고 있었다.


어부 마을, 연어 양식장, 피오르드, 또 다른 피오르드, 해변가, shame of Norway, Devil's teeth 등을 반나절만에 둘러볼 수 있다.



이식이라도 받은 듯 항상 가이드가 쓰고 있던 연두색 모자 아래에는 매끈한 살가죽만 덩그러니 있다. 그는 점심 대신 사탕을 몇 개 먹으며 에너지를 보충한다. 우리도 킷캣과의 차이점을 모르겠는 노르웨이 초콜릿을 먹어준다.


바깥에 내렸다가 비교적 따듯한 차 안으로 들어왔다를 반복하다 보니 발은 물론 바지까지 덩달아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종이접기를 할 수 있을 만큼 빳빳해져 있다.


투어가 끝나고 태국 식당에 가지 않겠다고 하자 우리는 항구 앞에 덩그러니 내려졌다. 배가 올 때까지 선착장 건물에서 기다릴 요량이었는데 건물이 잠겨있다. 종아리 밑 상황이 여의치 않은 나는, 메슬로우가 제시하는 가장 낮은 욕구를 만족하지 못해 사회성을 잃은 짐승과 같은 상태다.


버거킹에 들어가, 두 번째 외식, 너겟을 시키고, 미리 싸온 샌드위치를 먹고, 수십 분이 지난 후에야 인간의 탈을 주섬주섬 꺼내 쓰기 시작한다. 그제야 미안함과 수치심이 밀려든다.


다시 찾은 선착장은 열려있었고, 문명으로 나가는 배는 만석에 가깝다. 겨우 자리를 잡고 앉아 모자를 눈까지 눌러쓰고 잠을 청한다. 승원은 그 모습에서 마이클 잭슨을 본다. 하지만 내 옆자리 소년은 보지 못한 듯 시선을 거뒀다.


다시 트롬쇠로 돌아와 꿈꾸는 듯한 상태로 오르막길을 이겨내고 예약한 숙소로 발길을 재촉했다. 한참을 찾은 후에야 ‘홈스테이’가 상호명이 아니라 진짜 가정집에서 하는 홈스테이를 의미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좁은 계단을 올라간 보람이 있는 곳이었다. 책 한 권을 읽어나갈 때마다 시력이 저하될 것만 같은 가정집다운 아늑한 조명과 인테리어, 널찍하고, 조리기구들과 그릇이 너무 많아 수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엌.


재빨리 나갔지만 저녁 아홉 시가 지난 터라 맥주는 살 수 없었다. 하지만 상관없다. 여행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이미 우리는 제정신이 아니었기에. ⠀⠀⠀⠀⠀⠀⠀⠀⠀⠀⠀⠀⠀⠀⠀⠀


3월 11일


이제 진짜 집으로 돌아가는 날. 첫날에 못 탔던 버스를 탔다.



꼬깔콘에 밀크 초콜릿을 묻힌 단짠의 정석을 선보이는 스매시를 봉지째 먹으며 비행기를 기다린다. 기내 반입이 안된다며 통조림 몇 개를 압수당한 것을 제외하면 순탄하다.


환승을 위해 내린 스톡홀름 공항. 감자칩에 삶은 달걀을 찍어먹는 것을 마지막으로 작별인사를 나눈 후, 나는 다시 비행기에 올랐다.


눈으로만 세상을 보는 사람에게 내게 남은 건 추위로 튼 손등, 가방 속 남은 에그 마요 샌드위치, 통조림, 스매시 한 봉지이겠지만 실제로 내게 남은 것은...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무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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