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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64개의 새해 계획을 옮겼을까?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문제해결 프로세스를 적용한 실행가능 새해 계획 세우기

올해 초 2020년을 되돌아봤을 때 참 정신없고 빠르게 지나갔다.
하지만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냈는지’ 체크를 해볼 지표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유튜브를 찾다가 발견한 [2021년 만다라차트]를 만들어 한해 목표를 세웠다.


만다라차트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해보면, 9X9의 표를 그리고 가장 중앙에 최종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를 적는다. 그리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8가지의 세부 목표를 적는다. 그리고 나머지 8개의 칸에 각각 8가지 세부목표를 도달하기 위한 세 세부목표를 적는다.


생각보다 적는 시간도 오래 걸렸고, 특히나 세 세부 목표 8개는 더더욱 적기 힘들었다. 한참을 적어 완성했고 뿌듯해하며 그 종이를 덮었다.

이미 모든 목표를 다 이룬 듯한 느낌... *NF*인 나는 행복회로를 한참 돌렸지.


그렇게... 만다라차트의 목표들은 금방 기억에서 잊혔고, 매월 들어오는 월급의 안정감을 만끽하며 일 년을 아주 배부르게 살아왔다. 그리고 연말이 성큼 다가왔다. 친한 동료들끼리 한해를 회고해 보고자는 말에 기억 저편에 있던 2021년 만다라 차트를 꺼냈다. 그리고 달성한 또는 근접한 것에 표시를 해보았다.


이럴 수가...?

충격적 이게도 64개의 문항 중 내가 달성한 것은 단 2개 3.31%의 달성률...

회사 프로젝트로 따지면, "너희 팀은 2021년 KPI(Key Performance Indicator, 핵심 성과 지표)중 달성한 것이 거의 없어! 너희는 다 해고야!"라는 말을 듣고 쫓겨나도 할 말이 없는 것이다.



“이게 웬일이야, 치즈가 사라졌어!” 햄이 고함쳤다
“치즈가 없어졌다고 치즈가!”
계속해서 소리를 질러댔지만 허망한 메아리만 되돌아올 뿐 치즈는 돌아오지 않았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마침내 그는 두 손을 허리에 얹고 시뻘게진 얼굴로 화를 내기 시작했다.
“어떻게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가 있지!”


마치 나는 본인들이 먹어치웠으면서 사라졌다고 화를 내는 햄과 허(치즈를 누가 옮겼을까 의 꼬마 주인공 이름)처럼 화가 났다.


그러다가 금방 허망해졌다.

‘치즈도 아니고 내 2021년의 계획들을 누가 옮겼겠어.’


나는 왜 회사 팀의 KPI는 달성하려 노력하면서, 그 보다 중요한 '나'에게는 신경 써주지 않은 걸까?


스스로를 원망해봤자 사라진 2021년이 나를 향해 먹어달라고 걸어오지 않는다.
다시 슬리퍼에서 운동화로 갈아 신고 새로운 2022년을 위해 다시 미로를 찾아 떠나야 할 것이다.



나는 왜 연간계획의 거의 모든 것을 실패한 걸까?


회고를 위해 만다라차트를 보고 절망해있길 몇 주... 제목을 보고 다들 연상했겠지만, 나는 최근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라는 책을 읽었다. 그리고, 덕분에 다시 도전하기로 했다.


일단 새로운 2022년의 목표들을 찾기 전에, 내가 다 먹어버린 64개의 계획들을 한번 살펴보고 개선할 점을 찾아야 했다.


왜 성공하지 못한 거지?


한참 고민을 해보다. 몇 가지 가설을 세울 수 있었다.


1. 나는 이 계획을 세우고 잊어버렸다.

2. 만약 이 계획표를 잊지 않았더라도, 세운 계획들이 정말 나의 것이 아니었다.

3. 달성해야 하는 목표가 너무 많다.


1. 없어져가는지 모르고 먹기만 한 64개의 치즈

책에서 꼬마친구들은 치즈가 가득한 창고 옆에 집을 짓고 치즈가 얼마나 줄어들고 있는지, 상하지는 않았는지 체크하지 않는다. 그냥 그곳에서 치즈만 먹으며 살아갈 뿐이었다. 내가 딱 그런 상태였다.

한가득 세운 계획표에 뿌듯해하고 스스로를 점검하지 않고 그냥 안주해서 살아버렸다. 계속해서 내 상태를 점검하고 확인하고 체크해가며 계획을 세워야 한다.


2. 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못했다. → 정확하지 않은 목표

2021년의 계획 중 하나는 '똑똑한 사람이 되고 싶다'였다.

목표가 너무 두리뭉실했다. 정확히 내가 어떤 똑똑한 사람이 되고 싶은지 퍼소나를 세워봐야 한다. 그리고 그에 따라 알맞은 설루션(목표)을 보여줘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그 목표를 위한 세부 목표도 더 잘 세워질 것이다.


3 기억하기 힘든 수많은 계획들

사람이 한 번에 기억할 수 있는 '숫자'는 를 들어 정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2021년에 세운 만다라 차트는 큰 카테고리가 8개 이기는 하나 결국 세워지는 계획의 수는 64개에 이른다. 하지만 흔히 알다시피 우리의 기억은 한 번에 3~5개만 기억한다. ¹ 계획이라는 것은 적는 것이고 반복적으로 상기한다면 충분히 단기 기억에서 장기기억으로 옮겨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 그것은 처음에도 기억하기 쉬운 계획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2022년 어떻게 할 거야?


2022년에는 만다라차트를 세우지 않을 것이다. 대신 위의 3가지 항목을 보완할 수 있는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계획해볼 것이다.


1. 내가 되고 싶은 이미지를 명확하게 한다.

이 것은 무드 보드나 퍼소나와 비슷하다. 형체 없는 두리뭉실한 것에 명확한 성격과 이미지 등을 부여해주는 것이다. 명확히 내가 되고자 하는 것을 연상할 수 있는 이미지를 모아보고 구체화시킨다. 그렇다면 역으로 그 되고자 하는 모습의 사람이 하고 있는 것 또는 그 모습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더 쉽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것은 되고자 하는 이미지를 버리기 전까지 계속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2. 정말 이루고 싶은 것 딱 3~5가지만 세우고 눈에 띄는 곳에 붙인다.

원하는 목표를 이룬 나의 모습이 하고 있거나 목표를 위해 한 것들을 나열해본다. 그리고 그것에 우선순위를 세운다. 그 뒤 과감하게 6번부터는 2023년부터 하기로 마음을 먹고 저장만 해둔다. 그리고 그 3~5가지는 잘 보이는 곳에 붙여둔다. 나는 올해 핸드폰과 노트북 바탕화면과 책상 옆에 붙여두고 최대한 많이 보고 인지할 예정이다.


3. 연간계획이 아닌 당장 다음 1분기 (1~3월)를 계획하자.

목표를 세웠다면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행동들을 구체적으로 써봐야 한다. 이때 딱 3개월간의 행동만 적어본다. 회사에서는 매 분기 목표를 세운다. 하지만 가끔은 한 분기 안에서 목표가 바뀌기도 한다. 또한 분기마다 달성한 수치나 프로세스 등을 회고하며 더 나은 다음 분기를 준비할 수 있다. 이러한 것에서 영감을 받아 나의 계획에도 적용해보자.


4. 예약 메일로 2022년의 나에게 동기부여 메일 써두자.

목표를 향해 혼자 달려가다 보면 다 포기하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이때를 위해 미리 동기부여를 해주고자 한다. 작년에는 만다라차트를 세우는데 시간을 많이 썼다면 올해는 미래의 나에게 동기 부여해주는 메일을 쓰는데 오랜 시간을 쓸 예정이다.



2022년에는 계획을 지킬 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주변에 두고 계획에 대해서 인지시키는 것 만으로 분명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2022년에는 실패기가 아니라 성공담을 가져오고 싶다.

그리고 소리를 질러야지.


"치즈 만세!!"



[참고문헌]

¹ The Magical Mystery Four: How is Working Memory Capacity Limited, and Why?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2864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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