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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이번에 어떤 클럽 들 거야? 난 클럽하우스 들건데

"솔직히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 이후로 새로운 SNS가 나올 수 있을까 했는데, 정말 나왔네요...?!"

클럽하우스를 써본 지인 E 씨의 말이다.


그래서 클럽하우스가 뭔데?


클럽하우스는 2020년 3월 폴 데이비슨(Paul Davison)과 구글의 직원이었던 로언 세스(Rohan Seth)가 만들었다. 처음에는 팟캐스트와 비슷한 생방송 라디오 앱이었으나, 차별성을 위해 청취자에게 게스트 참여 기능을 넣어 현재의 클럽하우스가 되었다. 라디오라는 일방향적인 형태의 방송을 쌍방향으로 바꾼 점이 이 앱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라고 볼 수 있다.

조금 극단적인 표현이 들어간 비교 그림

이 앱은 현재 iOS용으로만 나와 있으며, 초대권이 있어야만 가입할 수 있는 프라이빗한 구조이다.

최근 몇 주 동안 한국에서도 유행을 타면서 중고사이트에서 초대장 판매와 더불어 아이폰 중고 제품을 구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일본에서는 초대장이 10만 원에 팔리는 현상도 생겼다고 한다.)



클럽하우스의 첫인상


이 앱을 처음 깔고 들어갔을 때, 기존 오디오 서비스의 메인화면과는 다르게 오디오와 소통의 기능에 집중한 직관적인 구조를 가졌다는 인상을 받았다.


어떤 부분에서 그런 생각이 드는 걸까? '클럽하우스'와 '트위터', 애플의 라디오 플랫폼 '팟캐스트', 국내 오디오 서비스인 '스푼'의 메인화면을 두고 비교해보자.

처음 클럽하우스에 대해 간단히 들었을 때는 기존의 오디오 서비스들과 당연히 유사하리라 생각했다. 팟캐스트, 스푼의 메인화면처럼 최근에 들었던 방들과 유사한 방들을 추천해준다던가, 지금 화제가 되는 방, 인기 있는 모더레이터들이 뜰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그 예상은 완전히 뒤집혔다.


'클럽하우스'의 들이 '트위터'의 피드들이라고 생각해보자. 그리고 '방'에서의 대화와 '피드'에서의 트윗들을 매치시켜보자. 음성이라는 매체만 '팟캐스트', '스푼'과 동일할 뿐, 오히려 트위터와 유사한 구조라고 볼 수 있다.


더 설명해보자면, 지금이야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 등의 SNS들의 화면에 익숙해졌지만, 불과 10년 전 SNS의 유행 이유를 ‘단순하고 멋진(simple and cool)’ 것이 매력이라고 말한 부분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


클럽하우스의 메인화면은 SNS의 구조와 비슷하게 '단순하고 멋지게' 만들었고, 그로 인해 우리는 직관적이라고 느끼는 게 아닐까 생각해볼 수 있다.



클럽하우스의 흥미 요소

클럽하우스를 처음 만났을 때, 가입 과정이 흥미를 느낄 수 있었다.


1. 간단한 가입 절차

'클럽하우스' 가입 플로우

6단계 중 유저가 무언가를 '행동'해야 하는 순간은 다섯 번이 있었다. 하지만 이 중 입력 또는 여러 개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은 단 두 번이 있었다. 그마저도 한 번은 핸드폰 번호 입력으로, 생각하지 않고 할 수 있는 단순 입력이며 결론적으로 잠시 머무르며 고민해야 하는 페이지는 0-5번의 '관심사 선택 페이지' 뿐이었다.


2. 가입페이지들의 위트 있는 요소들

가입 주요 페이지

2-1 환영 페이지
환영 페이지의 캐주얼하고 솔직한 대화가 눈길을 끌었다. 대략 의역해본다면,

클럽하우스 런치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런치 전 작업을 마무리하는 동안 유저를 조금씩 추가해서 문제 되는 일이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아직 초대장이 없다면, 지금 바로 당신의 사용자 이름을 예약할 수 있습니다. 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빨리 가입하게 해드리고 싶어요!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이 글을 통해 서버가 터지는 문제를 겪더라도, 무조건적인 비판보다도 너그럽게 용서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된다.   


2-2 연락처 연결 /알림 설정 페이지
연락처 연결 팝업창과 알림 설정 팝업 페이지에서 'OK' 'Allow'를 유도하는 저 귀여운 손가락 이모지가 보이는가? 이 단계에서 망설임 없이 바로 승인을 누르고 말았다. 기존의 수많은 팝업 문구 (예를 들어, '알림 설정을 하면 혜택을 받아볼 수 있다'는 등의 문구)보다도 더 강력했다.  


2-3 관심사 설정 페이지
관심사 설정 페이지에서는 백여 개의 관심사들이 나열되어 있지만 선택하는 데에는 전혀 피로감를 느끼지 않았다. 각 관심사를 적절한 그룹들로 카테고라이징 하였으며, 각 그룹들의 관심사가 최대 15개를 넘지 않도록 해두었던 것이 큰 도움이 된 듯하다.  



자, 이제 메인도 조금 살펴볼까?

메인화면을 분석해보며 처음에 이야기했던 SNS와 닮아있다는 것이 더욱 실감 나기 시작했다.


먼저 방을 만드는 버튼의 위치이다.


초록색의 ( + Start a room ) 버튼의 위치와 화면에서의 우선순위로 본다면, (지금은 릴스버튼으로 바뀌었지만) 인스타그램의 바텀 바의 사진 올리는 버튼, 트위터의 메인 우측 하단의 플로팅 버튼으로 떠 있는 트윗을 쓰는 버튼 들과 동일한 위치에 높은 우선순위의 위치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다음으로는 follower list에서 알 수 있다. 위 이미지 우측 부분을 참고해보자. 음성 매체라 1:1 대화는 접속한 사람과만 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접속한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배치해둔 것을 제외하고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디렉트 메시지와 동일한 구조로 구성되어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쉬웠던 세가지


첫 번째로는 한정적인 의사소통이다. 방에서 대화를 듣다가 의견을 표현하고 싶으면, 스피커로 올라가야 한다. 스피커로 올라가는 것은 모더레이터의 승인이 있어야 하며 만약 그저 공감을 표현하고 싶을 경우에는 스피커는 부담스럽다. 줌에서 이모지로 간단한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것처럼, 현재 신규 가입자들에게 나타나는 [Party_Popper]이모지 영역을 활용하여 [Thumbs_Up_Sign], [Fearful_Face], [Heavy_Black_Heart]등의 이모지를 사용할 수 있으면 어떨까?


두 번째로는 텍스트, 이미지 공유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대화들은 모두 휘발되기 때문에 모더레이터는 새로 참여하는 리스너들을 위해 현재 대화의 주제나 방의 공지를 중간중간 말해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중간에 참여한 리스너들은 맥락을 이해하지 못해 방을 떠나게 된다. 또한 대화 도중 같이 보면 좋을 참고 이미지나 글 등을 공유할 방법이 없어 무언가를 보며 대화해야 하는 주제일 경우에는 불편함을 느낀다. 실제로 본인은 클럽하우스에서 디자인 스터디를 진행하고자 하였으나, 이미지 또는 링크 공유에 한계를 느껴 zoom으로 플랫폼을 변경하였다.


마지막으로는 링크드인 연결이다. 이것은 미디엄을 비롯한 여러 글에서도 등장하는 아쉬운 점 중 하나인데, 주 사용자들이 주로 IT업계이며 실제로 수많은 채용이 일어나고 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분야에서의 네트워킹 용도로도 사용하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현재는 트위터와 인스타그램만 연결할 수 있으나 링크드인을 연결한다면 더 큰 영향력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글을 기획한 2주 전과 달리 지금은 서서히 클럽하우스의 인기가 줄어들고 있는 것을 느낀다. 화면을 가득 채운 다채로운 주제를 가진 한국 방들이 전과 달리 많이 사라지고 있으며 접속한 팔로워들의 수도 적어지고 있다. 동료들과 이것에 관해 이야기를 해보면, 한국에서는 이대로 유행이 끝난다는 주장과 유료 서비스 등장하면 다시 부상할 것이라는 주장으로 나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사람들과 만나기 힘든 이 시기에 가볍게 지구 반대편의 누군가와 대화를 나눈다는 경험이 소중했기에 다시 유행이 돌아오길 기대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29cm만큼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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