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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통의 다지 Apr 29. 2021

Ep.1 나에게는 너무 버거웠던 시작

외국계 기업, 스타트업, 로봇 회사... 첫 사회생활이 너무빡센걸요?

'기계치'

살면서 꽤 많이 들은 말이다. 

한때는 약사를 꿈꿨지만 성적과 성향에 따라 문과를 가게 되었고 그 안에서 가장 재밌게 할 수 있는 미디어학을 전공했다. 웬만한 물건은 내 손에 들어오면 반쯤 고장이 나서 갔고, 반쯤 고장이 나 있던 물건들은 아예 사형집행을 선고받은 적도 많다. 그래서 그런지 어느 순간부터 기계, 로봇 같은 것과는 멀찌감지 떨어져 있었는데 어쩌다 보니 내가 로봇 회사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역시 인생은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리고 그 무계획이 새로운 인연과 특별한 기회를 만들어 주고. 


나의 자리. 언제나 로봇과 함께 해 외롭지 않았다.


외국계 기업, 스타트업, 로봇 회사 

이 모든 카테고리를 아우르는 곳에서 마케팅 인턴으로 일을 시작하게 되면서 나는 정말 많은 한계에 부딪혔다. 우선, 잘한다고 믿었던 영어가 발목을 잡았다. 실리콘밸리에서 시작한 회사는 구글 출신 개발자들이 세운만큼 구글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비단 회사가 외국계라서가 아니라 이 때문에 영어로 많은 자료와 소통을 해야 했다. 교환학생과 워홀을 통해서 열심히 영어실력을 다졌다고 생각했는데 첫날부터 눈앞이 캄캄해졌다. 나의 영어는 친구끼리 소통을 위한 도구였지, 업무를 위한 버팀목은 아니었던 것이다. 다른 여러 방법도 많았지만, 조금이나마 덜 창피하기 위해서 매니저님이 쓰는 단어와 문장들을 적어서 하나하나 곱씹고 또 살짝씩 수정해서 비슷한 상황에서 사용하고 있다. 영어는 언제쯤 익숙해질까. 


또, 다른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입사를 하면 하루 이틀은 회사의 분위기를 파악하고 일주일 정도는 팀원과 업무를 알아가는 시간이 주어진다는데, 나는 한 시간의 여유도 없었다. 한국에 회사를 설립하고 처음 참여하는 Food Tech Expo를 위해 만반의 준비가 필요했다. 이미 너무 높고 높은 마케팅 10년 차 경력 사수님과의 1:1 미팅 이후 나는 일주일 동안 엑스포에 필요한 다양한 도구를 제작 및 주문 요청을 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세금 계산서, 회사 내 비용 청구, 구글 시트 사용 등에 대해서 스스로 익힐 수밖에 없었다. 그냥 무작정 부딪히고 또 부딪히고. 그게 나의 생존 방법이었다. 

작은 소품 하나하나 꼼꼼히 체크하는 법을 배웠다.


첫 인턴 생활, 그리고 그 첫 주. 업계에 대해서도 직무에 대해서도 지식과 경험이 없었던 나는 엑스포를 준비하면서 점심시간을 없애고 식은땀을 흘리면서 짐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없이 일 처리를 하면서 실수는 발생했고, 사수님은 그때마다 "바쁠 때일수록 더 여유 있게 일을 해야 한다"라고 조언을 해 주셨다. 이 때는 '어떻게 바쁜데 여유를 가지면서 일을 하지?'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조금은 그 의미를 알 것도 같다. 이 글에는 많은 것이 생략되어 있지만 눈물이 나온 적도 있고 원치 않는 실수로 사수님의 깊은 한숨을 들었을 땐 화장실에 가서 구역질도 한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별거 아니었는데 말이다. 


로봇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안에 어떤 부품이 있고 어떤 프로세스를 거쳐 매장에서 운영이 되는지. 또, 엑스포라는 큰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주문하고 기록해야 하는지.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기에 고생했던 나의 첫 회사 생활. 하지만 아무것도 몰랐기에 하루하루가 새롭고 특별하게 기록될 수 있던 게 아닐까. 


그리고 실제로 엑스포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앞의 과정에 대해 스파르타로 터득하게 되는데, 이건 다음 에피소드에서 풀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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