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 대학 졸업식 날, 취준 대신 워홀을 선택하다

어쩌면 해외생활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이의 무모한 도전

by 보통의 다지

2019년 8월. 전과에 교환학생까지 다녀오느라 2년이 늦어진 졸업식에 참석했다.

다행히도 1학년 때부터 항상 함께 해온 친구들과 함께라 전혀 외롭지 않던 졸업식이었다.


2년이나 늦게 졸업했지만, 세상이 바뀐 건 맞는지 나와 함께 졸업을 하는 동기들이 참 많았다. 하지만 바뀌지 않은 것도 있었다. 바로 "너 이제 뭐할 거야?"라는 질문. 저학년 때부터 열심히 취준을 해 온 동기들 중에는 이미 시험에 합격해서 휴가를 내고 온 애도 있었고, 맘 편히 대학원을 정해놓은 애도 있었으며, 엄청난 취준에 압박에 카메라 앞에서도 웃음을 잃은 애도 있었다.


그리고 나.

나는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선택했다.


영혼을 갈아서라도 취준에 목매달아도 모자랄 나이에 (학교 취업 컨설턴트의 말씀) 대뜸 워홀을 선택했던 이유는 매우 간단했다. 해외생활에 미련이 남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로망이 있어서였고.


23살에 떠난 미국 교환학생은 내 인생에 크나큰 변곡점이었다. HOW ARE YOU? 도 못 알아듣던 내가, 동일한 경쟁에서 전과목 A를 얻을 수 있었다는 것에서 언어에 자신감이 차 올라 있었고, 이후 다양한 도시들을 혼자 여행하면서 어떤 환경에서도 친구를 사귀고 적응할 수 있다는 용기가 생겼다. 장학금과 편입 제안을 거절하고 다시 한국에 돌아온 선택은 졸업식 날까지 나를 괴롭혔고, 지금 당장 떠나지 않으면 왠지 모르게 평생 후회할 것만 같았다. 이미 1년 넘게 캐나다 워홀 티켓을 따지 못한 상태에서 가장 빨리 떠날 수 있는 선택지는 '호주'였다.


부모님은 처음에 반대하셨다. '워킹홀리데이 = 대우받지 못하는 막노동을 제공하는 과정'이라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차라리 좀 오래 걸리더라도 한국에서 진지하게 취업 준비를 해서 좋은 기업에 전공을 살려 들어가길 원하셨다. 하지만, 왜 내가 워킹홀리데이를 선택했는지, 그 이후에 어떤 학업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를 들으시고는 아빠가 엄마를 설득해주셨다. 자고 있는 내 곁으로 오셔서 마지막으로 "너, 지금 아니어도 이거 꼭 가고 싶지? 말려도 갈 거지? 후회 없지?"라고 묻는 아빠의 말에 "응, 아빠. 나는 예전에 미국에서 더 있지 못한 게 너무 후회돼. 그래서 이번에는 후회하고 싶지 않아."라는 말에 아빠는 흔쾌히 내 편이 되어 주셨다.


졸업식날, 5년을 머물렀던 서울살이를 청산하고 본가로 들어와 3개월 동안 비자, 건강검진, 영어공부, 워킹홀리데이 관련 책 읽기로 시간을 보내며 빠르게 준비를 해 나갔다. 그리고 11월 26일. 운 좋게도 가장 친한 친구인 H와 함께 중화항공을 타고 365일 중 360이 맑다는 퀸즈랜드 주, 브리즈번으로 향했다.


하지만, 이렇게 호기롭게 떠난 나의 워홀 생활은 단 5개월도 되지 않아 막을 내렸다. 정말 믿을 수 없는 '바이러스'라는 이유로 말이다. 2019년 11월 27에 도착해 코로나로 인해 전세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던 2020년 4월 26일까지의 나의 호주 워킹홀리데이 이야기. 짧았지만, 그 누구보다 다이내믹했던 시간들을 이곳에 기록해보려 한다. 그럼 이제 시작해볼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