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신기하다고 느꼈던 것들 10가지

당신이 호주에서 살고 싶다면 한 번쯤 고려해 보아야 할 것들

by 보통의 다지

*브리즈번 기준이며, 도시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1. 날씨

남반구에 위치한 호주는 한국과 계절이 반대다. 그리고 내가 머물렀던 브리즈번은 365일 중 약 300일이 맑은 도시였다. 팬데믹으로 인해 예정보다 일찍 귀국을 해서 겨울을 많이 경험해보지는 못했지만 브리즈번의 겨울은 약 17도에서 23도 사이를 왔다 갔다 하고, 여름은 무려 40도까지 올라간다. 신기했던 것은 이렇게 기온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덥다고 느끼지 못했다는 거다. 건조한 지역이기에 습도가 10 - 30%를 유지해서 그랬던 것 같다. 따라서, 브리즈번으로 유학이나 워홀을 떠난다면 코트까지도 필요 없다. 라이더 자켓과 후리스 하나, 그리고 경량 패딩 정도면 충분히 겨울을 날 수 있다. 다만 여름에는 선크림을 잘 바르자. 호주에 와서 처음으로 지금 당장 살기 위해 선크림이 필수라는 것을 배웠기 때문이다. 정수리에 화상 입는 것은 흔하고, 자칫하면 피부암에 노출될 수 있다.


2. 집세 / 관리비

호주로 워홀을 가기로 정했을 때 가장 걱정했던 부분이다. 얼마나 비싸면 닭장 셰어라는 말도 있나 싶어서. 그래서 멜버른과 시드니가 아닌 상대적으로 집세 부담을 덜 수 있는 브리즈번을 선택했다. 물론, 그 마저도 한국보다는 비쌌다. 한 집에 6명이 살고 나와 루시 언니가 한 방을 썼는데 한 사람당 주에 150불을 냈으니까. 한 달로 치면 약 35만 원 정도. 서울과 비교해 보았을 때 나쁜 가격은 아니지만, 집의 올드함과 6명이 산다는 것을 감안하면 싼 것은 전혀 아니었다. 다만, 좋았던 것은 관리비가 따로 없다는 것.


3. 물가

꽤 오랫동안 자취를 한 사람으로서 물가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데, 호주의 물가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최저시급이 $20인 것을 감안하고 보면 더욱더. 일주일치 먹을 식량을 친구와 둘이 사도 한 사람당 약 $25 이내로 나왔다. 샐러드용 채소, 우유, 요거트, 주스, 과일, 스테이크, 치킨, 후무스, 과자, 쌀, 빵 등 두 손 가득 장을 봤는데도 말이다. 인종차별을 받고 호주에서 오만 정이 떨어졌어도, 마트에 가면 호주에서 더 살고 싶어 지고 그랬다. 물론, 외식 물가는 장난이 아니다. 한국에서 만원에서 만 오천 원 정도 식사가 호주에서는 기본 1.5배에서 2배가량이 뛰었다. 그래서 중요한 날이 아니면 집에서 주로 식사를 했는데 락다운 때 모든 식당이 테이크 아웃만 가능해져서 '아주 조금은 더 즐길걸 하고...' 후회는 했다.


4. 학교 시설

오페어를 하면서 몇 번 아이들을 학교 안까지 데려다준 적이 있다. 새 학기 날이라 처음 교실 안까지 갔을 때 받았던 충격을 잊히지 않는다. 냉장시설이 전혀 없어 노란색 박스에 아이들은 각자의 도시락을 차곡차곡 쌓아두는데, 추운 지역이 아니고 40도 안팎의 날씨에서 먹고 탈이 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게다가 에어컨이 있는 학급이 전체의 10%도 되지 않는다는 것. 에어컨이 있는 반에 당첨이 된 아이들은 다른 친구들에게 1년간 부러움을 산다. 또, 사물함이 없어 교실 밖 나무로 대충 만든 곳에 가방을 올려놓고 교실로 들어가는데, 솔직히 좀 찝찝했다. 게다가 학교 전체가 나무로 지어져서 비에 취약했고 특히 그해에는 산불로 인해 기나긴 홍수가 이어져 2달간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못했다. 물론 호주의 모든 학교가 그러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경제력이 있는 나라에서 왜 이렇게 학교에 돈을 투자하지 않을까라는 의문은 들었다. 다른 건 몰라도 도시락을 보관할 수 있는 냉장고는 꼭 필요한 것 같다.


5. 타투에 대한 시선

몇 년 전부터인가 타투를 정말 하고 싶었다. 물론, 타투 스티커만 봐도 눈이 매서워지는 아빠의 눈치를 보면서 아직도 못 하고 있지만 말이다. 또 사회가 많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큰 타투를 드러내고 다니는 사람들에 대한 시선은 좋지 않은 것을 알고 있다. 면접장에서 타투가 보이면 마이너스가 될까 걱정해야 하는 것도 사실이고. 하지만, 호주에서는 타투의 의미가 달랐다. 개성의 상징, 패션의 일부로 받아들여지는 듯했다. 올해 겨울에는 나도 용기를 내어 팔에 활 한 자루를 새길 예정이다.


6. 헤어스타일의 자유

호주에서 지내면서 각양각색의 헤어 스타일을 볼 수 있었다. 특히 긴 머리를 내려 따거나, 똥머리를 하거나 비녀 같은 것으로 머리를 집는 남성들이 꽤 많았는데 굉장히 신선했다. 경기장에서 같이 일을 하던 19살 남자애에게 그 이유를 묻자, "매번 미용실 가는 게 귀찮아서 그리고 여자도 머리 기르잖아."라고 답했다. 그렇지, 남자는 왜 항상 짧은 머리를 고수해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편견에 빠져있던 내가 부끄러웠다. 그리고 만약 자르고 싶다고 해도 그 가격이 장난이 아니다. 남자든 여자든 기본 커트가 $20 - $30. 내가 있던 호스텔에 워홀러들이 '$10에 머리 예쁘게 잘라드립니다'라고 붙인 전단지가 왜 그렇게 인기가 있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물론, 나 역시도 호주에 있을 때 머리에 손도 대지 못했다. 나름 좋은 트리트먼트로 보살펴주는 것 밖에는.


7. 옷 그리고 사이즈

솔직히 말하면 브리즈번에 살면서 가장 실망했던 부분이다. 평소에 자주 입을 수 있는 예쁘고도 튼튼한 옷을 찾기 정말 힘들다 (멜버른은 좀 달랐다) 그리고 한국처럼 다양한 브랜드가 없다. 어딜 가나 그 브랜드가 그 브랜드고, 브랜드 간에도 딱히 스타일에 큰 차이는 없다. 그럼에도 좋았던 것은 사이즈가 다양하다는 것. XS사이즈인 6부터 XXXL인 16까지. 내가 뚱뚱한 편도 아닌데, 한국에서는 맞는 하의를 찾기 굉장히 힘들었다. 허리가 맞으면 엉덩이가 들어가지 않았고 길이는 왜 그리 다 길고 좁은지. 게다가 다른 것이 맞아도 골반부터 들어가지 않는 것이 정말 많았다. 안 들어가는 것보다는 들어가서 큰 게 나으니 L을 샀는데 호주에서는 S인 8 사이즈만 사도 편안하게 입고 다닐 수 있었다. 지금도 호주에서 산 옷 3개로 편하게 여름을 나는 중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더 사 올걸.


8. 카페 운영 시간

한국에서는 주로 식사를 하고 수다를 떨거나, 공부를 하러 가는 곳이 카페인데 호주에서는 '카페 = 식사를 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따라서 다른 음식점들과 비슷하게 오픈을 해서 문을 닫는다. 당황했었던 것은 운영 시간이다. 아침 6시부터 시작해 보통 오후 3-4시 사이에 문을 닫는데, 이 때문에 처음 호주에 온 워홀러들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강제로 아침형 인간이 되어야 한다. 회사원들도 5시 이전에 퇴근을 하는데, 가족과의 시간을 중요시 여기는 문화 때문이 아닐까 싶다.


9. 담배 가격

흡연자인 분들은 호주에 가면 아마 담배를 끊을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흡연자인 내 친구들은 예전보다 그 횟수가 엄청 줄어들었다. 그 이유는 바로 호주의 어마 무시한 담배 가격이다. 20개가 들어있는 팩은 $20- $25 (약 17000원 - 21000원) 큰 팩은 $40 - $50 (약 34000원 - 42000원)이다. 만약 급하게 고속도로에 위치한 마트에서 사게 된다면 가격은 훨씬 올라간다. 최대 $65 (약 54000원)까지 보았다. 정말 뜨악할 가격이다. 그래서 그런지 친구들이 밖에서 담배를 피울 때 담배를 구걸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10. 부러운 워라밸

호주에 와서 가장 신기했고 가장 부러워했던 부분이다. 나는 주로 평일에 경기장에 있는 푸드트럭에서 일을 했는데 평일 오후 2-3시에 시작하는 경기인데 남은 좌석이 거의 없다는 게 충격이었다. 그렇다고 다 학생이거나 정년퇴직한 사람들도 아니고. 골드코스트에 살면서 오전에 친구와 바다를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주차장은 꽉 들어차 있었고, 사람들은 서핑을 즐기고 있었다. 주변 사람에게 물어보니 일주일에 3-4일 일하는 사람도 정말 많고, 출퇴근 시간이 자유로운 곳이 많다고 한다. 특히 아이를 귀하게 여겨 아이가 있는 부모에게는 더 유연하게 일을 할 수 있다고 하니 워라밸을 꿈꾸는 나에게는 그저 천국의 이야기처럼 들렸다.


이 밖에도 정말 높은 채식주의자의 비율, 데이터는 꿈도 꾸지 못하고 한없이 맑은 날에도 멈추는 기차. 그리고 직업의 귀천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고, 남성이든 여성이든 하고 싶은 직업을 가져도 되고 그에 대한 편견이 없는 분위기 등. 오래 머물지 않았음에도 이 새로운 나라, 호주에서 나는 매 순간이 특별했고 신기한 경험을 했다.


"다시 워홀 갈래?"라고 묻는다면, 아마 백수였을 때의 불안함이 싫어 한참을 고민할 것 같지만 "호주로 워홀 간 거 후회해?"라고 묻는다면, 자신 있게 "아니, 전혀."라고 답할 것 같다. 지구의 반대편에서 매일매일 신기한 것을 보고 듣고 느끼며 정말 오랜만에 가슴이 뛰는 삶을 살았었고 나쁜 기억들마저도 나에게는 관점을 바꾸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으니까 말이다. 졸업 후 꿈을 찾아 떠난 호주, 브리즈번. 다음 에피소드로는 펜데믹 속에서 비행기표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 이야기를 다뤄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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