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한 엄마일까?
"일어나! 기상!"
질질 끌려 밖으로 나오는 애들은 사람이 아니라 오징어다. 뼈는 어디다 두고 왔는지 흐물흐물 거리는 모습들이 아침부터 뚜껑을 열리게 한다.
"라면 끓여 놨으니까 빨리 먹어"
라면? 초등 셋이 사는 집에 라면이라니. 아침에 라면 먹고 학교 가는 애들 얘기를 누군가 듣는다면, 그 엄마 제정신 아니네라고 말할 거다.
사정을 말하자면, 아이들이 복용하고 있는 약은 메디키넷이라는 약인데, 대표적 부작용이 식욕저하다. 약을 먹고 나면, 배가 안 고프다. 마치 다이어트 약처럼.. 어린이집 근무할 때 약복용하던 아이가 '목구멍에서 밥이 안 넘어가요.'라고 했었던 게 근 15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이 난다.
아이들은 한두 숟가락 먹고 식판을 정리할 것이다. 약을 복용하고 난 후부터는 선생님들께 꼭 알려드린다. 약 부작용 때문에 점심을 거의 먹지 못하니, 양해 부탁 드린다고.
아침은 꼭 먹고 가야 한다. 그런데 9첩 반상을 차려 내놓지 않고 라면이라니? 변명을 해보자면 아이들은 편식이 심하다. 차려줘도 쓰레기통행이 부지기수. 지금 뭐라도 먹지 않으면 하루종일 쫄쫄 굶고 있을 애들이 눈에 선하니, 라면이라도 끓여 내어 준다.
출산하기 전 계획은 거창했다. 예쁜 식기에, 직접 만든 간식과 반찬 오물오물 맛있게 먹는 모습들을 보며 뿌듯하게 바라보며, 과일을 깎아 내오는 온화한 엄마.
현실은 개뿔. 이유식서부터 만들어 준것들은 다 뱉어내고, 싫어하는 음식들은 냄새만 맡아도 토한다. 초등이 됐지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별로 없다. 우리 집은 그래서 김치를 제외하고 1식 2 찬이다. 애써서 반찬을 해놔도 먹지 않는 그들과의 싸움은 지쳤다.
정신없는 아침을 마치고 돌아서니, 자괴감이 밀려든다. '나 라면 먹고 왔어'라는 말을 다른 사람들이 듣는다면 애들은 "니네 엄마 최고다!" 하겠지만, 그 부모들은 '쯧쯧' 혀를 차겠지. 예전 나처럼 말이다.
부모가 되고 나서, 맘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들에게 어떤 것을 가르쳐야 하고,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사실 나도 잘 몰라서 불안하고 초조하다. 유능과 무능사이. 한 끝의 그 차이를 아직은 발견을 못했다. 머리 아프게 생각하다가 그냥 엄마로 결론 내렸다. 엄마로 살기가 제일 어려웠어요.
롤모델은 자두 엄마.
상단 사진 출처-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