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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 써 봄 Oct 04. 2024

마흔둘이 되면 어른인 줄 알았지.

언제 어른이 될까?

어린 시절 막연하게 40대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을 때는 아무런 재미도 없이 노년을 준비하는 아줌마의 인상이 강했다. 젊은 시절이 지나면 삶이 아주 무료하게 흘러갈 것 같다는 나의 생각과는 다르게 마흔둘의 하루는 제법 재미있게 흘러가고 있다.


사실은 20대 시절보다 지금이 더 재미있고 하고 싶은 것이 많다. 앞으로의 삶에 대한 별 기대 없이 하루하루 살아가던 그 시절보다 지금은 미래에 대한 두근거림에 설레기도 하는 꽃중년이다.


40이면 삶이 완성형인 줄 알았다. 내 집마련에 성공하고 아이들은 제법 컸으며 내가 할 일이 별로 없을 거라 생각했기에 인생에 재미가 없을 거라 예상했었던 것 같다.


마흔둘의 나의 삶은 위에 쓰여있는 것과 일치하는 것이 하나도 없다. 아이들은 아직 어리고, 매일매일 복작이느라 엄마 손길이 닿지 않으면 단 하나도 이루어지는 것들이 없다. 우리는 아직 내 집도 없으며 매일이 서바이벌처럼 살아남느라 노후대비는커녕 내일의 일도 예측 불가다.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고상하게 차를 마시며 미술관을 다니는 점잖은 중년의 아줌마가 돼있을 것 같았던 나는 요가바지에 곰돌이 티셔츠를 입고 연예인 얘기에 시시덕 거리며 커피우유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아직도 세 아이의 엄마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으며, 깜짝 놀랄 때 "엄마야"를 말하고, 휴일에는 늦잠을 자고 싶으며, 청소와 빨래가 귀찮은 미숙한 인간이다.


현명한 사람이 되고 싶다. 아이들에게 존경받는 엄마가 되고 싶다. 남들에게 좋은 향을 남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아직도 어른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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