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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 써 봄 Oct 07. 2024

마흔둘이면 요리를 잘할 줄 알았지.

우리 엄마 음식은 랜덤 박스야.

스물아홉에 결혼을 하여 결혼 13년 차 어쩌다 아이 셋을 낳아 다섯 식구의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마흔둘의 나는 나이가 들면 자연스레 요리를 잘하게 된다고 생각했다.


친정은 엄마의 손맛으로 유명한 전라도. 외할머니는 반찬가게가 드물던 그 시절 동네에서 꽤나 유명한 반찬가게를 운영하셨었다. 사실 집밥이나 외식 외에 다른 집에서 밥을 먹어볼 경험이 별로 없으니 우리 엄마의 솜씨에 대해서 딱히 알아볼 기회는 없었는데 어느 날 우리 집에 놀러 왔던 친구가 멸치 볶음을 먹더니 굉장히 깜짝 놀랐다. "우리 엄마 멸치 볶음은 이렇지 않아!"


입맛 까다로운 남편도 무척 좋아하는 뚝딱 하면 차려 나오는 장모님의 밥상. 당연히 나도 엄마가 되고 나이를 먹으면 맛깔스러운 요리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결혼 후 2년간 맞벌이를 하고 세 아이를 고만고만 낳으면서 요리와는 점점 멀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특히 출산 후에는 끼니를 겨우 챙겨 먹었을 정도로 정신없고 힘들었으며 아이들이 조금 크고 나서는 입맛 까다로운 아이들의 요구를 충족해 주기에도 버거워서 어른들의 끼니는 대충 때우기 마련이었다.


이제 아이들이 제법 컸고 뒤돌아 보니 나는 마흔넷의 중년 여성이 되어있었다. 아이들이 군대 갔을 때 먹고 싶은 음식이 엄마의 된장찌개가 아닌 비비큐의 황금 올리브가 될 것 같다며 남편과 우스개 소리를 주고받았다.

그러고 보니 가장 잘하는 음식이 있는지도 모르겠고 앞으로 생길는지도 확신할 수 없다.


얼마 전 김치를 담갔다. 친정 엄마께 부담드리기 싫어 종갓집 김치를 사 먹었는데 김치값이 나날이 오르고 있어서, 큰맘 먹고 절임 배추를 주문하고 유튜브에서 레시피를 찾아 만들어 보았다.

망치면 음식 쓰레기가 되니 3킬로만 주문해서 만들어 보았는데 제법 김치 같은 맛이 났다. 용기를 얻어 추석 전에는 10킬로를 주문해 김치를 담갔다.

김치와 족발도 만들어 함께 먹었다. 요리실력이 한결 높아진 것 같아. 어깨가 으쓱 올라갔다.

김장하며 한 가지 결심을 했다. 나중에 아이들이 출가하더라도 김장 김치는 혼자 담고 남편과 나만 먹기로.



어머님 김치는 랜덤박스야. 만들 때마다 맛이 다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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