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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 써 봄 Nov 02. 2023

초예민 돼지, 헤어질 결심

-브런치 팀, 세바시 그리고 유퀴즈

예민과 돼지의 간극, 둘은 함께 할 수 없는 존재로 보인다. 예민은 나의 정서적인 자아, 돼지는 나의 신체적 자아다. 예민이란 단어는 빼빼 마른 b사감 같은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지만, 나의 예민은 꼼꼼히 아니라 타인에 대한 민감성이다.


타인 눈치를 살피고, 내 감정보다 남의 감정을 먼저 생각하는 예민함. 남들은 신경 쓰지 않을 사소한 일들도 그 말을 왜 했을까? 곱씹는 모습. 초등학교 시절 실수 했던 일들도 아직도 기억이 난다면 말 다했다. 아직도 힘들었던 기억들이 꿈속에 나오고, 악몽에 시달리는 나를 많이도 원망했었다. 성격이 이상하구나, 왜 이렇게 편하게 못살까?


그 예민함은 40 즈음에, 정신과 약을 먹으며 많이 사라졌다. 하지만 아직도 자다가 2,3번씩 깨는 나에게 정신과 선생님은 "그건 원래 예민하게 태어나서 아예 없앨 수는 없어요!"라고 쿨하게 말씀하셨다.


동반자구나. 깨닫고 나자 오히려 마음은 편해졌다. 초 예민 시절이 있었다면 요즘은 그냥 예민이다.


그즈음이었을까, 아니면 40의 나이에 알아버린 맥주 맛이었을까? 나의 살은 급격히 불어나기 시작했다.

쌍둥이 임신 때 몸무게와 거의 비슷한데, 그때는 배만 나왔다면 이제는 지방을 골고루 나누어 주어, 살이 쪘는지도 모르게 시간은 흘러갔다.


맛있는 음식은 포기할 수 없어서, 행복한 돼지로 살아가기로 결심했는데, 며칠 전 이은경선생님이 "당신의 롤모델은 뚱뚱하지 않다!"라고 하셔서 잠시 흔들림이 왔다.

사진출처-픽사베이


하지만 운동은 하되, 식단은 하지 않는다는 나의 결심을 무너뜨리지는 못했다.


나의 세 번째 글이 다음 메인에 올라간 것을 보고 기쁨의 춤을 추고 잠이 들었는데, 불현듯 스치는 생각에 벌떡 일어나게 되었다.


'나 혹시 유명한 사람 돼서 브런치 팀이랑 인터뷰하면 어쩌지? 사진이 필요할 텐데'

'그러다가 내가 좋아하는 세바시에 나갈지도 몰라,  그러다 유퀴즈도 나갈 수 있지 않을까?'

'방송은 실물 보다 더 뚱뚱하게 나온다는데, 다이어트를 해야겠다'


그렇게 초예민 돼지와 헤어질 결심을 했다. 이제 돼지와 초예민은 버리고, 예민만 남길차례다.


나의 결심에 도움을 준 이은경 선생님, 브런치팀, 세바시, 유퀴즈에게 감사를.



살아! 살아! 내 살들아, 떠나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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