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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 써 봄 Dec 07. 2023

엄마도 점심을 먹어?

k아줌마의 도시락


낙지 발가락 하나에 3천 원쯤을 하는 점심을 먹고 남편과 동생에게 불평을 했다.

"물가가 너무 비싸"

"먹을 데도 많을 텐데 내려가보지 그랬어"

"내일부터 그러려고"


대화를 듣고 있던 첫째가 무슨 얘기인지 묻는다.

"오늘 공부하러 가서 점심시간에 먹은 메뉴 얘기야"

큰애는 화들짝 놀란다.

"엄마도 점심을 먹어?"


그렇다.. 그는 엄마가 자기가 집에 있을 때만 밥을 먹는다는 환상을 가졌던 것이다.

엄마가 점심을 먹는다는 사실에 놀란 너란 남자

어쩜 좋니...


 "내일 아침 메뉴는 뭘 해줄까?"

"김밥"

아... 그들은 엄마의 사정과는 상관없이 메뉴를 말하곤 잠이 든다.


엄마는 로켓프레쉬에 김밥 재료를 부탁하고

6시 반에 시계를 맞춘다. 그럼 하는 김에 도시락을 싸가야겠다.


6시 반에 압력솥에 밥을 하고. 김밥을 싸는 모습에 애 낳고 아침 따윈 받아본 적 없는 남편이 최애 메뉴를 보고 어슬렁 거린다.

"그건 뭐야?"

"오늘 점심 도시락"

눈이 동그래진 그가 말한다.

"아줌마처럼 뭐야."

그럼 내가 아줌마지 아가씨냐 받아치고는 후식까지 야무지게 챙겨서 집을 나선다.


점심시간 한편에 자리를 잡고 k 아줌마의 도시락 혼밥을 시작한다.

창밖의 사람들을 내다보며 먹는 혼밥은 집안에서 먹는 혼밥과는 사뭇 달랐다. 쌓여있는 집안일에 쫓겨 먹지 않아도 되고 오롯이 내 시간이라는 편안함이 있었다.


짧은 점심 후 밖으로 나가 어제 봐 두었던 갤러리로 향한다.

그림은 모르지만 그냥 이 시간이 좋아서 그림도 좋다. 나만을 생각하는 그 시간도 소중하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주어지지만 그 시간을 행복으로 받아들이느냐. 고통으로 받아들이느냐는 누리는 사람의  마음에 달렸다.


밥 한 끼 사 먹는 게 아까워 도시락을 싸다니는 처량한 나로 받아들였다면 고통이었을 것이고 도시락을 싸와서 돈도 절약하고 남은 시간에 갤러리도 즐겼던 나는 오늘을 참 알차게 보낸 행복한 사람이다.


엄마도 점심을 먹어?라는 그 말이 지금은 엄마 혼자 점심 먹으면  맛없지 않아?라는 말로 들리는 것 보니 밥 한 끼의 의미는 참으로 크다.


아이들이 돌아오면 물어봐야겠다.


점심은 맛있게 먹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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