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 써 봄 Dec 06. 2023

푸시맨~~ 도와줘요!

-푸시맨을 아시나요?

"일어나 어서!!!"

"엄마 나가야 한다고 세수하고 옷 입어!"


9시부터 교육이 시작이니 집에서 7시 50분에는 나가야 한다. 7시쯤 일어나 먼저 준비를 한 뒤 20분 후 아이들을 깨운다. 어젯밤부터 단단히 일러두었더니 의외로 순순히 일어난다.


"엄마는 먼저 나가야 하니까 시계가 저 스티커만큼 오면 학교 가는 거야."

"형아한테 전화할게 다 같이 나가. 모닝빵 먹고 나가고"


워킹맘이냐 물으신다면, 오늘은 워킹맘 놀이를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2주간 3일씩 총 6일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교육에 신청을 해놓았다.


꼭 듣고 싶은 교육인데 무료라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아침 공기는 참 상쾌했다. 출근하는 기분이 이런 거였지.. 어린이집 당직시절 7시 30분까지 출근인 날은 6시 반쯤 일어나느라 잠을 설쳤던 기억이 난다. 사실 요새도 가끔 당직인데 늦잠 자는 악몽을 꾼다.


10년 만에 지하철 타고 출근하는 놀이를 룰루랄라 하며 환승처인 동대문역에 내렸다. 승강장에는 제법 사람이 많았으나, 4 정거장만 가면 된다라고 생각하고 객차 문이 열리자 발을 집어넣는 순간.


오 마이갓!

이 열차를 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여질 정도로 틈이 없었다.

그 순간 내 머릿속에 떠오른


푸. 시. 맨


들어는 봤나 푸시맨.

아이언맨, 스파이더맨, 슈퍼맨에 이은 새로운 영웅인가? 한다면 삐빅! 당신은 mz세대입니다.


푸시맨 그는 30년 전쯤 출, 퇴근시간 혼잡한 만원 전철 안으로 승객들을 밀어 넣어주는 아르바이트였다.


요즘 같은 인권이 중요한 시대에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제도지만, 그때 당시는 빠른 출근을 위해 누구나 수긍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던 푸시맨.

홍수 속에서도 출근하는 k직장인과 비슷한 맥락이다.

라테는 열이 펄펄 나도 학교에 갔으며, 쓰러져도 학교에서 쓰러져야 했었다. 학생이 그랬으니 직장인은 오죽했으랴.



오늘 떠오른 푸시맨은 그 시절 지하철을 매일 타고 출, 퇴근했던 아버지를 떠올리게 해 주었다. 철없는 어린 딸은 아버지의 고된 퇴근길에 대한 위로는커녕 손에 들린 호두과자 한 봉지가 더 반가웠더랬다.


푸시맨에게 이리저리 밀려가며 회사 상사에게 이리저리 치여가며 전기 공사장 박 씨로 불리던 아버지가 노란 봉투에 받아왔던 월급날 누리던 돼지갈비의 맛을 아직도 잊지 못해서 애들에게 할아버지가 사주시는 외식은 꼭 돼지갈비로 한다. (아빠가 사주는 갈비가 제일 맛있어. 아빠 미안해)


그 시절 나만큼 아이들을 키우고 나니 아버지와 어머니의 어깨가 얼마나 무거웠을까 이제야 조금은 이해를 해본다. 단칸방에 살면서도 연탄보일러와 곤로를 가지고 푸세식 화장실에 살았지만 호두과자 하나, 갈비 한 점에 행복해진 내 마음처럼 오늘의 돼지갈비 추억은 우리 아이들의 30년 후엔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을까?



아빠 돼지갈비 사주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