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oneself
브런치 작가가 되겠다고 노트북 앞에 앉아 글을 써 내려가고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지원을 했던 것이 무려 두 달 전이다.
합격을 했을 때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느낌이었고, 아이들에게 엄마가 이제 작가가 되었다고 이야기하며 나의 마음은 둥실둥실 떠 올랐었다.
뭐든지 도전하면 다 될 것 같았고, 남편은 금방 퇴사를 할 수 있을 것 같았으며, 곧 넓은 평수의 집으로 이사를 가는 상상을 하고, 글을 쭉쭉 써 내려가며 승승 장구 할 것 만 같은 날들이었다.
두 달이 지난 지금 나는 얼마 전을 생각하며 이불킥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작가 라고 하기엔 브런치라는 플랫폼 자체를 모르는 사람들이 수두룩 하며, 나의 생활은 아이들을 돌보고 간간히 글을 쓰는 것 외에는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을뿐더러 수입이라고 하면 소소하게 서평단 당첨이 돼서 공짜 책을 보는 것 정도 라고 할 수 있겠다.
글이 쓰고 싶어서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여러 가지 생각들이 파바박 일어나던 때와 다르게 요즘은 책 읽을 시간도, 글 쓸 시간도 없어지고, 어떤 글을 써야 할지도 모르는 소위 브테기가 왔다.
브테기라고 하기엔 나의 작가의 생활이 너무 짧은 것 같기도 한데, 성향상 처음에 화르르 불타오르다가 지속하기 어려운 것을 생각하면 이상한 일도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주변 동기님들이 글 발행을 꾸준히 해나가시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조급해지지만 글감은 안 떠오르고, 그러다 보니 글을 쓰는 것도 책을 읽는 것도 귀찮아졌다. 어쩌면 나는 글쓰기가 무서워진 것이다.
작가라는 이름을 가지고 글을 쓴다는 것이 맞는 것인지, 내 글이 남들에게 읽힐만한 글인 건지, 정보의 홍수 속에 또 하나의 쓰레기를 생산하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이 된다.
지금 이 순간도 안 쓴 지가 너무 오래돼서 뭐라도 써야겠다는 의무감에 앉아 쓰는 글이라 더 그런 것 같다.
헬프 미! 브런치! 를 외치고 나니 결국엔 이 브테기를 이겨내는 것은 나 자신이다.
계속 읽고 쓰고, 고민하고, 고찰하는 수밖에 없다. 그건 누가 해줄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런 작은 노력도 없이 작가가 되겠다고 했던 나에게 부끄러움이 든다.
누구나 초보 시절이 있다. 그 초보 시절을 이겨내지 못하면 나처럼 장롱 면허가 된다.
운전을 잘하고 싶어 하는 나에게 남편은 이렇게 말했다.
"네가 초보인데 경력 많은 나처럼 운전하고 싶어 하는 건 교만한 거야"
그렇다 나는 초보중 쌩초보인데, 프로처럼 글을 잘 쓰고 싶었다. 그렇게 안되었더니 혼자 지쳐버렸다.
운전은 포기했으나, 글은 포기할 수 없다. 작가이름이 장롱 속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초보 작가는 오늘도 도로연수 글을 하나 발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