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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스위치, 잠시만 꺼보세요

엄마에서 나로 돌아오는여덟 가지방법

내가 이럴 때가 아닌데...


스물일곱, 철없는 나이에 엄마가 되었다. 첫아이는 신기하고 또 신기하기만 했다. 생명의 신비가 내 눈 앞에 있었다. 그 신비함에 매료되어 힘든 줄도 몰랐다. 그런데 2년 뒤, 나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둘째는 알아서 큰다는 말만 믿고 있었건만 터울이 적은 두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지옥의 맛>이었다. 더군다나 나는 목을 메달만큼 힘들다는 아들 둘 <목 메달> 엄마였다. 평탄하기만 했던 내 인생에 핵폭발이 일어났다. 그리고 이유 모를 불면증에 시달렸다. 분명 몸은 천근만근 피곤한데 밤이면 잠이 오질 않았다. ‘내가 이럴 때가 아닌데…’라는 불안감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지금 육아가 문제가 아니야. 일을 해야 해."



남편하고 크게 싸운 어느 날, 친하게 지내던 언니가 심리 상담을 받아보기를 권했다. 상담 첫날에 몇 가지 진단검사를 실시했다. 진단검사 결과를 보며 소장님이 하신 말씀이 잊히지 않는다. “지금 육아가 문제가 아니야. 일을 해야 해.” 난생처음으로 나의 욕구와 마주하는 순간이었다. 하얗게 지새우던 수많은 밤, 나를 짓누르던 불안이 그 한마디로 녹아내렸다. 나는 인정 욕구와 자유 욕구가 높은 사람이었다. 집에서 아이를 키우고 살림하는 일이 나의 욕구를 채워주지 못하다 보니 스트레스가 차곡차곡 쌓였던 것이다. 일명 ‘욕구불만.’ 우리는 살면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만난다. 


"무엇을 해야 하지?"

"하지만, 난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르겠는 걸..."




진짜, 네가 원하는 게 뭐야?


내가 나로 살기 위해 제일 친해야 하는 질문은 ‘무엇을 원하는가?’가 아닐까 싶다.

배우고 채우는 일. 우선은 그것이었다. 책 읽기를 시작한 것은, 무엇을 원하는가에 대한 답 찾기와 무관하지 않았고, 나의 독서 여정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사실, 나는 본래 책 읽기를 좋아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만 해도 소설을 좋아하던 나름 문학소녀였다. 하지만 고등학교 2학년 이후로 수험공부에 밀려, 노는데 밀려, 취업준비에 밀려 책은 점점 나와 멀어졌다. 하지만, 2년 전, 우연히 자기 계발 세계에 입문하면서 다시 책과 만나게 되었다. 책을 읽다 보니 어느 순간, 내가 학창 시절부터 책을 좋아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책을 사 모으는 것을 좋아한다는 사실도. 덕분에 나의 취미생활을 십수 년 만에 다시 찾았다. 



5분 일기 포스팅을 통해 세상 속으로 다시 한 걸음


다시 찾은 취미생활은 나를 잃어가고 있던 나의 일상에 활력이 되어주었다. 나들이를 겸해 아이들과 여기저기에 있는 중고서점을 찾아다니기도 하고 신간을 빌리기 위해 무거운 엉덩이를 일으켜 도서관에 출근도장을 찍기도 했다. 가끔 서평 이벤트를 통해 신간도서를 받게 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었다. 독서를 통해 알게 된 ‘5분 일기’를 직접 만들어 쓰면서 포스팅한 것이 프로젝트 운영으로 연결되는 경험도 했다. 그런 활동들을 통해 누군가의 엄마가 아닌 ‘나’로 존재하고 있음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내가 세상에 도움이 되는 존재임을 느낄 수 있었다. 




나를 위한 선물이 필요한 순간 알아차리기



책읽기로 안풀리는 마음들이 있다.

좀 더 적극적으로 나를 예뻐해주고 보살펴야할 시간이라는 신호다.

때로는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는 다이소로 발걸음을 옮긴다. 스트레스받을 때는 역시 쇼핑이지. 물건 사는 데는 유독 소심한 나에게는 다이소가 스트레스 해소용 쇼핑장소로 딱이지. 2~3천 원짜리 물건 두어 개를 골라 계산하고 나면 나를 위한 선물을 했다는 뿌듯함에 텅텅 비었던 에너지 곳간이 차오른다. 어느 날은 코인 노래방으로 향한다. 신나게 노래 부르고 춤을 추다 보면 답답했던 마음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단 돈 몇 천 원에 마음이 환해진다.


나에게 주어진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다 보면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일도 생기고 지칠 때가 있다. 취미생활조차 손에 잡히지 않는 날에는 나를 위한 선물이 필요하다. 작지만 소소한 선물. 향기 그윽한 커피 한 잔이 되기도 하고, 친구와 신나게 떠드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때로는 산책이, 때로는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그것이 무엇인들 어떠랴. 내가 다시 일상을 살아나갈 힘이 되어줄 수만 있다면. 강가에 놓인 수많은 돌들 속에서 예쁜 조약돌을 찾듯이 일상에서 나에게 반짝이는 행복이 되어주는 것들을 모아둔다. 그리고 무기력이 고개를 들 때면 그중에 하나를 꺼내 나에게 선물해보자.



나도 알아. 내가 엄마이기 이전에 ‘나’라는 걸... 하지만 현실은 말이지


누구나 알고 있는 말이건만, 사실 엄마 역할을 따로 떼어낸 나를 생각하는 일은 쉽지 않다. 

이미 한 몸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실제로, 엄마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나로서 사는 것이 녹록지만은 않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내가 좋아하는 것보다는 아이가 좋아하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된다. 나를 키우는 일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아이를 키우는 일에 정성을 쏟게 된다. 그래서 내가 나일 수 있게 지켜주는 것들이 필요하다. 감춰져 있던 나의 욕구를 찾아, 잊고 있던 나의 취미생활을 영위하며, 때로는 나에게 작지만 소소한 선물을 주면서 나를 지켜낸다. 취미생활을 통해 요즘 유행하는 부캐도 만들어본다. 세상이, 나를 둘러싼 환경이 나를 휩쓸고 갈 때도 있지만 균형을 잃지 않고 나를 지켜내기로 다짐한다.




엄마에서 나로 돌아오는 작은 도전 to do list


책 한 권과 커피 타임(with 달달한 디저트)

나만 쓸 아기자기 문구류 선물(다이소 쇼핑이 제격)

좋아하는 과일 한 팩 혼자 다 먹기 (딸기, 망고, 키위 등)

관심사 확장하는 포스팅 이어가기

코칭, 심리상담받기 (무료 서비스도 노려볼 것)

온라인 커뮤니티 통한 새로운 취미활동 배우기

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 만들기

하루 한 시간, 아이와 분리된 시간 만들기







글쓴이 : 임혜경 여자라이프스쿨 연구원

기획 및 수정 : 여자라이프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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