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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주식회사'가 되는 훈련

커리어 인터뷰 : 조연희 하다 스튜디오 대표


안녕하세요.

여자라이프스쿨의 이재은입니다.



두 번째 <커리어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다양한 형태로, 자신의 일을 변형하고 융합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현재 나에게 가장 어울리는 <일 그릇>을 고민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만나게 된 생애사건에 따라, 교류하고 있는 사람들의 특징에 따라, 새롭게 생성되고 소멸되는 욕구에 따라 지금 나에게 어울리는 일 역시 변화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변화된 사회에서 우리에게 가장 요구되는 능력은 지금의 나를 가장 잘 담아낼 수 있는 일 그릇을 선택하는 것 아닐까 싶어요. 우리의 삶이 다 다르듯, 우리를 가장 잘 드러내고 발현할 수 있는 일 모양도 다 다르니까요. 자, 그럼 시작해 볼게요. 평범하지만, 야심 차게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고 있는 여성들의 <커리어 스토리> 





나를 잃지 않기 위한 <일 선택>, 1인 기업          



많은 여성들이 다시 일하기를 결심할 때, <1인 기업>을 고려합니다. 재취업, 스타트업 창업, 프리랜서, 부업 등 다양한 일의 형태와 방법이 있지만 현장에서 만난 많은 엄마인 여성들은 1인 기업으로 자신의 일을 잇고 싶어 했습니다. 대체, 무엇 때문일까요?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 대신, 회사만 가면 얼굴을 볼 수 있는 동료를 얻는 대신 혼자 일하며 어쩌면 불안정한 수입을 얻게 될 1인 기업이라는 길을 선택한 이유 말입니다. 이번 호 <조연희 디자이너>의 인터뷰를 통해서 1인 기업가를 희망하는 여성들의 숨은 마음과 욕구를 함께 살펴보려고 해요. 어떤 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선택하는 일은 하나의 단어나 문장으로는 도저히 설명하기 힘든 복잡한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잇고 언젠가 닮고 싶은 미래의 나를 위한 투자로 시작하는 <1인 기업가 여성들의 모험과 여정> 조연희 님을 만나 나눠봤습니다.     



인터뷰 진행 및 에디터 : 이재은 (여자라이프스쿨 대표, 교육공학 박사)

인터뷰이 :조연희(하다 스튜디오 대표, 브랜딩 디자이너)

                                  

조연희 하다 스튜디오 대표 5줄 이력   

                                

주)엘지생활건강_선임 디자이너
싱가포르 Children Society_디자인 자원봉사자
여자라이프스쿨 연구원
런던 아트 대학, 센트럴 세인트 마틴 컬리지 석사 
영국 University College for the Creative Arts 대학 졸업                                             





다시, 일이 그리워진 신호들



조연희 디자이너는 미술이 좋아서, 미대 진학을 했고 더 많이 잘해보고 싶어서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스스로에게 투자하며 꿈꿨던 시간들. 졸업 후엔 배운 것들을 쏙쏙 빼내 성장하는 날들만 있을 거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인생은 언제나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들을 기획한다. 결혼 후 남편의 직장 이슈로 해외(영국, 싱가포르 이주를 하게 됐고, 잘 다니던 직장 역시 퇴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 가족과 떨어져 남처럼 살거나, 일을 그만두거나. 그 두개의 선택지밖에 없는 딜레마에 놓이며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결정을 한다. 왜 아쉬움이 없었을까? 하지만, 그때는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다. 잠시만, 가족과 우리 미래를 위해 나의 일을 밀어두는 거야! 아이를 낳고, 키우는 동안 <잠시 접어두는 일> 거라고 생각했던 시간은 아이가 하나, 둘로 늘어나면서 무기한으로 연장됐다.

                                                                                                                                     


그렇게 6년의 시간이 화살처럼 지나갔다.                                                            



남편의 일을 따라 결혼이주여성으로 6년 남짓을 사는 동안 '디자이너 연희'로서의 일보다 두 아이의 엄마의 일을 주로 했다. 상황을 고려할 때,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리고 아무도, '엄마의 일'만 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사실, <엄마의 일>은 늘 바쁘고 고되고 힘들었다. 그것만으로도, 매일매일 할 일들이 가득했다.                                             


"연희야! 애들만 보면 심심하지 않니? 뭐라도 해봐."


다만, 이따금씩 이런 질문을 듣곤 했다. 사실, 심심할 틈이 없었다. 외국 타지에서 아이 둘을 키운다는 것은 엄청난 노동을 요구했고 아이들을 건사하는 일만 해도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부정하긴 힘들었다. 이대로 충분하지 않다는 마음을. 오랜 시간 <디자이너>로 길들여지고 살아온 동안 몸과 마음에 새겨진 일의 욕구와 세상을 향한 호기심은 아이 둘을 낳아도 줄어들지 않았다. 심심하지는 않았지만, 충분하게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공허함. 육아의 노동만 하다 보니 수시로 공허함이 찾아왔다. <행복한 육아>였지만, 정확히 이유를 알 수 없는 공허함으로 원하던 육아를 해내기 힘들었다. 마음처럼 육아에 집중하지 못했고, 그럴수록 '육아'에 유능감을 경험하기 힘들었다.  





대체, 난 왜 공허한 것일까?



수시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았다. 엄마 손이 필요한 두 아이가 있고, 당장 돈벌이가 필요한 상황도 아니었다. 취미생활과 사교적 활동이 가능한 여건도 뒷받침됐다. 무엇보다 남편을 사랑했고 행복한 가정 안에 있었다. 누가 봐도 행복해야 할 상황과 환경인데도, 그녀는 공허함을 자주 만났다. 무시할 수 없는 분명한 신호였다. 

 

"오랫동안 일은 <나의 자아>를 대변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나를 위해 공부하고, 노력했던 적잖은 시간들이 있었잖아요. 그런데 엄마가 되고 나를 대변할 수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직업적 일을 하지 못하다 보니 내가 사라지는 느낌, 그것이 공허함으로 다가온 거라고 생각해요."


공허함, 나를 잃어가고 있다는 스트레스. 그것은 비단 연희 디자이너만이 경험하는 문제는 아니다. 만족스러운 육아생활을 하는 여성들도, 수시로 <공허함>을 고백한다. 직업적인 일이 사라진 것이 공허함을 일으키는 주범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직업적인 일은 삶을 구성하는 중요한 한 요소이긴 하지만, 그것이 전부이진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체 왜 이렇게 많은 엄마인 여성들이 경력 유보의 시간 동안 공허함을 호소하는 것일까? 



tip 공허함을 일으키는 원인 찾기


                                                



공허함을 떨치기 위한 첫 걸음, 연결망

                                                                                                                                              

공허함을 이겨내고, 매일의 자아 감각을 회복하기 위해 그녀가 한 것은 온라인 연결 그물망 속으로 들어가 <디자이너 조연희> 이름을 다시 찾고, 유지하는 방법에 대해 매일 조금씩 깊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자기 계발 커뮤니티에 들어가서 자신과 유사한 상황에 놓인 여성을 찾았다. 특히, 현재 거주 중인 싱가포르 내 한인 여성들과 교류를 하며 움직이는 여성들의 에너지를 수혈받았다. 코로나 이후 발달된 온라인 협업 툴을 활용해 다양한 여성들과 교류하며 <혼자 자립하여 일할 수 있는 일>을 모색했고, 다양한 방법들을 탐색해 나갔다. <일을 고민>하며 만난 여성들과 심리적 동료를 맺어가며 새로운 지식을 쌓았고, 필요한 피드백을 나누며 일의 감각을 회복하는 중이다. 그렇게 그녀는 일의 주체가 되어, 스스로 하나의 <나라는 주식회사>가 되는 훈련들을 하려 한다. 감이 잡히고, 일의 감각이 깨어날 때 자신감도 올라왔다.                                             


이제, 해야 할 것은 지금의 나를 가장 닮은 일의 형태로 원하는 일을 쌓아보는 것.

바로, 그것이었다. 


tip 다시, 일감각을 회복하게 해 주던 커뮤니티


<tip> 도움이 됐던 온라인 커뮤니티

-싱가포르 여성 자기 계발 모임 '생키모'

-인생과 영어공부를 함께 하는 '샘 에듀테인먼트'

-강점 코칭 '생각 공장장'

-전자책 쓰기 커뮤니티 '한나전'

-'여자라이프스쿨' 연구원 활동






재취업 유혹이 고개를 내밀 때



열심히 배우고 노력했던 시간은 사라지지 않는 법. 아이를 키우며 <육아> 중심의 시간을 보내는 과정 속에서도 취업에 대한 고민은 계속되었다. 하지만, 다시 조직에 속해 일하는 근로자가 되고자 하는 결심은 어려웠다. 일 자체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취업 형태>의 일을 선택함으로써 감수하고 감당해야 하는 삶의 변화에 대한 결심 그 자체가 힘들었다. 


"해외에서 재취업을 할 경우 직급을 낮춰 주니어 레벨부터 다시 시작해야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야근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시간들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잖아요. 이미 나의 역할과 상황이 다른데 일과 육아의 균형을 맞출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제일 큰 것 같아요."                       

                                                                                                                                      

재취업의 기회가 찾아올 때마다, 다시 조직에서 일하는 디자이너인 내가 그리울 때마다 아이와 보내는 시간, 돌봄 기회를 기회비용으로 모두 지불하고, 가족과 나누는 대화의 시간과 웃음의 빈도와 타협해도 될 만큼 나에게 가치 있고 중요한 일인가를 질문을 하며, 신중하게 답을 찾아 나갔다. 


"이 일이 다른 것들을 희생하고 포기할 만큼 그만큼 가치 있는 일일까?"


그렇게, 저울질을 하다 보면 늘 같은 대답이 돌아오곤 했다. 그 일이, 다른 것을 조금씩 다 희생할 만큼 중요하지는 않다는 것. 나의 행복의 크기가 오로지 <취업한 삶> 하나에 달려있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취업의 기회를 차선의 선택으로 두고 지금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자는 마음의 소리들이 들렸다. 오히려, 이런 기회에 나만의 일과 브랜드를 만들어가 보는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세상으로 나아가는 방법엔 꼭 하나의 답만 있는 것은 아니므로.                                              







나는 '조연희'라는 완전한 기업

                                                                                                                                              

현재, 조연희 디자이너는 <하다 스튜디오>를 준비하고 있다. 

스타트업과 개인 대상의 브랜딩 디자인(C.I, B.I, 명함, 패키지)을 하는 1인 디자인 스튜디오를 창업하게 된 것. 과거 직장선배의 제안으로 일하고 있는 외부 프리랜서 디자이너 역할을 시작으로, 조금씩 일을 늘리며 독립된 일의 주체로 거듭나고 있다. 지인 소개와 블로그 활동 등을 통해 디자인 의뢰들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고 독자적인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있다.


가장 주력하는 활동은, 기업이나 개인이 가진 브랜드의 브랜딩 가치를 읽어주고 전략을 검토하며 이를 바탕으로 시각적인 브랜딩을 작업하는 브랜딩 디자이너(Branding designer) 역할. 그동안 배우고 익혀왔던 활동들을 '브랜드 디자이너'라는 이름으로 통합하여 브랜드 전략부터, 제품이 소비자와 만나는 과정까지 전체적인 과정을 클라이언트와 함께 이야기한다. 달라진 게 있다면, 과거에는 속한 조직의 제품의 브랜딩을 담당했다면, 이제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한 걸음 한 걸음 커나가고자 하는 1인 기업, 스타트업의 브랜딩을 도와주는 일을 한다는 것. 일의 형태만 달라졌을 뿐인데도 일의 목적과 가치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개인 고객들의 브랜딩 작업을 할 때 중시하는 것은 그들의 '스토리'와 '보이스'를 담는 일이에요. 브랜딩은 물건을 팔기 위한 것이나 단순히 블로그, SNS를 잘 활용하는 기술이 아니거든요. 그보다는 훨씬 본질적인 이슈, 무엇을 전달하고 싶고 왜 전하고 싶은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데 있어요."                               

                                   

브랜드를 통해 전하고 싶은 가치와 약속, 그것이 있어야 브랜드가 완성된다. 그리고 그 가치는 탄탄대로를 달리며, 한 번도 끊어짐 없는 길을 달리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 구비구비 굴곡진 삶을 통해 세상에 대한 이해와 숨겨진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힘이 있을 때, 비로소 보인다. 기쁨과 좌절을 넘나들며 수행했던 육아를 통해 깊어지고 넓어진 시선. 그것을 얻었기에 이제야 발견하게 된 조연희만의 가치들. 이제 그녀는 자신만의 브랜드로 세상 속으로 더 많이, 깊게 들어가는 시동을 걸고 있다.




Singapre Children's Society 어린이날 기념 기부 포스터 작업




나와 같은 여성들에게 메시지가 되고파

                                                                                                                                               

최근 그녀는 자신의 브랜드 캐릭터를 레몬으로 설정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발산하고 있다. 시큼한 레몬이 달콤한 <레몬 에이드>로 변하는 과정을 통해 누구나 자신의 시련을 타인과 공유하고 전달할 수 있는 이야기로 만들 수 있음을 세상에 전파하고 싶기 때문이다.                                              



"삶이 레몬을 줬다면, 그것으로 당신의 레몬 에이드를 만들어라. 세바시 진아영 교수님 강의를 듣다가 이 말이 딱 가슴속에 들어왔어요. 맞아요. 이제, 나만의 레몬 에이드를 만들 시간이에요."    

                                                                                                                                                                                                                                                                                            스스로 부족하다고 책망하고 작아져 있던 수많은 시간이 있었다. 

왜 다른 여성들처럼 빠르게 성장하지 못하는 것일까? 정체돼 있는 걸까? 고통스러운 질문 앞에  대답을 찾지 못했던 시간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 과정들을 지나 보니 <정체>와 <좌절>의 시간은 고통을 딛고, 자신의 힘을 찾고 만들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는 찬란함을 쌓게 해주는 기회였음을 깨닫는다. 한때의 자신처럼 시큼한 시간에 놓여있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달콤함을 스스로 만들어 갈 수 있는지를 전하는 알리고, 나눠주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이제 조연희의 할 일이자 브랜드의 가치임을 깨닫게 된 것. 세상에 전달할 <메시지>가 생기고부터 활력이 생겼고 용기 내어 움직일 수 있게 됐다. 이것이 바로,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첫 번째 스텝이자 차별화의 시작점임을 안다. 


tip 오래 지속 가능한 진짜 브랜딩 하는 법





크몽 등록을 준비하고 있는 브랜드 디자인 관련 전자책 표지




절대로 만만치 않은 1인 기업 체험 중



1인 기업가로의 일을 시작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늘어난다. 그러다 보니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매일 뭘 해야 할지 헷갈리고 수시로 균형을 잃는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있다. 1인 기업이라는 것을 너무 만만하게 봤나 싶을 때도 많고, 그동안 이것저것 준비를 한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제자리인 느낌도 든다. 해야 할 일들, 하고픈 일들에 치여 균형을 잃는 시간에 놓일 때면 '나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불안감이 엄습해 오기도 한다. 


그때마다, 스스로에게 되뇌는 말.

그것은 바로 <내가 바로 조연희라는 회사>


"스스로 기업이라고 생각해요. 일의 우선순위가 헷갈릴 때면 영업, 마케팅, 디자인, R&D 팀 가운데 지금 내가 어떤 팀 활동을 주력해야 하는가를 살펴요. 이번 달은 마케팅팀을 밀어줄 예정인데요. 오랫동안 준비하고 있는 브랜딩 디자인 관련 전자책과 포트폴리오 웹사이트 등, 조연희라는 디자이너를 알리는 온라인 브랜딩 활동에 매진하려 해요."

                                                                                                                                                                       

다시 일을 시작하는 것 만큼, 계속 나아가는 일은 어렵다. 매번, 새로운 두려움과 좌절감을 만나야 하고 감당해야 한다. 하지만 이제, 주저하고 고민하는 대신 <그냥, 해보는 힘>에 기댄다. 원인 모를 허무함의 원인을 찾아 여성 커뮤니티에 가입하고, 힘이 될 연대를 찾아 일의 감각을 회복했던 것처럼, 과거 해왔던 일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현재 자신을 꼭 닮은 일을 찾아 작지만 보이는 한 걸음을 내딛으며 조연희라는 브랜드를 일구고 있듯이. 그러므로 이제 '디자이너 연희' 그녀가 해야 할 것은 그냥, 하자. <하다 스튜디오>를 창업한 그 진짜 이유처럼.    




이재은 여자라이프스쿨 대표의 인터뷰 인사이트


여성 커리어 교육자라는 옷을 입고 일을 한 지 10년이 지났다. 그때만 해도, 나라는 브랜드로 자신이 하나의 주식회사가 되어 활동하는 이는 드물었다. <여자라이프스쿨 대표>라는 이름이 찍힌 명함을 건네면, 사람들은 명함을 요리조리 살펴보다 "이런 학교도 있나요?"라고 묻곤했다. 내가 나의 브랜드가 되어, 스스로 일을 설계하고 개발해 나갈 수 있음을 전달하는 일이 그렇게 어렵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슬슬 <나>를 중심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더니 재작년부터 1인기업가로 일하는 여성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처음엔 '개인 브랜드가 트렌드가 된 시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1인 기업가로 일하기를 선택한 여성들과 깊게 대화하고 관찰하면서 깨달은 게 있었다. <1인 기업>은 새롭게 등장한 트렌드가 아니라 아주 오래 전부터 여성들이 희망하고, 선택하고, 행해왔던 일의 형태였음을. 제대로 인정해 주지 않았기에 자신의 일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몰랐고, 드러내지 않았을 뿐 이미 많은 여성들은 자신의 집에서, 혹은 작은 작업실에서 일터를 꾸려 자신의 재능과 취향을 바탕으로 <일>을 이어오고 있었다. '경력유보의 시간'을 단절이라고 폄하하는 조직과 사회에서 몸을 낮춰 타협하기 보다, 지금의 나를 통합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하기로 한 여성들. 그들은, 동네에 공방을 차려 클래스를 운영했고, 좋아하는 작가의 문체를 따라 글을 쓰며 작가되기를 도전했고, 과거 동료들의 도움으로 외주용역을 하기도 했고, 전공 기반의 전문적인 강의를 제공하기도 했다. 조명되지 않았을 뿐, 이미 많은 여성들이 그렇게 1인 기업으로 일을 하고 있었다. 다만, 비대면 사회가 열리면서 온라인을 토대로 숨어있는 그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자신을 드러내기 시작했을 뿐이다. 1인 기업 전성시대, 그 주역은 여성이다. 항상, 여성들이 먼저 새로운 길을 열었다. 그것은 권력과 타협하지 않고, 자신에게 필요한 답을 수행할 용기를, <엄마 된 삶>에서 얻었기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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