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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 경력 위한 '세 가지' 질문

지하철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어느 날



‘언제부터 이 시간에, 이 공간에 매일 서 있었지?’




아침 7시 33분, 스크린 도어가 열리고, 성수행 지하철을 향해 발걸음을 떼는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상하게도 그 날은 이대로 지하철을 타고 회사로 가야 한다는 사실이 낯설게 느껴졌다. 결국 지하철 2대를 보내는 동안 멍하니 스크린 도어만 바라보다 출근을 했었다.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일어나 샤워를 하고, 빠르게 머리를 말리고, 간단하게 화장을 하고 서둘러서 지하철 역에 도착해 지하철에 몸을 싣고 출근하는 것이 일상이었는데. 어쩌면, 그때 이미 나는 회사라고 하는 나의 반복되는, 일상적인, 그리고 안정적인 직장생활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결심을 했을지도 모른다. 보이지는 않았지만, 나의 몸을 둘러싸고 있던 울타리에서 벗어나, [온전한 나의 일]을 하고 싶다고. 지하철 2대를 멍하지 보냈던 그 날, 나의 삶은 180도로 바뀌기 시작했다. 


지금은 조직 밖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1인 기업가, 프리랜서, 긱워커, N잡러 등 다양하게 표현하고 있지만, 불과 5년 전만 하더라도 이렇게까지 크게 화두가 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석사를 마치고, 꽤 좋은 회사에서 적지 않은 월급을 받으며, 야근도 주말 출근도 별로 없는 그 좋은 회사를 벗어나고 싶다고 말했을 때, 누군가는 배부른 소리라고, 그냥 회사나 열심히 다니라고 같잖은 충고를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회사라는 틀 안에서, 시스템 안에서,  [온전한 나의 일]을 하고 싶었고, 다시 말하면 일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일과 삶을 만들어 가고 싶었다.


경력개발의 이론 중 무경계 경력(Boundaryless career)이라는 이론이 있다. 기존의 조직 중심의 경력에서 벗어나 조직, 산업, 국가 등 다양한 경계를 넘나들며 경력을 개발하는, 기존의 경력과는 다른 형태를 의미한다. 만약, 나처럼 1인 기업가, 프리랜서, 혹은 자신만의 일과 경력을 만들어가고자 한다면 우리의 일을 둘러싸고 있는 경계(Boundary)를 깊게 살펴보기를 바란다. 당시 나는 일을 하면서 늘 회사가 또는 내가 하고 있는 직무가 정해놓은 커리어 사이클에서 벗어나 나만의 커리어 사이클을 만들고 싶었다. 





내가 뛰어넘고 싶었던 경계는 [조직]과 [일]


첫 번째 경계, [조직].  그 어느 곳보다 안정적이고 탄탄한, 경제적으로 충분히 안정적인 조직이었다. 잘릴 걱정도 없고, 회사에서 굳이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도 없고, 일적으로 크게 힘들거나 스트레스를 받지도 않았다. 당연히 매월 통장에는 먹고 싶고 사고 싶은 것을 살 수 있는 월급도 꼬박꼬박 찍히고 있었다. 하지만 이 안정적인 조직 말고 다른 조직은 어떨까? 늘 궁금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출근하고, 퇴근하는 삶이 아닌 다른 삶은 어떨까? 궁금했다. 이런 호기심은 [조직]이라는 경계 안에서의 삶보다 밖에서의 삶을 꿈꾸게 했었다. 


또 하나의 경계는 [일]이었다. 연차가 높아질수록 일에 대한 센스, 스킬, 지식은 자연히 쌓였다. 때로는 도전적인 상황들을 마주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미래는 보이지가 않았다. 3년 뒤, 5년 뒤 내가 승진을 하고, 직급이 올라간다고 하더라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일을 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 내 마음을 답답하게 짓누르는 것 같았다. 누군가에게는 익숙해지면 편한 일이 나에게는 벗어나고 싶고, 피하고 싶은 영역이었다.


경제적 안정을 주는 [조직]과 편안한 [일]이 나를 둘러싼 가장 큰 경계라는 것을 알았으니, 나는 이제 경계를 벗어날 준비를 해야 했다. 경계를 벗어나면서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온전한 나의 모습으로 오랫동안, 지속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했다. 그 시작으로 나는 [나 자신]에 대해 살펴보기로 했다. 약 30년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 특히 회사와 일이라는 경계 안에서 나는 어떤 지식과 스킬, 강점을 갖고 있는지를 찾아봐야 했다. 그중에서 경계 밖에 나갔을 때에도 나를 살릴 수 있는 무기들이 무엇이 있는지 하나씩 따져보기 시작했다. 




나의 무기는 석사과정에서 HRD를 공부한 것, 조직에서 최고경영자를 보좌하며 사원부터 임원까지 다양한 직급의 사람들과 일을 하며 익힌 커뮤니케이션, 비즈니스 마인드셋, 오피스 스킬, 틈틈이 해 왔던 강의 활동, 그리고 코칭 스킬과 성장지향적인 성향 등이었다. 이런 무기들을 찾고, 정리하고, 어떻게 쓸 수 있을지 고민하는데 몇 달의 시간을 썼지만, 그 시간들 덕분에 나는 경계 밖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한 아이디어를 만들어 갈 수 있었다. 



그런데, 이걸 누구에게 써먹지?


내가 어떤 경계 안에 둘러싸여 있었는지, 그 경계 안에서 내가 갖고 있었던 무기들은 무엇이었는지 살펴봤다면, 이제는 경계 밖에서 나의 강점, 스킬, 지식들이 누구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생각해 볼 때이다. 그 도움이 단순히 봉사나 친목을 위한 활동이 되어서는 안 된다. 경계 밖에서 경력을 만들기 위해선 우리의 무기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돈을 지불할 수 있을 만큼의 가치가 되어야 한다. 나의 무기들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그들은 어디에 있을까? 어떻게 하면 그들과 만날 수 있을까? 끊임없이 탐색해 봐야 한다. 



아직은 나도 1인 교육 기업가로, 커리어 코치로, 그리고 HRD 연구자로서의 다양한 경력을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앞으로 또 어떤 경계들을 뛰어넘을지, 어떤 모습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예측 불가능할 때도 많다. 하지만, 또 이런 예측 불가능한 미래를 상상하고, 기대하고, 나만의 경력을 만들어가는 것이 1인 기업가, 경계 밖의 경력을 만들어가는 묘미이자 행복은 아닐까? 


1인 기업가로, 조직 밖에서 지속 가능한 경력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분들에게는 5년 전 내가 나에게 했던 세 가지의 질문을 선물해 드리고 싶다. 




질문 1. 나를 둘러싼 경계들은 무엇이 있는가? 어떤 경계에서 벗어나고 싶은가?
질문 2. 그 경계 안에서 내가 갈고닦은 무기들은 무엇인가?(흥미, 지식, 스킬, 강점, 마인드셋 등) 
질문 3. 경계 밖에서 나의 무기들은 어떤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질문 4.  그들을 어디에 있으며,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시작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지속하는 일


이 질문들이 우리가 경계 밖으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면서, 지속 가능한 우리의 경력을 만드는 시작점이 되기를 바란다.  앞으로 워크 레터에서는 이렇게 1인 기업을 선택하는 여성들이 지속 가능한 경력을 만들어가기 위해 해 보아야 할 태도, 시선, 해봐야 할 것들에 대해서,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무엇보다 우리 일의 의미와 행복을 찾아갈 수 있는 팁을 함께 공유하고 싶다.




글쓴이 : 임수원 여자라이프스쿨 연구원, HRD 교육전문가

원고 기획 : 여자라이프스쿨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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